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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세상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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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석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4-27 07:06 조회6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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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살 때도 세상은 흘러갔다. 그 전에도 흘러갔다고 한다. 내가 스무 살 때도 세상은 여전히 흘러갔다. 얼른 흘러가면 나는 어른이 되고 나는 모든 것의 주체가 된다고 믿었다. 나는 어른이 된지도 모르면서 어른이 되었을 때도 내가 주체라는 주제넘은 생각을 했다.
정치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소견 때문에 경제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종교 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신념 때문에 나의 소견을 소외된 사람들의 소견과 함께 무시했다.

그렇게 살면서 나는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스무 살일 때도 세상은 여전히 흘러갔다. 흘러가면서 그 아이는 어른이 되고 다른 아이들도 어른이 되고 수행해 보지 못한 주체의 변방에서 나는 물러났다. 내가 철이 들었어야 했던 나이를 나의 아이들이 나처럼 지나가고 있는데도 나는 철이 안든 채로 어느 틈에 밀려나 있었다. 여전히 아이들은 아이들이었고 나는 그 애들이 두세 살인 것처럼 그 아이들을 책임져야 했다.
책임은 경제적인 문제다. 경제가 책임을 대변한다, 쉽게 말해서 돈이면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 우리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 하느님 사인도 받아온다는 돈은 누구의 책임이든 모두 대신해준다. (아, 이 이야기가 아니었는데)

나는 아직 철들지 못하고 나의 아이들도 아직 철들지 못하고 나의 세상도 아직 철들지 못하는데 세상은 흘러간다. 세상은 철들 필요가 없이 나의 깨달음만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칠십을 넘었어도 세상은 흘러간다. 그 뒤에도 흘러간다고 믿는다. 내가 팔십을 넘어도 세상은 흘러갈 거라고 한다. 내가 병원에 있든, 내가 땅 밑에 있든, 그 뒤에도. 나의 그 뒤가 오지 않을지라도 그 뒤에도 흘러갈 거라고 한다.
나이만 먹으면 노인이 된다. 나는 어른이 되지 않았는데도 나는 노인이 되었다. 다들 나를 노인으로 본다. 노인처럼 생겼으니까 소년이나 중장년 어디에도 마땅히 소속할 곳이 없으므로 나는 노년이다. 내 눈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신의 눈으로 판단하던 시절은 갔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있던 시절도 갔다. 믿을만한 사람들 찾지 못하고 그런 소문도 듣지 못한 채 그런 시간, 나의 사간은 모두 지나갔다.
모든 사람이 합심해서 나를 노인으로 보고 나는 거기에 저항하지 못하고 철이 들든 안 들든, 어른이 못 되도 나는 노인이다.

젊은이는 읽지 마라. 그대들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대들의 이야기가 아니어서도 아니고 그대들이 미숙해서도 아니고 그대들이 덜 배워서도 아니다. 세월은 아직 그대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아예 오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모른 척 할 수 있으면 모른 척 버텨라. 그렇지만 그것은 그대들이 결정할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내 소관이 아닌 문제가 많이 있다. 이렇게 나의 일마저 나의 소관에서 빠진다. 그래도 책임만은 면하지 못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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