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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문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3-28 08:19 조회8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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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문학' 2022 신춘문예 당선작과 심사평

 

대상수필 부문:어미나무/김진아

 부문차상:모든 오래된 것들/박락준

 부문장려:()/한준태

시조 부문:차하:가을비/문현주

소설 부문:차상:호접몽/곽선영

 

 

총평/심사위원장 김해영

 

글쓰기는 어렵지 않으나 글짓기는 힘들며, 문학작품을 창작함은 더더욱 고되고 지난한  일이다. 삶의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상상력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감동으로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이 고단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신예들을 만나는 기쁨이 크며, 그들의 열정에 또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   

올해 시, 시조, 수필, 단편소설 부문에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내 주셨다. 수상한 시절에 막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교로서, 자신과 자신과의 대화 창구로서 글 쓸 기회가 더 많아진 덕이라 짐작한다.

독특한 소재로 아주 감상적이며 자극적인 문체로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글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진실성 있는 글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비록 서툴지만 삶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담긴, 진솔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작품 5편을 뽑았다.

은유와 상징을 통해 함축적인 시, 삶의 통찰을 문학적 향기가 풍기는 문체로 진솔하게 풀어 나가는 수필, 시의 특성에 외형적 혹은 내재적 운율이 더해지는 전통적인 시조,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두고 현실을 재창조해 나가는 소설에 도전하는 신예들의 작품이 길고 어두운 겨울의 터널에  풋풋한 생기와 향긋한 봄내음을 실어다 주길 바라며 총평을 마친다.

 

                                                                                                          –                    

  1. 부문별 심사평
    • 시 부문 -심사위원: 강숙려, 김석봉, 남윤성, 안봉자, 임현숙                                                            

한준태의 시들은 세상 살이에 대한 이치를 시로 표현하고자 했으나 진부한 시어의 선택과 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은유적 표현이 미흡했다.   그중  '설( )'은 첫눈에 대한 소회와 다짐을 잘 구사하였기에 장려에 올린다.

 

  • 시조 부문- 심사위원: 강숙려, 김석봉, 남윤성, 안봉자, 임현숙

문현주의 시조 ‘가을비’는 시적 정서가 안정적이고 시적 형상화를 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은유적 표현도 돋보여 차하에 올린다.

  • 수필 부문- 심사위원 민완기, 민정희, 심현숙, 조정

김진아의 글은 깊은 감수성과 오랜 시간 숙련된 단단한 필력이 느껴지는 글이다. ‘어미 나무’와 ‘조각보’ 두 작품 모두가 평범한 주변 사물을 통한 주관적 그리움을 형상화하여 담아내고 있는데, ‘어미나무’가 주는 감동의 울림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좀 더 가지치기를 하여 글이 늘어지지 않게 잡아주면 완벽한 작품이 되겠다. ‘조각보…’는 훨씬 더 정제된 표현과 캐나다라는 다민족이 구성하는 모자익 사회와도 연결되어 착상이 돋보였으나, 진정성과 깊이면에서 다소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탄탄한 문장력으로 주제를 향하여 끌고 나가는 저력이 있는 ‘어미 나무’를 으뜸으로 뽑는다.

 

  • 소설 부문- 심사위원 김해영, 이정순

평범한 주제, 간단한 줄거리, 단순한 등장인물들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대단하다. 평이한 소재로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한시나 인용 문구가 빈번하게 사용됨은 소설의 흐름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참신성이 조금 부족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들은 지속적인 문학 수업과 수련으로 얼마든지 보완될 수 있다고 믿어 차상에 올린다.

 짧고 상큼한 자극을 좇아 짧은 글만 선호하는 시대에, 인내와  지구력이 요구되는 소설에 도전하는 당찬 패기와 그의 감칠맛 나는 문장력에 박수를 보낸다.  


대상-수필  부문


어미나무 

 758783364_ljTOYf8r_b9380ddbf3fd667c8e122131c2f1509c4af37857.jpg 김진아

 

           캐나다 살이에서 공원 산책은 나한테는 수업 시간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나는 숲으로 등교한다. 캐나다 침엽수림은 전 세계 최고의 풍경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힐 만큼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자연 본연의 모습을 보존하려는 국가적 노력 때문에 북적이는 도시 한가운데에도 공립 공원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울창한 숲을 거닐 수가 있다. 아침의 신선한 바람을 힘 있게 들이마시고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다. 산책의 대가들만 비밀처럼 다녀간 오솔길을 찾아 깊이깊이 들어가면 새들이 초로롱, 짹짹짹 지저귀며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두꺼비도 거나하게 트림 소리를 들려준다. 선사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것이 아닐까…. 백일몽을 꾸며 걷는다. 그러다가 이내 멀리서 구급차 소리가 교실에 들어오신 호랑이 선생님처럼 나를 흔들어 깨운다.

           공원에는 유난히도 내 눈에 띄는 나무가 있다. 종류는 다르지만, 형태는 같은 널싱 트리(Nursing tree)라는 별명을 가진 나무다. 우리말로 번역해 본다면 '유모 나무', '젖 먹이는 어미 나무' 정도가 되겠다. 이 나무는 밑동 지름이 1m 남짓 되고, 한때는 여봐란듯이 기세를 떨쳤을 법한 아름드리 덩치를 가졌다. 그런데 불현듯 맞닥뜨린 태풍의 습격에 허리가 잘려나갔다. 죽은 지 수년이 지난 듯하다. 그런 나무 밑동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씨가 심어지고, 살아 있다고는 할 수 없는 주검에서 나무는 부활하여서 한 생명을 키우기 시작한다. 간혹 새 삶을 시작한 어린 나무 중에는 어미 나무의 양분을 완전히 흡수하여 어미 몸이 자기 몸인 양, 밑동을 장악해서 실로 살벌하게 성장하고 있다. 늙은 어미는 피부가 부스러지고 그 살이 분해되어 가는데, 어린 것은 푸르고 싱싱한 자태를 뽐낸다. 이 나무를 보노라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색게 하는 생명의 신비가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의 매일 찾아가 공원을 걸을 때마다 어미 나무와 마주한다. 어미 나무를 만날 때마다 한국에 계시는 엄마 생각이 난다. 나무의 모습이 자식을 키우는 엄마 같은 형상이라고 여긴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어미 나무를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다. ‘엄마, 오늘도 안녕하셨어요?’ 속말로 인사를 하게 되었다. ‘엄마, 있잖아, 어제는 이런 일이 있더랬어….’ 하루를 살아 낼 힘을 얻으려고 숲으로 발길을 향한 날일수록 어미 나무하고 수다를 떨었다. 엄마는 나를 가지고 하도 입덧이 심해 생쌀을 씹어 삼키면서 참았다고 하셨다. 내가 일곱 살 때 혼자가 되시고 막 한 살을 넘긴 남동생과 나를 키우셨다. 먹을 것이 없어, 하루에 두 끼를 먹을 때가 많았는데, 그 중에 한 끼는 라면이었고, 그나마도 면을 오누이에게 먹이고 엄마는 국물만 드셨다. 고단한 인생을 버티시면서 엄마는 “너희 때문에 내가 살아.”라고 말씀하셨다. 이민 초기에는 엄마에게 전화 걸 때마다 우셨다. “왜 그렇게 멀리까지 갔니, 밥은 잘 챙겨 먹는 거니, 힘들지, 보고 싶다….” 내가 너무너무 멀리 가서 볼 수도, 안을 수도 없다 하시면서 서운해하셨다. 엄마는 여전히 나를 어린애로 생각하시고 애처로워하신다. 그런데 자식인 나는 이역만리 타향에서 아이들을 넷이나 낳고, 제 새끼 키우느라, 그 새끼의 어미 노릇 한다고, 우리 엄마 돌볼 여력이 없다. 엄마를 생각하면 불안하면서도 내 몸은 여기에 붙들려 있는 것이 애달프다. 너무 늦지만 않게 엄마에게도, 나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고대하는 수밖에.

           이민자의 삶은 화분 갈이 한 식물에 비유되곤 한다. 옮겨심기한 나무가 새로운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 땅에 뿌리도 잘 내려야 하고, 물도 햇살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옮겨 심긴 나무가 새 흙에 까다롭게 굴면 큰일이다. 새로운 물과 공기에 맨입으로 버티려면 평소 닦아 놓은 체력으로 한동안은 견딜 만큼 강해야 살아남는다. 강풍이 휩쓸고 간 후에 공원을 걷는 날이면 여기저기에 쓰러지고 허리가 꺾인 나무를 만난다. 그 옆을 지날 때면 그 뿌리가 나무 덩치에 비해 굵지 않음에 놀란다. 그리고 나도 이 땅에 깊게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저 나무와 똑같이 어려움이 닥치면 쓰러질 것이라고 내 처지를 대입하고 마음 아파한다. 캐나다에 이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다니던 직장에서 허리를 다쳤다. 한국에서는 공부만 하고, 사무실에서만 일했던 사람이 몸 쓰는 일을 요령 없이 하다가 다친 것이다. 우리는 며칠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안이하게 생각했다. 회사에 복귀하고 작업 중에 허리를 다쳤다고 보고했지만 인정해 주지 않았다. 산재보험도 적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남편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결국 일을 관두었다. 자비로 척추 전문의를 찾아가고 용하다는 한의원을 수소문해서 찾아가서 침을 맞았다. 수입이 없이 몇 개월 동안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였다. 거의 2년 가까이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돈을 모두 써버렸다. 사는 것이 너무나 막막했다. 두 아이의 어미였던 나는 구세군에도 찾아가고, 푸드뱅크(Food Bank)에도 등록하여 기저귀며, 분유, 달걀과 우유를 타 왔다. 오후에 가면 음식이 떨어져서 허탕을 칠 수도 있어서 새벽부터 줄을 서 있어야 했다. 아무리 일찍 나서도 내가 일등인 적은 없었다. 그곳은 세상 다양한 인종이 모인 나라의 특징을 한눈에도 확연히 증명하는 집합소와 다름없었다. 푸드뱅크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다. 오로지 지역 커뮤니티 힘으로 운영된다. 우선은 대형 슈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가까운 식료품들을 기증한다. 유통 중에 포장이 찌그러졌거나 판매 중에 흠집 난 음식들이다. 조금은 시들고, 조금은 썩은 것도 있다. 변두리 농장에서 추수했지만 판매하기 어려운 과일, 채소를 기부한다. 대형 제과점에서도 갖가지 빵을 대량으로 기부한다. 학교와 단체가 각종 행사를 통해 수시로 푸드뱅크에 기부할 캔 음식을 모은다. 그렇게 온갖 방법으로 모은 음식을 나와 같은 사람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2년 동안의 시간은 강풍과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우리 부부의 허리 밑동이 꺾여버렸다. 그럼에도 집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허리가 잘린 나무는 씨앗을 받아 어미 나무가 되기 전까지는 나무토막에 불과하다. 생명이 아닌 책상, 옷장같이 무생물이다. 그러나 은근과 끈기로 봄을 기다려 생명을 키우기 시작한 어미 나무는 더는 나무토막이 아니다. 죽음을 이긴 자다. 살아 있는 존재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죽음이다. 여기에 죽음을 이긴 자가 있다. 그에게 무엇이 두렵겠는가? 어미 나무가 자기 몸이 부스러지는 것을 아까워할까? 아니다. 오히려 기쁘게 자기를 내어준다. 어린나무를 키우는 일은 모든 두려움을 이기게 한다. 내가 푸드뱅크에 줄 섰던 순간들이 감사하다. 내가 엄마라는 이름으로 두려움을 이겨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나를 어미 나무라고 소개하기엔 부끄럽다. 우리 엄마가 진정한 어미 나무였다. 혼자 힘으로 남매를 키우느라 온 인생을 다 쓰신 엄마가 어미 나무다. 그리고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 일터로 나간 아이들 아빠가 바로 어미 나무다. 어린 시절 힘들 때일수록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말씀을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 어미 나무가 자기 몸에 뿌리내리고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어린가지에게 꼭 그렇게 말할 것 같다. '너희 때문에 엄마가 살아'라고 말이다. 

 


시 부문: 차상


모든 오래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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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락준


오늘 어머니 친구가 오셨다

저번 달에도 오셨고

아마 다음 달에도 오실 게다


두 노인네의 조용한 말 안에

아쉬움인지 두려움인지

한숨 섞인 웃음소리

먼지가 수북한 채 질기게 붙어있는

길 건너 오래된 간판처럼

익숙해진 인연


모퉁이 가로등 불 꺼지면

동네 늙은 고양이 장사 치른 날에

시커메진 알 수 없는 존재처럼

더는 오지 않는 단골손님


모든 오래된 것들이

새로운 것에게

자리를 내어 줄 때

나는 소리가 있을까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봐

두 사람 안에만 존재하는

그렇고 그런 곰삭은 이야기들

언젠간 사라지는

슬픈 이야기들.


시 부문: 장려


설(雪)


758783364_PeKCt7Ba_669b51d14ba1070f8c71693cab0cbde3f76b7ef7.jpg한준태


밤새 내린 하얀 첫눈

소복이 쌓인 우리의 바람


눈위에 새겨진 나의 흔적

내 삶의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는지

뒤돌아본 발자국 자취 없이 사라지네


첫 눈의 순결함 영원하기를 바라건만

왔다가 사라지는 서글픈 존재로

내 영혼 치료하며

위안주고 떠나 가네


흠 없는 도화지에 새로운 꿈 그려보며

아무도 걷지 않은 숫눈 길을

발자국 힘차게 새로 새기며

이제는 앞만 보고 걸어가리


시조 부문:차하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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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주


추적추적 비 내리는

늦가을 오후 한때

찬비에 흠뻑 젖은

세밑의 길손같이

괜시리 바쁜 마음만

흥건하게 젖는다


뿌옇게 안개처럼

묻어오는 빗발 속

후줄근히 젖은 심사

아는지 모르는지

멋모른 나뭇가지는

은구슬을 달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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