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밴쿠버 문학] 나무 - 나무 거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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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구정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09-27 19:58 조회55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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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동
(사)한국문협 밴쿠버지부 회원
수령 오백년이 넘는 거목이 쓰러졌다.
할아버지 얼굴 주름처럼
인고를 지녔던 그 느티나무
쓰러지기전
철마다 아낌없이 보여주고
해마다 위로와 안식이 되어준
그 거목
낮에 잠시 찢겨나간 가지들을 보고 와서는
심란한 마음 밤새 달래기 힘들어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밤
차라리 외면하여 쓰러진 거목을 보지 않았다면
가슴 아프지도 심란하지도 않을 터인데
마음 연하여 밍그적 거리다가
오후 느즈막하게 발 길을 옮겨보니
그 무성한 형용색색의 잎사귀는
어디로 갔는지 다 치워져 있고
나무 밑둥만 뗑그라니 남겨진 그 실체.
철마다 거목이 품은 자태 아래에서
계절을 느끼고
세월을 배웠는데
휑하니 남은 나무 밑동을 보면서
시방, 거목의 부활을 염원하려는데
두 손이 쉽게 합장되지 아니함은
어인 연유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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