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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천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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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10 08:45 조회1,46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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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인(캐나다 한인 문학가협회)


사람의 천성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은 살면서 놓인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또한 어느 개인의 천성을 가지고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든 천성은 좋은 점도 나쁜 점도 고루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천성은 어떤 상대를 만나고 어떤 환경에 놓이느냐에 따라 빛을 발하기도 하고 퇴화하기도 한다. 중요하고 세심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에서 타고난 천성은 유감없이 발휘되고 이득을 보거나 때로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천성에 따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판이한 결과를 맞으며 그것은 건강과 직결되어 그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도 만들고 또한 송두리째 몰락하게도 한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람이나 동물 등 생명 있는 것들에 쉽사리 다가가지 못했다. 그것은 아주 심하게 낯을 가리는 천성 때문이었다. 거의 말을 하지 않았고 어쩌다 하는 대답도 무뚝뚝하여 오해를 많이 사고는 했다. 여동생은 붙임성 있고 애교가 많아 말로 때워 벌을 면하기도 했지만 나는 잘하고도 칭찬을 얻어듣지 못하였다.


이런 천성이 뜻밖에도 변하게 되었는데 참으로 다행이었다. 다니던 교회에서 학생부 일을 맡아 하며 낯가림을 떨쳐내고 또래 아이들과 청소년기를 보내니 자연스레 능동적인 성격이 되었다. 그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든든한 초석이 되어주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경험을 통하여 또 한 번 천성이 바뀌었다. 이제까지 내 위주로 살았던 삶이 타인의 삶도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실로 고귀한 경험이었다. 내 자녀가 사랑스러우면 타인의 자녀 또한 소중하고 내 이웃도 가족처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요즘에는 자녀 양육이 힘들고 어려워 결혼은 해도 아이는 갖지 않는 사람들이 도처에 늘어나고 있다. 세상살이에는 어디든 장단점이 반드시 공존하는 법이다. 자녀를 갖지 않고 오로지 배우자와 누리는 결혼 생활이 결코 성공적일 수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자녀를 통하여 새롭고 귀한 것을 알아가며 반성하고 성장할 좋은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자녀 양육은 어렵고도 책임 있는 선택이어야 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목숨처럼 지켜져야만 하는 일이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를 늘 생각하고 있다면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자녀를 양육해 본 사람은 나를 있게 해준 부모의 헌신과 사랑을 알 수 있고 적어도 효도까지는 아닐지라도 그 어버이 섬김에 최선의 노력이라도 기울일 것이리라. 그리고 나는 전혀 뜻밖에 동물을 키우며 또 한 번 천성이 변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로 고양이 세 마리와 살면서 충성, 사랑, 그리고 베풂과 정을 나누고 있다. 그것은 이제껏 인간과의 교류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만물의 영장이 동물에게도 배울 점이 있고 그들도 사람처럼 생각하며 충분히 희로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행동한다는 것에 놀랍고 감동을 하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한다. 


개개인의 천성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주위에 함께 하는 것들과 조화롭게 변화되어야 할 듯싶다. 그것이 사람이든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간에 말이다. 그래서 주변을 선한 영향력으로 물들인다면 요즘처럼 살기 힘들고 외로운 누군가의 삶에 조금은 위안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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