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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로키기행수필2020- 로키의 진면목(眞面目)은 요산요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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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13 16:42 조회1,4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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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카우 폭포를 배경으로 선 필자


로키기행수필2020 한힘

 

 17 로키의 진면목(眞面目)은 요산요수에 있다

                                                                심현섭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 어진 사람은 정적이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길 줄 알고 어진 사람은 오래오래 산다.

 

知者는 樂水하고 仁者는 樂山이니 知者는 動하고 仁者는 靜하며 知者는 樂하고 仁者는 壽이니라. <論語> 雍也-21

 

 이 말은 인자는 물을 싫어하고 지자는 산을 싫어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람에게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물을 좋아하고 다른 하나는 산을 좋아한다는 뜻은 더욱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귀를 읽으면, ‘나는 산을 좋아하는데 그러면 인자인가 보다.‘ 또는 ’나는 물을 좋아하니 지자인가 보다.‘ 또 다른 사람은 ’나는 물도 좋아하고 산도 좋아하는데 그러면 지자인 동시에 인자인가?‘하고 생각해 본다.

 공자가 세상 사람들을 두 가지로 나누어 물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편을 갈라놓은 게 아니다. 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산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산을 좋아한다고 해서 물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많이 배우고 알아서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과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 어진 인격의 사람이 되는 것은 공통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둘은 하나가 빠질 수 없는 삶의 근본적인 가치이다. 움직일 때 움직이고, 조용히 있을 때 조용히 있으며 인생을 즐기며 오래 사는 것은 삶의 목표이다. 우리 선인들은 산수화를 즐겨 그리고 감상했다. 산만 그린 그림이나 물만 그린 그림은 없다. 산과 물이 어우러져야 수려한 산수화가 되듯이 인생에서도 지적知的인 요소와 인적仁的인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준수한 인격이 된다.

 

 로키는 산과 물로 이루어져 있다. 산은 바위와 숲으로 되어 있고, 물은 빙하, 호수, 폭포, 강으로 되어 있다. 그 어느 것도 빠져서는 로키가 될 수 없고, 절경을 이룰 수 없다. 레이크 루이스나 모레인 호수를 보면서 나에게는 산만 좋네, 나는 물만 좋네 하고 말할 수가 없다. 그 둘은 서로 빠져서는 안 되는 절대필요 요소이면서 서로 보완적이다. 둘이 함께 어우러져야 절경이 탄생하고 둘을 함께 좋아해야 깊은 감동이 온다.

 로키를 기행하며 새삼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의미가 여기 있구나 하고 탄복하게 한다. 아는 것은 많아도 어질지 못하고, 어질기는 한데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면 로키에서 보면 호수만 있고 산이 없는 꼴이고, 산은 있는데 호수가 없는 꼴이다. 산과 호수가 잘 조화되어야 비로소 절경을 이룬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게 해 준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걸으면서 하는 독서이다.”라는 말이 새삼 머리를 스친다. 로키의 진면목(眞面目)은 요산요수에 있다 해도 지나칠 것이 없다.

 

Takakkaw Falls 

 

 레이크 루이스 빌리지에서 1번 도로를 타고 밴쿠버 쪽을 향해 26키로, 20분 정도를 달리면 필드가 나온다. 산 사이에 넓은 평원 같은 땅이 나온다. 예전에 빙하가 지나간 자리이다. 다시 말하면 빙하가 있던 자리인데 지구의 기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빙하기가 끝나고 빙하가 사라진 땅이다. 

 언덕길을 내려오다가 필드가 시작되는 입구에서 가파르게 우회전해서 들어가는 길이 타카카우 폭포로 가는 길이다. 타카카우(Takakkaw Falls)는 이곳에 사는 원주민 크리족 언어로 ‘장엄한, 굉장한’magnificent이란 뜻이다. 얼마나 크길래, 얼마나 높길래 이름이 거창한가 궁금할 수 있다. 나는 일행들에게 확실하게 말했다. ‘잠시 후에 지금까지 평생에 처음 보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좁은 산길을 옆으로 개울물을 따라 이리저리 구비지며 천천히 달려가는데 멀리서 폭포물 떨어지는 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나무 사이로 물줄기가 보이기 시작한다. 폭포는 내려다보는 폭포, 옆으로 보는 폭포가 있고 올려다보는 폭포가 있다. 역시 올려다보는 폭포가 웅장하고 거대하게 느껴진다. 전망이 좋은 노지로 나오니 듣던 대로 장엄한 폭포가 하늘에서 물을 땅으로 쏟아 내리고 있다.

 물이 떨어지는 순수한 높이만 자그마치 254m이고, 평균 폭이 23m이다. 폭포 위에 있는 빙원에서 녹은 물이 일 년 중에 쉬지 않고 떨어진다. 규모는 크지만 역시 캐스케이드(Cascade)의 하나다. 일반적인 폭포는 강물이 흐르다가 절벽을 만나면 떨어지는 경우이다. 캐스케이드는 강물이 아니고 빙하나 눈이 녹아서 생긴 물줄기이기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기온에 따라 수량은 차이가 많이 난다. 타카카우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폭포로 되어 있다. 가장 높은 폭포 역시 BC주에 있는데 밴쿠버 아일랜드에 델라 폭포이다. 높이가 무려 440m이다. 산 위에서 빙하의 녹은 물이 바위를 온통 덮으면서 폭넓게 흘러내린다. 캐스케이드의 특징은 높은 곳에서 녹은 물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도가 높다. 수량이 적기 때문에 폭도 좁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폭포들은 높이가 아니라 전체적인 물의 량과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이과수 폭포는 높이 82미터이고 빅토리아 폭포는 108미터, 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높이는 53미터이나 그 폭이 790미터나 되는 엄청난 크기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아래까지 접근할 수 있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고개가 뒤로 넘어간다. 속으로는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폭포도 있다니..’ 탄복하게 된다. 원주민들은 보이는 대로 느끼는 대로 표현한다. 복잡한 다른 마음이 없다. 그러니 폭포 이름을 ‘타카카우’ 엄청나게 장엄하다고 불렀던 것이다. 아마 지금에 와서 이름을 붙였다면 유명인의 이름으로 하거나 자이언트 같은 말로 하지 않았을까 싶다. 물안개가 사방에 가득하다. 마치 실비가 내리는 것 같다. 빙하가 녹은 물이라 아주 차다. 떨어지면서 세 군데 바위에 부딪치며 물줄기가 뻗치는 모습은 더욱 장관이다. 물소리가 들리는 테이블에 앉아서 아침에 준비해온 김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하늘은 높고 맑으며 식구들이 웃고 떠드는 목소리가 물소리에 묻혀서 가늘게 들린다. 타카카우 폭포를 뒤로 하고 떠나는 사람에게 거대한 물소리는 희미하게 사라질 때까지 따라왔다.

 

 다시 필드로 나왔다. 필드는 로키산간에서는 보기 드물게 널찍한 공간이다. 빙하가 만들어준 이곳에 철도가 지나가다 보니 처음에는 철도 노동자들을 위한 텐트와 통나무집이 들어서고 열차 정비를 위한 시설이 건립되어 붐비기 시작하였다. 1번 고속도로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면 바로 작은 박물관이 나온다.

과거와 미래는 우리가 접할 수 없고 상상하기 힘든 시간들이다. 그러나 종종 시간이 남긴 흔적으로 인하여 지난 과거를 알게 해 준다. 로키는 오래전에 바다 밑에 있다가 융기해서 산이 되었다고 한다. 혹자는 묻는다. 누가 보았나? 그야말로 소설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은 실증을 통해서 합리적인 이론을 제시할 수 있어야 과학이 된다. 버제스 산 위에서 고대 해양생물의 화석이 무더기로 그것도 수 만점이 발견되었다면 그곳이 과거 바다 밑에 있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하지 않아도 확정할 수 있다. 1909년 스미소니언 박물관장인 고생물학자 월코트(Charles Walcott)에 의해 발견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믄 해양생물 화석 발굴지로 1980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지정 사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버제스 혈암(Burgess Shale)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석 지역 중 하나이다. 정교하게 보존된 화석에는 연조직 유기체가 주류를 이루었던 다양하고 풍부한 해양 군락이 기록되어 있다. 버제스 셰일 화석은 5억4천만 년 전에 생명체가 발달한 후부터 오늘날 알려진 생명체 대부분의 역사와 초기 진화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하며, 이 시기의 어떤 암석보다 바다 생명체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제공한다.」

박물관에서 마주 보이는 산이 버제스 산이다. 지금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데 가이드를 동반한 관광은 가능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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