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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왕피천 은어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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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심현섭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2-12-04 03:07 조회5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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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피천 은어튀김

 

 불영사계곡을 나와 울진의 성류굴을 찾아갔다. 동굴 입구로 걸어 들어가는 길에는 길게 음식점들이 늘어서 있다. 어항에서 은어가 헤엄치고 있는 음식점을 지나는데 한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말했다. 

 “성류굴 구경하시고 꼭 들려주세요”

 “네, 알았습니다”

 나도 시원스럽게 화답을 해 주었다.

 입장료가 동행한 사위는 오천 원, 나는 국가유공자라고 무료란다. 입구에서 적외선 소독을 한 안전모를 하나씩 받아쓰고, 겨우 한 사람이 허리를 반 쯤 굽혀야 들어가는 좁은 입구로 들어갔다. 처음에 이런 굴을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의아하다. 동굴 안은 어둠침침해서 은근히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만일 불이라도 나가면 어떻게 하지”하고 혼잣말을 하니까 옆에 있던 사위가 서슴없이 “핸드폰 후래쉬를 켜면 되지요” 대처하는 방식이 영 다르다. 「동굴 안에는 9곳의 광장과 수심 4∼5m의 물웅덩이 3개가 있으며, 고드름처럼 생긴 종유석(鐘乳石),·땅에서 돌출되어 올라온 석순(石筍),·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기둥을 이룬 석주(石柱) 등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고루 분포하고 있다. 성류굴은 원래 신선들이 한가로이 놀던 곳이라는 뜻으로 선유굴이라 불리었으나 임진왜란(1592) 때 왜군을 피해 불상들을 굴 안에 피신시켰다는데서 유래되어 성스런 부처가 머물던 곳이라는 뜻의 성류굴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일반인은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동굴을 무수한 철 사다리를 놓아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좁은 입구로 이 많은 철물을 어떻게 날라 공사를 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어떤 연못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고기가 회유하고 있었다. 아니 여기 어떻게 물고기가 살 수 있지? 유기물이라고는 전연 없는 석회암으로 둘러싸인 물속에 커다란 고기가 태연히 헤엄치고 있었다. 메기 같지도 않고, 잉어 같지도 않은 물고기였다. 밖에 나와서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동굴 앞에 흐르는 왕피천이 범람하면 동굴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데 이때 함께 들어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동굴 구경을 마치고 허기 진 배로 조금 전 만났던 아주머니 식당으로 갔다. 

 “아주머니 아까 들려달라고 해서 들렸습니다.”

 “잘 해 드릴 테니 이리 앉아 보세요”

 왕피천이 내려다 보이는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섬진강에서만 은어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서도 은어가 나오고 있었다. 왕피천은 아직도 1급 수질로 은어를 비롯해서 산천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아주머니 자세히 보니 머리가 하얗게 센 게 성류굴에서 도를 닦고 나오신 도사님 같네요. 맞지요?”

 아주머니는 멋쩍게 웃으면서 하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메기 매운탕과 은어 튀김을 먹으려고 하는데..”

 “매운탕을 시키시면 은어 튀김은 3만원인데 2만원에 드릴게요”

 주인집 딸로 보이는 처녀가 나와서 “사랑아!”하고 부르니까 어디선가 귀여운 강아지가 뛰어왔다. 아니 사랑이라니 우리 집 막내 이름을 강아지 이름에 붙이다니. 처녀보고 강아지 이름 누가 지었냐고 물었다. 어느 손님이 귀엽다고 지어주고 갔다고 한다.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나무그늘에 앉아 메기 매운탕에 동동주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켰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메기 매운탕인가. 밴쿠버에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들만 골라서 먹어도 한국에는 넘쳐난다.

 “여보, 은어 좀 잡아와야 하는데 어쩌지”

 주인아저씨가 목발을 짚고 절룩거리며 나타난다. 흰 머리 아주머니가 푸념을 늘어논다.

 “얼마 전에 넘어져서 발목이 부러졌어요. 글쎄. 은어는 매일 필요한데 낚시를 못하니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바로 옆에 왕피천에서 낚시로 은어를 잡아다 한 접시에 몇 만원씩 받고 파니 현대판 봉이 김선달처럼 느껴졌다.

 

 주인아저씨가 힘들게 목발을 평상에 걸쳐놓고 앉았다. 은어들이 헤엄치는 어항을 보고 내가 ‘은어는 저게 다 자란 건가요’하고 물었더니 은어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서였다. 

 은어는 1년생 양측회유성 어류라고 한다. 양측회유성이란 산란과 무관하게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 종류를 가리킨다고 한다. 은어는 비록 민물에서 부화하여 바다로 내려가 자라지만, 산란기 이전에 일찍 다시 강으로 올라와 몇 개월 살다가 알을 낳는다. 은어 알은 지름이 1 mm 남짓한데 물이 맑고 차가운 강 상류에서 10~11월쯤 부화하는데 산란 장소로 차고 맑은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에 민감하다고 한다. 은어 치어들은 10~12월에 바다로 내려가 성장하다가 몸길이가 4-9 cm쯤 되는 3~6월이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강이나 계곡으로 올라와서 7~8월이면 몸이 완전히 성숙하여 최대 30 cm까지 자란다고 한다.

 은어는 민물고기 중에서도 고급식재로 살과 내장에 베어든 특유의 향이 일품으로 몸통에서 신선한 오이 혹은 대개 달달한 수박 향이 나는데, 이 때문에 영어로 sweet fish라고 불린다. 회로 먹기도 하지만 구이와 튀김으로 많이 먹는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몸통 전체를 뼈까지 다 먹을 수 있어 영양가도 훌륭하다.

 갈 길이 먼 우리는 일어났다. 오래 전 화개장터에서 섬진강 은어를 먹어보고는 처음이었다. 맛있는 은어 향이 입안에 감도는 것을 느끼면서 동해안 해변 도로를 강릉을 향해 신나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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