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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귀 빠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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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1-02 14:39 조회1,2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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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귀 빠진 날. 우리가 흔히 생일을 이야기할 때 또 다른 말로 쓰이기도 한다. 누가 생일이라고 하면 “오늘 귀 빠진 날이라며? 미역국은 먹었어?” 하고 물어본다. 생일을 이야기할 때, ‘귀 빠진 날’이란 말을 무심코 쓰기도 했지만 정작 정확한 뜻은 모르고 있었다. 생일날이 왜 귀 빠진 날이 되었는지, 도대체 생일이랑 귀가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에서 구글 검색으로 귀 빠진 날을 찾아보았다. 네이버에 나와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생일을 ‘귀 빠진 날’이라고 합니다. ‘귀 빠지다’는 말은 ‘태어나다’를 뜻하는 속어입니다. 정상분만은 아기 머리부터 나옵니다. 자연분만의 경우에 아기가 태어날 때 산모가 가장 고통스러워할 때가 아기 머리, 특히 이마 부분이 나올 때인데 이마가 무사히 나오기만 하면 이윽고 바로 귀가 나오게 됩니다. 귀가 빠져나오면 아기가 90프로 나온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즉, 귀가 빠진다는 것은 가장 힘든 고비를 넘기고 아기를 낳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귀빠졌다’는 말은 ‘아기가 나왔다’, ‘태어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귀 빠진 날은 생일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

 

   생일은 내가 태어난 걸 축하받는 날이기도 하지만, 힘들게 나를 낳아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는 날이라는 걸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생일 때 미역국을 먹는 이유도 자식이 태어난 날, 즉 어머니가 고생하신 날에 어머니와 같이 미역국을 먹음으로써 어머니를 다시한번 생각하라는 좋은 뜻이 있다고 한다. 옛날엔 의료 기술이 많이 발달하지 않았고, 집에서 아기를 낳는 경우도 허다했다. 산모가 아기를 낳다가 아기가 사망한 경우도 있었고, 태어난 이후에도 영아 사망률이 높아서 출생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도 많았다. 내 주변에도 보면 실제 자기 생일 날짜보다 생년월일이 늦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귀 빠진 날은 이처럼 나와 어머니가 함께 하는 날임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생일 때 꼭 어머니께 나를 낳아 주신데 대해 감사드리는 전화를 해야 한다는 말을 했던거구나 하고 이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귀빠진 날에 작년과 올해는 저를 낳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어머니께 전할 수가 없었다. 몸이 편찮으셔서 지금 병원에 계시기 때문이다. 내년엔 한국 방문을 해서 어머니께 저를 세상에 첫 선을 보여주심에 감사하다는 말을 꼭 직접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귀 빠진 날은 시월달이다. 양력과 음력이 월과 일을 거꾸로 하면 되어서 기억하기도 쉽고, 헷갈릴 염려도 없었다. 캐나다 추수 감사절과도 가까워서 먹을 거리도 풍부하고, 이맘 때쯤이면, 햅쌀도 나오고, 많은 햇과일이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내가 어릴 적엔 생일을 음력으로 지냈다.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시절이라 멋진 파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짜장면을 시켜 먹는 정도가 최고의 생일 날이었다. 몇 해전부터 가족끼리 생일 챙겨주기를 하고 있다. 조금씩 돈을 모아 생일인 사람에게 생일 선물을 하고, 가족들이 다 모여서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고, 생일 케잌으로 생일 축하 파티를 한다. 주일 미사때 생일인 가족 이름으로 봉헌을 하고, 축하해 준다. 올 해 내 귀빠진 날에는 아내가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 팔보채, 볶음밥까지 다양한 중국요리로 저녁 식사를 하였고, 큰 아들 녀석은 방수가 되는 운동화를 선물했고, 막내 딸내미는 내게 후디 옷을 사 주었다. 맛있게 저녁을 먹은 후에 치즈케이크로 생일축하 파티 시간을 가졌다. 케이크 위에 내 나이 숫자만큼의 초에 켜진 촛불을 끄며, 소원을 빌었다. 마음 속으로 눈을 감고, 간절히 내가 원하는 것을 청했다. 온라인에서도 지인들로 부터 많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지난 일요일 미사 때는 내 이름으로 생미사 봉헌이 이루어졌다. 내 귀빠진 날은 많은 사람들이 축하해 주고, 기억해 준 특별한 하루였고, 내겐 무척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완전히 나만을 위해 만들어졌고, 내게 주어진 최고의 순간이었다.

 

   귀 빠진 날을 지나며 내 나이에 또 하나의 숫자가 더해졌다. 귀 빠진 날에 처음 나왔던 귀는 내가 60세가 되는 나이가 되면 공자가 논어에서 이야기한 대로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 이순(耳順)의 순한 귀로 바뀔 것이다. 이제 매년 귀 빠진 날이면 어머니가 함께 생각이 날 것 같다. 귀 빠진 날은 내가 태어난 날이고, 어머니께서 나를 낳으신 날이란 걸 같이 기억한다. 올해는 그런 어머니가 더욱 생각나고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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