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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3-09 06:51 조회7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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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아기가 자궁에 자리를 잘 잡았네요."
 "좋은 묏자리에 묻어다오."

  정자가 난자를 향해 달리는 순간부터 늙어 죽을 때까지 자리 쟁탈전이 벌어진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만이 승리자 인양 물불 안 가린다. 심지어 버스에서 영화관에서 학교에서 아파트 분양에서.... 멋진 자리에서 사진 찍는 일까지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안달이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 있다. 자연이다. 산은 강의 자리를, 나무는 꽃의 자리를, 새는 토끼의 자리를 서로 넘보지 않는다. 그저 본연의 자리에 만족해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그들의 자리를 강탈할 뿐.

  나는 하늘과 바다와 산, 자연이 어우러진 자리를 좋아한다. 꽃이 놓인 자리, 그림이 걸려있는 자리, 음악이 흐르는 자리처럼 분위기 있는 자리도 좋아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이 세상 어떤 자리도 다 좋을 것이다.

  작은집에서 가족이 오순도순 모여 앉은 자리는 행복해 보이고, 남을 위해 봉사하는 자리는 아름답다. 대궐 같은 집에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 자리는 썰렁하고, 자신만을 위해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자리는 불편하다.

  나는 엄마, 딸, 며느리, 언니, 동생, 시누이, 고모, 아내라는 자리가 있다. 뒤돌아보면 늘 간수도 못하는 자리지만 내 자리다. 머지않아 다른 많은 자리가 내 이름을 대신하겠지.

  창작과 예술 세계에서도 자리를 얼마나 잘 잡아 주느냐에 따라 생명력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글을 쓰면서도 나는 몇 차례 자리를 바꾸곤 한다. 자리를 잘 잡아준 글일수록 글이 살기 때문이다.

  부모의 자리, 자식의 자리, 배우자의 자리처럼 연분으로 된 자리와 선생자리 사장자리 정치가의 자리처럼 노력으로 얻은 자리가 있고, 대통령 자리처럼 하늘이 내린 자리도 있다. 자격으로서, 본분의 자리다. 그러나 과연 자신의 자리를 떳떳하고 정정당당하게 지키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자격도 없는 사람이 화려한 감투가 탐이나 돈과 연줄로 자리를 마련해 전전긍긍 자리를 보존하고, 고위 자리를 차지하려고 상대방을 헐뜯다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힘없는 자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원하는 자리를 목표로 희망을 키우기도 한다. 그러곤 하루아침에 바뀐 자리로 비굴해지거나 거만해진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자리에 앉고 싶은 대선 후보들이 온갖 거짓말로 상대 후보를 폄훼하며 자기만이 대통령감이라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오만과 뻔뻔한 행동은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만 안겨준다. 그저 국세가 아깝다는 생각뿐.

  윗자리 감이 아닌 사람이 윗자리에 앉겠다고 나서는 걸 보면 참 꼴값이다.

  세상에는 자리 값 이상을 하는 사람이 있고, 자리 값도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살 때, 그 자리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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