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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짧은 남행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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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2-21 16:16 조회5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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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까치까치 설날이 저문 밤  
'잎의 그늘'이라는 엄마 없이 피어난 꽃들.
그래서 가난한 차례상 밀쳐두고 남행 열차를 탔다

1/22
거슬러 회귀 하는 길
생애에 두 번째 열리는 문은 어느 길에 숨어 있을까
버드나무 아래 익산 사람이 모여 있다
사슴의 숲을 지나 구부러진 길은 녹슨 문을 향해 뻗어 있으리라
조그만 간이역에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

1/23
바람 불어서 좋은 날 
버려진 바람이 바람의 손을 잡는다
밤배에 뛰어오른 바람 희미한 새가 된다
다가오는 해일에 유달산의 별빛이 흔들린다

1/24
별을 삼킨 밤바다가 울부짖는 도두동 방파제에서 나는 꿈을 꾼다
추운 길 
아ㅡ 추운 길  눈꽃 내려 앉지 못하고 흩날리는 길
끝없이 떠도는 우리의 이야기

1/25
회귀의 강가에서 '춤녀'가 살아 났다는 소식
성산포가 하늘빛으로 젖는다
이윽고 달과 별이 뜬다
성산은 바다에 앉아 있는데  나는 어데로 갈까

1/26
오동도는 달빛이 좋아 아버지가 술 마시던 곳
낡은 숙소의  늙은 주인이 다가와 이불을 덮어준다
깨알같은 문서와 냉담한 약속 
나침판의 방향과 아롱거리는 네온불에 달빛이 내려 앉는다

1/27
북쪽 바람의 손을 잡고
구례 곡성의 온순한 섬진강 따라 
열렬히 갈망하였던 
찢어진 깃발의 잔해를 보며
하루를 연장하는 알약을 삼키고
하루씩 살 수 있는 꿈을 마신다
천 년의 사랑을 목말라 해서 광야의 끝 
어느 골목길의 불꺼진 방. 바람 불던 벌판.
멀고도 가까운 곳에서 들려오던 모습.
거친 바람에 사위어 가던 휘파람 소리
이제 멀어져 가네
잠 들어라  그리움이여

1/28
익명의 바람으로 예산 땅을 지나간다
바람이여  바람이여 노을길의 바람이여
큰 스님은 양지밭 고운 꽃향기 안에서 옳은 말씀하시네
낳고 죽음이 무에서 무라 하시네

1/29
죽지 않고 살아서 펄떡이는 방
호접란 천리향 잎 속에서 자라나는 십자가
석양빛 속에서 싸우는 숫소들의 혈투
비상하는 고목 위의 까마귀
사막 가운데서 태양으로 빛나는 소녀

1/30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 
오색 찬란한 황금 마차를 기다리는 간이역
아 ㅡ 사슴의 숲

그대 따스한 봄날에
꽃잎 타고 흐르며
그  꽃잎 설레임 위해서
구백층 지하 가시 절벽 올라
그 낙원에 다다라서
외쳤던 비명 그 소리 기억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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