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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눈 울타리 봄 기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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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5-26 07:46 조회9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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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aa90d1f53954216fae02a70314f3acf_1564085313_3209.jpg 이승돈 /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산수유꽃이 때 아니게 입을 뗀 건

지난 가을 너무 많은 꿀을 주인에게

도둑 맞았던 가난한 벌들이


겨우내 벌통 속에서 잉잉대며

부채질 농성으로 봄을 재촉한 탓일 게다


눈 속에 잠긴 산울림을 깨우듯

산수유꽃잎 싣고 간 개울물들

신등성이 타고 내려가 가재를 만나고


겨우내 기브스한 얼음 계곡물

속으로만 타고 흐르던 온기 속에

가재는 금모래 물어다 재방을 쌓고

하아얀 은모래밤을 한 뼘씩 내몰고 있다


빗물 발라낸 맑은 날 따라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옥수수 눈 밭 기슭 오슬오슬 

마음 경계태세 풀고 언 발 녹이던

주린 참새들도 인적에 놀라 달아났고


신뢰처럼 두터운 털을 단 짐승들은

네 발자국 지녀야 마음이 놓였다


도토리묵처럼 굳어가는 어둠들 

눈 맞아 휘어진 등걸 밤새 얘기하던 

장작불 열정마저 풀썩 주저앉은 후


새벽별로 하산하는 이른 아침

삽살개 한 마리 동무 삼아 나설 땐

 

나무들도 나긋 기지개 펴는지

산모롱이 하나씩 접힌 허리 펼 적마다

눈 터는 바람소리 키가 훌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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