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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무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06-24 09:24 조회1,6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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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783364_rVaAFz1x_bba282194a4576969a6f9cb0b1d09989be4a0d70.jpg송무석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지구 생명의 역사는 35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후, 지구상에 무수한 생명이 살고 죽어 갔다. 어떤 생물 종들은 실러캔스처럼 수억 년 넘게도 종이 멸종되지 않고 이어지는 것도 있지만, 수백만 년도 못 유지되고 사라진 종들이 그보다 훨씬 많다. 그만큼 생존하고 번식하며 살아남는 것 자체가 이 생명의 별인 ‘푸른 별’ 지구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6백만 년 전 침팬지와 같은 조상에서 시작했다는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했거나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물 종 중에서도 아주 특이한 존재이다. 그 특이함이란 옷을 입는 유일한 생명이라거나 언어를 구사하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생태계에 미치는 인류의 영향을 뜻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지구상에 존재한 어떤 생명도 사람처럼 생태계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은 없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무법의 포식자였던 공룡도 지표면에 생존하는 동식물을 포식하는 생물이었을 뿐이지 사람처럼 기후를 변화시키고, 숲을 없애고, 물줄기를 바꾸고, 고갈시키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지표를 뚫고 들어가 대수층을 고갈시키고 오염시키거나, 천연자원을 채굴한 종(種)은 없다.

 

아프리카의 나무에서 내려와 초원으로 바뀐 땅에 두 발로 서기 시작한 인류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생명이었다. 체구도 크지 않았지만, 빨리 달리지도 못하고, 날카로운 발톱이나 이빨도 없이 맹수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은 미력한 생물이었다. 우리 인류가 여러 차례의 멸종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맹수에 맞서 함께 돌멩이를 던지는 등 서로 협동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류의 역사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인류는 선택받은 생물이 아니라 그저 무리를 지어 돌멩이, 몽둥이를 던지고 휘두르면서 먹거리를 찾아 떠돌아야 했다. 밤이면 맹수와 추위를 피해 동굴에 숨어 지내야 하는 가엾은 생명의 하나였다.

 

동굴이나 바위에 사람이 그린 가장 오래된 그림은 풍부한 먹거리를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이었다. 인류가 세상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 지어낸 신화나 정령 신앙은 우리가 얼마나 바람 앞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자연의 위험에 떨며 살아왔는지 잘 보여준다. 그런 인류는 농업의 시작 무렵부터 유순한 동물들을 가축화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축화는 다른 동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정당화할 필요를 만들었다고 본다. 마치 인류가 세상의 동물을 관리하고 이용할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것처럼.

 

1859년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으로 사람이 동물의 하나임을 알리는 지울 수 없는 지적 충격을 세상에 주었지만, 사람의 우월감은 그다지 손상을 입은 것 같지 않다. 도리어, 과학 기술의 발달과 산업 혁명으로 능력을 키워나가는 인류에게 다른 동식물이나 자연은 우리 마음대로 이용하고 훼손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대 문명의 발달은 도리어 인간의 능력에 대한 과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본다. 유발 하라리의 말처럼 인류는 자신을 점점 더 인간 신(Homo Deus)처럼 여기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지구상에 존재했거나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처럼 인간도 지구라는 삶의 터전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에게 생태계를 유린할 권리는 없다. 수억 년간 지구의 무법자였던 공룡들도 결국 생태계의 변화로 멸종하고 말았다. 인류는 6백만 년간 이 세계에 존재했으나 대부분의 기간 다른 포식자에 잡아 먹힐까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 후 불과 십만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거대한 포유류 등 다른 생물들을 서서히 멸종시키면서 지구라는 행성의 최고 포식자가 되었다.

 

이러한 인류가 영원히 지구의 주인이나 최고의 권력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답은 결코 아니다. 앞으로 수만 년도 지구에서 인류가 번영하리라고 믿기 힘들다. 인류는 스스로 이룩한 발전의 덫에 걸리고 말았다. 지난 2세기 동안의 급속한 과학 기술 발달로 나타난 인구 증가, 소비 조장과 자연 파괴는 지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어둡게 만들었다. 그뿐인가? 핵에서, 인공지능, 생명과학 등은 이를 누군가 악용하거나 단순히 잘못 다루면 인류의 존망을 좌우할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류의 발전이 도리어 인류의 멸망이나 쇠락을 부를 마중물을 부은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러, 우리가 할 일이 이러한 가공할 기술과 발전을 가속해 상대방을 제압하고 이익을 독식하기 위해 온 세계가 경쟁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동차에서 제일 중요한 장치는 브레이크”라고 한다. 이제 인류는 바로 이를 마음에 새기고, 스스로 절제하고 삼가야 하는 상황에 도달했다. 새로운 기술, 화학 제품을 개발하고 적용하기에 앞서 조심스럽게 그것이 인류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꼼꼼히 검토하고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인류도 결국 진화의 산물이다. 우리 말고 누가 인류가 이 지구의 주인이라고 인정해 줄 것인가? 우리는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다만, 지금 지구에서 가장 우월한 생명체로 삶을 지구라는 터전에 의존하는 생명체의 하나일 뿐이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는 인류의 힘이 과거와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지금 매우 위험하다. 이제 우리 인류를 포함한 생태계의 안전도 우리 자신의 존망도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과도하고 성급한 발전의 추구는 인류에게도 생태계에도 독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약한 원시 인류는 협동을 통해 살아남아 오늘날의 위대한 문명을 이룩했다. 이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고 단 하나뿐인 우리의 삶터에서 오래도록 번영을 누릴 길은 우리의 엄청난 힘을 슬기롭게 상호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통해서 쓸 때만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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