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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독자투고] 그냥 오늘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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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oanne 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2-26 08:50 조회1,1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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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zcy8sIQ4_0b2a336eb90efb9ccb3a93a96a309884508c349f.pngJoanne Lee


 


정말 오랜만에 보는 파란하늘이다. 팬데믹으로 하루하루를 살얼음 걷듯 하는 요즈음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쌓였던 불안감이 잠시 씻겨가는 듯하다.



지난해 봄 코로나에 패닉되어 갇혀 살기 시작했을 때 난생 처음 작은 농사를 지어 보았다. 토마토와 케일 등을 수확해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만들어먹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한참 이러고 지내는데 코비드 때문에 결혼이 자꾸 연기되던 딸이 그냥 우리 집 뒤뜰에서 자기 친한 친구 몇 명과 스몰 웨딩을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고 했다. 가든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모르고.



부랴부랴 일꾼을 구해 20여 년 된 낡은 담장을 교체하고 구질구질한 데크 폴과 나무계단, 현관, 그리고 거라지 도어 프레임 등을 페인팅 했다. 제멋대로 자란 고목들을 잘라내고 새 나무도 심었다. 파워워시와 잔디 깎는 일은 기본이고 봄철 꽃과 화분을 결혼식용으로 가능한 한 큼직하고 화려한 것으로 마련했다. 이렇게 나의 역할을 끝냈을 즈음에 웨딩에 쓸 아치와 가든 조명이 배달되었다.


 


보통 상상해오던 화려한 결혼식에 비해 너무도 의미 있었다. 신랑신부가 하고 싶은 대로 계획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정성으로 꾸미는 경험을 했다.


누나의 결혼을 위해 아들도 동부에서 코비드의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왔다.


 


한편 켄은 그 사이 사둔 캠퍼들을 정리해서 아일런드에서 보트를 사왔고 그 보트가 이제 래드너에 정박했다. 정리가 되는대로 거기서 며칠씩이라도 지내보고 싶다. 코비드 때문에 이런 모든 것들을 근심 없이 관리하고 누리고 살 수 있을 만큼 꾸준히 수입이 들어올지는 알 수 없지만 그거보다 더 큰 걱정은 그럴 수 있는 환경을 이 지구가 그대로 유지해 주겠느냐 이다.


 


구름이 걷히고 파란하늘이 드러나듯이 이 와중에 결혼도 하고 결혼한 딸은 머지않아 아이를 갖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동부로 돌아간 아들은 새 차를 구입했다고 신나게 사진을 보내온다. 나도 이번 주부터 그 동안 뜸했던 골프를 다시 시작하려 레슨을 등록했다. 우리 가족은 아마도 스피노자처럼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아기가 태어나는 것이 근심이 아닌 완전한 기쁨과 축하가 되기를, 아들이 차로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기를, 골프장이 또다시 문 닫는 일이 없기를 바래본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중 하나인 하정우가 군 복무중 동티모르에 배로 이동하는 긴 항해를 했다고 한다. 17일 만에 도착해 육지에 첫발을 디디자마자 온통 밀려드는 진한 흙과 풀냄새, 그리고 꽃과 향기, 우리가 사는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그 아름답던 행성이 지금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다. 내가 만일 코로나 진성 판정을 받았다면 얼마나 불편할 가 상상해 본다. 건강하고 면역력이 넉넉하다면 회복되기도 하지만 최악의 경우라면 10일안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우선 가족과 격리, 병원에서 독방, 죽을 때도 혼자 죽는다. 그리고 화장.


그러니 우리가 아직까지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일 뿐이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천년만년 살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심정지가 온다면 생은 거기까지다. 심장은 내가 조종 할 수 있는 장기가 아니니까.


또 북미에서는 사고로 죽는 것 중 자동차 사고가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데 그래도 우리는 매일 차를 타고 다녀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이 내 차를 받는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결혼식이 끝나고 아들을 공항에 데려다 주며 말해주었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라고, 너무 먼 미래를 계획하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그냥 오늘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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