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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1-12-15 07:59 조회9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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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사람은 죽기 위해 태어난다.

  그러나 영원히 살기 위해 죽는다 - 유대인 격언

 

 납골당을 계약했다. 예전에는 화장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축축한 땅속에 묻혀 시신이 썩어가는 것보다 화장이 깔끔한 듯 보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유골을 강이나 바다에 뿌리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캐나다에서는 그것이 불법이란다. 정 뿌리고 싶으면 배를 타고 수 킬로미터를 나아가 공해상에 뿌려야 한단다. 그래서 납골당을 알아보기로 했다. 무엇보다도 우리 부부가 죽으면 두 딸아이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캐나다에서 천애 고아가 되고 만다. 항상 좋은 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삶이 힘들어 어디 가서 울기도 하고 푸념도 해야 할 텐데 우리가 세상에 없으면 어디 가서 울고, 하소연을 할 것인가? 그럴 때 찾아갈 곳이 하나쯤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납골당 전문 A사와 B사 두 군데를 답사하기로 했다. 와이트.락 근처에 있는 A사를 먼저 방문했다. 필리핀계로 보이는 상냥한 여성 상담사가 납골당 투어를 해주었다. 최근에 지어진 납골당 건물로 우리를 안내했는데 이제 막 분양을 시작했는지 실내는 대부분 비어있었다.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제일 작은 일인용(12"by 12")이 $15,000부터 시작했다. 지대가 낮고 주변에 시냇물이 흐르며 작은 호수가 여기저기 있어 전체적으로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다음에 방문한 B사의 납골당 건물은 지대가 좀 높은 곳에 있으며 주변도 쾌적하고 밝아 보였다. 가격도 A사보다 저렴하고 말 잘 통하는 친절한 한국인 상담사가 있어 이곳을 택하기로 했다. 크기와 층수에 따라 가격이 많이 달랐다. 총 8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에도 로열층이 존재해 3층에서 6층은 비싸고 1층과 8층은 다소 저렴했다. 3층에 위치한 2인용(12"by 16")을 계약했다. 성당 신자는 10% 할인을 해준다. 그리고 일시불이 부담되면 할부 납입(4년)도 가능하다. 내친김에 장례보험(Funeral Insurance)에도 가입했다. 보험에 가입하면 장례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전문가들이 대행해 준다. 화장과 염, 관과 유골함 준비, 리무진 대여 그리고 외국이나 타주에서 사망해도 회사 직원이 파견되어 유족과 함께 시신을 인수해 온다고 한다. 사망신고, 정부지원금(CPP) 신청 등 행정절차도 대신해준다. 그야말로 전화 한 통화면 장례의 모든 절차를 대행해 주니 유족들은 그저 평온한 상태에서 문상객만 맞이 하면 된다.

                                                                        

 영원한 안식을 취할 마지막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잘 보낸 하루가 편안한 잠을 주듯이, 잘 쓰인 일생은 평안한 죽음을 준다.’고 말했다. 일생을 잘 살아왔다고 말할 자신은 없지만 열심히 살은 거 같기는 하다. 고희를 넘긴 지금 10년을 더 살지 20년을 더 살지 모른다. 오늘 하루를 잘 보내면 잘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 남은 생도 잘 산 게 되지 않을까? 계약을 마치고 나오며 아내가 한 말이 가슴에 남는다.

 

 “우리가 결혼 후 평생을 같이 살아왔는데 죽어서도 같은 집에서 지내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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