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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감상평>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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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명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2-21 16:20 조회64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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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서론- 세계인의 베스트셀러와 한국인의 베스트셀러는 기준이 다르다. 이는 노벨 문학상이 주제에 집중한다면, 한국의 베스트셀러는 공감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불편한 편의점’이 그 예화인데 힘겨운 사람들이 편의점 알바를 하며 겪는 내용으로 코비드로 인해 꽁꽁 얼었던 독자들의 마음을 녹여 주었다.

 

 줄거리-염여사는 은퇴한 교육자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는 기차 안에서 파우치가 분실된 것을 알고 당황해하던 중 한 남자로부터 파우치를 보관하고 있다는 전화를 받는다. 양심적인 서울역 노숙자 독고씨가 정의감에 불타 두 명의 소매치기 노숙자와 싸워 파우치를 염여사에게 되돌려준다. 염여사의 아들은 편의점을 팔아 사업자금에 쓰려하고, 시현씨는 더 나은 직업을 찾기 위해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오여사는 남편이 가출해 형편상 일하고 있다. 야간근무를 하던 성필씨가 다른 직업을 찾은 바람에 독고씨의 성품을 파악한 염여사가 그에게 야간근무를 맡긴다. 독고씨는 편의점에서 알바 직원들과 잘 지내며 손님들과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인간미 넘치게 해결한다. 독고씨는 일하면서 노숙자 딱지를 말끔히 떼고, 기억 상실증도 회복되어 자신의 삶을 반추해 나간다.

 

 바닥의 삶-서울역 지하도에 가면 여기저기 누워있는 노숙자들을 볼 수 있다. 풍경이 워낙 험상궂어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들 모두가 인생을 헛살아 찬 바닥에 누워있는 것은 아닐 테고 나름대로 사연이 있을 것이다. 사업이 망해 재기할 수 없었거나, 아내와 자식한테 버림을 받았거나, 병들어 돌보는 사람이 없거나, 기타 등등. 안타까운 것은 그들이 회생을 포기한 점이다. 세상 사람들은 유유상종하길 좋아한다. 양질의 삶에 편승하길 원하고 상대에게 눈높이를 맞춰 희생하려 하지 않는다. 목사나 신부의 본업은 직업이 되었고, 위정자들은 자신의 권력에 집중하느라 사회의 바닥은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기다.

 

 바닥에 숨겨진 사연-사람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독고씨는 기억이 회복되어 자기가 의사였다는 걸 알게 되지만 본업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서 ‘꿈은 억압되고 억제된 소원의 위장된 성취다.’라고 말하듯이 그동안 독고씨는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은 위장된 억압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쓴다. 보상, 합리화, 투사, 동일시, 승화, 반등형성, 대치, 퇴행, 억압, 억제, 고립, 백일몽 등.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어기제로 현실을 대처하며 살고 있는 걸까.

 

 계층 형성-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한국인들이 자랑스럽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인은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다. 나라의 선전을 영화나 케이-팝, 문화예술인이 일궈낸다. 한국인들의 문화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평균치는 아니기에 위화감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위정자들은 입버릇처럼 공평하지 못한 세상을 물려 주어 반성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하는 일은 계층 형성과 싸움판이다. 세계는 냉전의 시대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성공한 사람들은 있다. 출중한 머리로 백분 노력하여 사회의 스타가 되었다. 그런데 사회에는 노력 분자 외에 회색분자도 있다. 정치 성향을 말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빈곤층이 퇴적암처럼 쌓인다는 뜻이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처럼 한국에도 신분을 구분하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입에 오른다. ‘세상이 지랄 같다.’고 푸념하던 일제 치하나 전쟁 직후의 세대들보다 지금은 젊은 세대들이 위기다. 그때는 모두가 어려운 세상이니 좌절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급회전하는 사회의 젊은이들은 ‘거위의 꿈’을 꾸기보다 ‘피할 수 없을 바에 즐기며 살겠다’는 철학을 갖게 된다. 문화나 언론의 조장으로 빈부의 장벽을 넘으려다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도 있다. 현실이 반영된 신조어 ‘영끌족’을 말한다. 그들은 무모하게도 영혼을 다 바쳤기에 추락하는 일만 남아 있다.

 

 사람을 살리는 일-염여사의 삶은 우리들의 모습이자 세상살이다. 염여사를 통해 세상이 아직 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염여사는 노숙자를 편견 없이 대한다. 일반적인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자기의 성공으로 착각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참견하려 한다. 염여사는 자식의 헛된 꿈은 단호하게 끊고, 알바생의 자존감은 살려주며 가능성이 있는 독고씨를 따뜻하게 대했다. 이타적인 삶을 사는 염여사와 재생에 대한 감사로 정성을 다하고 사는 독고씨, 이들의 사랑이 사람 살리는 일이었다.

 

 잘 사는 나라-노숙자가 없는 나라가 성공한 나라다. 한국의 지하도에 누워있는 군상이나 캐나다 밴쿠버 일부 지역을 점령한 마약 중독자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암덩어리들. ‘불편한 편의점’에서 시사한 것은 사람들이 협치할 때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밝아진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려면 정부와 지자체, 종교 단체, 개인에 이르기까지, 그 손길이 의무화 되어야 한다.

 

 결론- 어떤 일을 할 때 결과와 상관없이 뿌듯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이다. 난해하고 지루하지 않아 단숨에 읽은 소설이었는데, 사람을 귀히 여기는 철학이 들어 있었다. 김호연 작가는 호연지기 희망이 있는 글을 쓰겠다고 맹세했을 것 같다. 글 쓰는 일이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어 주는 거라면 이것이 덕을 쌓는 일이요. 세상을 바꾸는 일이리라.

 

 서점가에서 나태주 시집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도 그가 따뜻한 시를 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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