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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울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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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10 16:15 조회5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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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에 대하여

 

“노래하는 새와 우는 새

슬퍼서 울고 배고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심지어 즐거운 일이 있으면 이번에는 즐겁다 해서 운다. 아메리카의 슈우 인디언들은 잘 울기로 이름난 종족이지만 그들도 결코 우리를 따르지 못했으리라. 울음과 눈물을 빼놓고서는 한국을 말할 수 없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것까지를 울음으로 들었다.

 

아무리 시시한 국산 영화나 방송극이라 할지라도 우는 대목만은 감히 어느 나라의 것도 그것을 따르지 못한다. 우는 연기만큼은 어떤 배우를 시켜도 훌륭하게 해치우는 것이다. 먼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유산이 바로 그 울음이요 눈물이기 때문이다.“

<흙과 저 바람 속에> 이어령

 

* 한국인의 한과 슬픔을 녹여 밖으로 용출되는 것이 눈물이다. 한국에서 눈물 연기를 할 수 없으면 배우가 아니다. 눈물이야말로 남에게 깊은 감동을 남겨준다.

슬프다면서 눈물이 없으면 그 슬픔을 실감할 수 없다.

 

 인간 본연의 저변에는 비극의 강이 흐르고 있다.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웃음보다는 울음이다. 한국인들이 그것을 잘 표현한다고 해서 유달리 슬픔에 잠긴 민족이라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것은 과하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눈물이기 때문에 한국의 연기자들이 우는 연기를 잘 한다고 하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새소리를 듣고 서양인들이 노래한다고 표현했다고 해서 우리도 덩달아 같은 말을 하기보다는 애절한 음양으로 들리는 두견새는 목이 쉬어서 흐르는 울음소리로 들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에 들리는 ‘짹 짹’거리는 참새소리를 들으며 운다고 여길 한국인은 없다.

 

 사전을 보면 울다(자동사), 울리다(타동사)는 어떤 대상이 울려서(떨려서) 소리가 날 때 쓰는 말이다. 반드시 눈물을 흘린다는 뜻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새, 짐승, 벌레 따위가 소리를 내는 것을 ‘울다’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종이 울린다, 나무기둥이 운다‘고 할 때 떨려서 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을 밤 창밖에서 귀뚜라미가 운다’고 하면 눈물을 흘리며 운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시인은 ‘새는 울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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