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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다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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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영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8-30 13:17 조회1,0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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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총총 걸어 해 중천에 뜨면 자리 만들어 둘 서넛 

흰밥 많이 넣으면 뚱뚱 심심 친구들 것 보다가 

뚜껑 열면 동글동글 김으로 두른 눈과 입이 즐거운  

그 맛은 내 손이 기억해 엄마의 맛을 낸다 

 

같이 가자 명동에 한창 바빴던 청바지 입던 날들 

무언가 도와야 했기에 오는 길 오장동 물냉면 

그 맛을 이젠 동치미로 낸다 

 

배추 채 썰고 불린 녹두 쌀 맷돌로 갈아 

숙주의 아삭함 넉넉히 두른 녹두전 

노릇노릇 노란색의 맛은 녹아내리듯 포근해지고 

어깨 넘어 흘깃 봐 왔던 것 눈이 기억해 

언제든 엄마가 그리울 때 했었는데 

어느 나이 넘고보니 해야지 수차례 되뇌인다 

 

나박나박 썰어 빨간 물 투명한 유리그릇에 

여름이 그 안에서 물장구치고 시원함에 땀은 어디로 

 

천국 가시기 며칠 전 처음 만들어 본 

아, 이 맛이었네! 뻥 소리 내며 위아래가 

엄마는 나박김치에 밥을 화려한 접시가 바라봐도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깊고 칼칼한 개운함 

 

막내의 귓속말 열 손가락의 해를 넘기시라는 

그 약속 지키시느라 가시기 전 타들어 가는...  

드시고 싶으셨나 가슴 쓸어내리게 샘물처럼   

  

날개 달고 가셨다는 벨 소리 눈부시게 쨍쨍한 낮  

밀대로 만두피 만두 속 넣고 마음 아니게 왜 하는지  

불 위에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속이 꽉 찬 소담스런 

그때 알았다... 어른께 만들어 갔던 그 석수동  

 

엄마도 많이 좋아하셨던 한 그릇 담아 하늘로 퍼지는  

혼자 가시는 길에 따뜻한 것 드시고 싶으셨는지 

멀리 이곳까지 오셔서 내게 말씀하신 것 같이

 

곁에서 지켜드리지 못했던 마지막 그때  

그 순간 말씀은 못 하시고 입술의 무게 

멀리 있는 막내에게 알리고자 하셨던가 

 

고개 젓는 하얀 가운 모른다고 몇몇을 만났어도 

발긋발긋 솟아올랐다 여기 있지요 다른 곳에 발긋 

태평양 건너 오지 말라고 가시면서 

나의 발목을 잡으셨다 그곳부터 시작되었으니 

 

몇 주 지나 호전되지 않던 것이 자연스레 나으려는 듯 

이번엔 다른 것이 어떻게든... 눈 감으셨어도  

삼 년 전부터 거리 두게 만들던 녀석이 스멀스멀 소리 없이  

거리마다 보이지 않게 거품 되어 오른다고 

당신도 그 녀석으로 어느 공간에 계시다가 

 

아니면 물길 따라 그곳에 갔었을 텐데 

꼼짝없이 이곳에 있고 

엄마는 숨 막히게 맑은 하늘나라로 

 

밝고 환한 날 가셔야지 막내 덜 슬플까 

두 팔 동그랗게 기다리는 아버지 품으로 

십 년 전 가셔도 가신바 없는 둘 아닌 한자리 곁으로 

흙으로 물로 불로 바람 되어 오셨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으앙 큰소리로 올 때는 순서가 있지만 

움켜쥔 손 펴고 날아갈 때는 인연 따라 강을 건너게 될 텐데 

모였다 흩어지는 양손 흔들며... 한동안 

 

천사가 이끄는 천국으로 본래 자리로 

꿈에 사는 지금 꿈에서 엄마와 잠시 안녕을 한다 

뜨거운 여름날에... 

엊그제 삼학년 소풍 옆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김밥 나누던 사진 속 엄마... 엄마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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