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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버려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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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2-09 07:11 조회9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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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나이가 들며 그동안 쌓아 두고 살던 것들을 버려야 하는데, 소중한 추억이 깃들어 있는 물건들은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인생의 여정에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던 증표들도 있어서 버리려고 내놓았다가 다시 거두어들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일부분은 버린 것들도 있다. 부모님께서 오래전 멀리 캐나다에 이민 온 맏딸을 그리며 보내 주신 친필로 적힌 가슴 적시는 편지들은 더욱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저 손으로 펼치고 만지다가 다시 집어넣으며 좀 더 서서히 정리하자며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미루게 된다. 또한 젊은 시절 열심히 연구하며 살 때의 실험 노트들, 연구 실험 결과 서류들, 연구 논문집들을 쉽게 버릴 수가 없다. 나의 열정의 분신같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내용의 메일들을 프린트하여 모아둔 파일들도 언젠가는 모두 버려야 하니 앞으로 정리하며 버려야 할 일이 태산이다.

 

  대학에 입학한 1969년부터 작은 수첩 다이어리에 매일 중요한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1976년에 캐나다에 이민 오게 되면서 소지품을 정리하며 1975년까지의 수첩 다이어리 7개는 버리고 왔다. 현재 도합 46개의 기록된 수첩 다이어리가 있다. 요즈음 컴퓨터로 파일을 만들어 삶의 주요 사건 기록들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난날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새롭게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들의 사랑과 배려를 새삼 기억하게 된다.  젊은 시절 바쁘게 열심히 살아온 것을 돌아보며 쉼표의 지점에서 바라보는 것 같다. 남편이 연구개발 회사에서 근무할 때에 학회 참석 및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출장 다닌 날짜들을 보며 열심히 수고 많이 하였음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주로 잠들기 전에 하루 일을 돌아보고 주요 사건을 기록하고 좋은 일, 궂은일, 도움이나 감사의 표시를 받은 일, 반대로 내 쪽에서 마음의 표시를 한 일에 관하여도 기록한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났는지, 식사를 같이한 것, 어떤 곳을 방문하였는지, 주요 구매품 등을 기록한다. 의사와의 만남에서 주요 결과를 기록하는 노트는 별도로 있지만, 수첩 다이어리에도 간략하게 적어 놓는다. 수첩 다이어리에 매일 요약 단어 식으로 기록하는 일은 매일 잠자기 전에 칫솔질하듯 일상이 되어 어언 53년째가 되는 셈이다. 수첩 다이어리는 삶의 기록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워낙 수첩이 많아서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우리 식구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사진 앨범도 엄청나게 많은데, 후에 이사하게 되면 절대적으로 버려야 하겠기에 남편이 예전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스캔하여 컴퓨터로 옮기고 있다. 예전에 포터블 촬영기로 찍은 동영상들과 캠코더로 찍은 동영상들은 DVD로 옮겨 놓았다. 요즈음에는 스마트 폰으로 쉽게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기록으로 남기기에 훨씬 편리하게 된 것 같다. 생일 때에 귀여운 손주들이 만들어 주는 수공예 작품들,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자작 카드들을 사진 찍어 보관할 수 있다. 반대로 우리 쪽에서 손주들에게 주는 선물들도 사진 찍어 놓기도 한다. 수첩 다이어리와 함께 더 자세한 추억의 기록들이 될 것 같다. 컴퓨터에 저장되는 파일들은 장소를 차지하지 않게 되니 앞으로 가능한 한 디지털로 바꾸어 저장하려고 한다.

 

  최근에 우리 부부는 그동안 공부한 엄청난 양의 보화 캐기 성경 공부지들, 성경 공부 노트들을 버렸다. 남편이 나를 닮은 것인지 내가 남편을 닮은 것인지 남편도 기록하고 모아두는 성격이 있어서 많은 서류, 노트들을 보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0여 년간 설교 들으며 메모한 노트들, 회의 기록들, 성경 공부 지도를 위하여 공부하며 준비한 자료들, 등이 많이 있다. 그래도 일찍 버리고 정리하지 않았던 덕택에 우리 교회에서 역사가 들어간 책을 발간할 때에 우리 집에 온전히 보관되어 있던 교회 관련 사진들, 회의 보고서들, 기록 노트들이 있어서 자료 수집과 기록을 잘 할 수 있었다. 막연하고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지 않고, 사실에 입각한 사진들, 기록된 회의 보고서들은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역사를 기록하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였다.

 

  세월이 지나며 마음도 비우고 집안도 비워야 하는데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보관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 그리 간단하고 쉽지 않다. 천국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다 버리고 떠나가야 할 나그네 같은 이 땅에서의 삶이다. 이제 단순한 삶을 위하여 추억이 담긴 소중히 보이는 것들도 과감하게 버리고 정리해야 하는 방대한 프로젝트가 우리 부부 앞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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