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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 포도계의 샤넬, 황제의 멜론···MZ세대, 과일로도 플렉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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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중앙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6-04 03:00 조회9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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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딸기 보다 2~3배 이상 큰 킹스베리 딸기. 사진 쓱닷컴

“재작년 이맘때 파리 재래시장에서 먹은 납작 복숭아가 그립네요.”

 
6월 복숭아 철이 시작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납작 복숭아’를 찾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납작복숭아는 코로나19 확산 전 유럽 여행 때 반드시 맛봐야할 과일로 꼽히곤 했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프리미엄 과일을 마치 명품백처럼 ‘인증샷’으로 올리는 사람들이 늘면서 입소문이 난 것이다.

이들은 과일을 지칭할 때도 그냥 복숭아·딸기·포도가 아니라 설향·킹스베리·죽향·캔디하트·블랙사파이어 등 품종명을 쓴다. 인스타그램에는 프리미엄 과일 관련 게시물이 10만건이 넘는다.
 

과일도 '사진발' 잘 받아야 인기 

납작 복숭아는 유럽 여행객의 입소문을 통해 SNS에서 '유럽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과일의 품종을 따져 먹는 소비 트렌드는 매년 더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프리미엄 딸기가 대세였다. 일반 딸기보다 크기가 2~3배 이상 큰 킹스베리, 연분홍색의 만년설 등은 소위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한 모양으로 화제가 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5월 딸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 증가했는데, 프리미엄 딸기 매출 성장률(33%)이 실적을 이끌었다. 전체 딸기 매출에서 프리미엄 딸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에서 30.6%로 늘었다.    
 
신선식품 쇼핑몰 마켓컬리도 지난해 딸기 품종 6개를 추가해 총 9가지를 판매 중이다. 설향·죽향·아리향·금실·장희·육보·만년설·메리퀸·비타베리 등이다. 지난해 설향 판매량이 4% 증가하는 동안 신품종 딸기 판매량은 1341% 급증했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평범한 딸기가 아니라 못 보던 품종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인 머스켓이 쏜 이색 과일 열풍 신호탄 

샤인 머스켓은 2019년을 휩쓴 이색 과일로 꼽힌다. 사진 이마트

특별한 과일을 구매해 ‘인증샷’을 올리는 소비 현상은 ‘포도계의 샤넬’로불리는 샤인 머스켓 열풍에서 시작됐다. 한 송이에 1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없어서 못살 정도의 인기였다. 이마트에서 2019년 가장 많이 팔린 과일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반포동에 사는 워킹맘 한모(35)씨는 “3~4년 전 마켓컬리에서 샤인 머스켓은 입고되기 무섭게 다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며 “못 보던 과일을 보면 아이들에게 한번쯤은 맛보이고 싶어 비싸도 꼭 산다. 자주는 못 먹일 것 같아서 사진도 찍어두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명 '하얀 딸기'로 유명한 만년설 품종은 연한 과육에 단맛이 강한 편이다. 사진 롯데마트

이에 유통업계는 ‘제2의 샤인머스켓’을 발굴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과육이 붉은 홍자 멜론, 외형이 백자를 닮은 백자 멜론, 중국 황제의 진상품으로 알려진 하미과 멜론, 사과처럼 깎아 먹을 수 있는 애플 수박, 과육이 노란 블랙보스 수박, 사탕 못지 않게 단 캔디하트 포도 등 모두 고당도 신품종이다. 채소 역시 스테비아 토마토, 샤인 오이 등 단맛을 강화한 새로운 품종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일도 '플렉스' 하는 세상  

신세계 백화점이 지난해 5월 강남점 VIP 고객에 한 해 선보인 과일 구독 서비스는 시행 10개월 만에 신청 고객이 3배 늘어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신세계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과일이 인기인 이유에 대해 명품 플렉스(flex·과시) 현상과 결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남들은 쉽게 먹어보지 못한 과일 사진을 SNS에 올려 재력을 과시하고, 은근슬쩍 해외여행 경험도 알리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얘기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인증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이른바 ‘작은 사치’를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비싼 과일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인에게 귀한 과일은 ‘부의 상징’이기도 하다. 어떤 과일을 먹는지는 집안의 재력을 보여주는 지표였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故)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는 백남준 집안의 부유함을 설명하기 위해 서울에 딱 2대밖에 없는 캐딜락을 보유했고, 6.25 전쟁 아비규환 속에서도 파인애플을 먹을 정도였다고 회고담에 썼다. 
 

일본처럼 1000만 원짜리 멜론 등장할까   

설향 멜론은 겉과 속이 모두 순백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며 당도가 높다. 사진 롯데마트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이색 과일 수요가 늘어났다는 의견도 있다. 주부 김모(32)씨는 “태국에 가면 망고스틴·파파야·두리안 등 한국에 없는 과일을 원 없이 먹었는데, 2년째 해외여행을 못 하니깐 이국적인 맛을 자꾸 찾게 된다”며 “집콕 스트레스를 먹는 재미로 풀다 보니 고가 과일에도 쉽게 지갑이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일의 다품종화 추세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백화점 식품 담당 직원은 “명품 과일을 찾는 소비자는 매년 더 고급스럽고, 새로운 품종을 찾기 때문에 이색 과일을 발굴하는 업무가 중요하다”며 “특히 과일의 선물용 수요도 매년 늘고 있어 한국에서도 일본처럼 한 알에 50만원 하는 딸기, 1000만원에 낙찰되는 멜론 등이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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