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2. 한계를 배우는 법- 좋든 궂든 경험을 통해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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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2. 한계를 배우는 법- 좋든 궂든 경험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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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01 08:03 조회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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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그레이스 리)


낯선 곳이지만 익숙한 벗님네 품에서 잘 자고 있어났다. 커튼 뒤편에선 황홀한 햇살춤이 펼쳐진다. 멋지다. 콘도가 제법 산마루에 자리한지라 30분 내려가면 오르는 길은 45분이 걸릴 거라 예상하고 타운을 둘러보러 8시 30분에 길을 나선다. 큰 길 만나는 데 걸린 배너, 담장에 핀 꽃들, 작은 카페 등을 기억하며 직진을 했다가 큰 길에서 우회전을 한다. 곧장 몇 블록 가면 어제 들어오던 자동차 길을 만남 직한데 벗들이 벌써 지쳐 돌아가길 원한다. 달려가 모퉁이 길을 들여다 보았지만 그 길이 아니다. 하는수없이 되돌아와 좌회전해야 할 모퉁이에서 옥소(OXXO, 컨비니언스 스토어)를 발견, 신기해 들어가본다. 작아도 너무 작아 바나나 한 꼭지, 사과 한 알도 없다. 어제 장을 못 봐 두 끼니를 누룽지로 연명을 했는데... . (첫 날 시작한 누룽지 요기가 결국 우리 팀 이름을 '누룽지팀'이라 명명케 한다.)


  둘이서 이약이약하며 10분쯤 가다 뒤 돌아다 보니 두 사람 오는 기척이 없다. 되돌아가 가게에 들러 "두 여자분(Dos Senoras)?"을 물으니 훠이훠이 손짓을 한다. 여행 첫 날, 벗님네 절반을 잃어 버렸구나. 대사관에 연락해야 하나? 아님 경찰서에? 뒤통수에 진땀이 흐른다. 사거리에 서서 어느 방향으로 갔을까 짐작을 해본다. 호기심 왕성한 아들이 여러 번 미아가 되곤 했다. 아이는 노상 높은 데를 향하여 맹목적으로 직진했던 습성이 있었다. 그걸 상기하며 옥소에서 직진, 살풋 오르는 길로 들어서 대여섯 블록 갔을까 저 멀리 빨간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간다. 벗님네 모자다. "여기요, 여기." 소리를 쳤다. 허나 못 듣고 앞만 보고 간다. 급한 마음에 길을 건너려니 양 방향 그득 차들이 밀려온다. 시야에서 놓칠까 봐 심장이 터지게 뛰는데 웬일로 뒤돌아서 내려온다. 눈이 마주친다. 휴, 첫번째 실종사고는 미연에 방지. 넷이 합체하여 새로운 행동지침을 세운다. 폴리스처럼 반드시 2인 1조로 움직이며, 두 팀 간 간격은 3미터 이내. 이 첫 날의 경험이 팀원의 한계( 최대 체력의 한계는 2시간 반, 방향과 거리 감각은 꽝)를 깨닫고, 그에 걸맞는 일정을 세우게 된다. 


좋든 궂든 모든 경험은 쓸모가 있다. 궂은 기억을 흘려 보내지 못하고 한으로 뭉쳐 두었다가 곱씹는 바보짓을 하지 않는 한.


건물 앞에 서서 자신있게 비밀번호를 눌렀다. 철창문이 꼼짝 않는다. 어라, 다시 누른다. 자꾸 눌러 탈이 났나 싶어 기다렸다 다시 해도 큰 문, 쪽문이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 로제 만날 시간이 20분 남았다. 기다리는 사이에 누군가 그 옆의 커다란 검정 초현대식 기기에 입력해 보자 했으나 "그건 인터콤이야." 이구동성으로 말린다. 구세주처럼 나타난 로제가 어제 비밀번호 입력한 은색 기기가 아니라 검정 큰 기기에 비밀번호를 넣자 쪽문이 철컹 열린다. 그럼 어제는? 그건 때마침 누군가 거라지 문을 열고 나왔던 것. 


내 사전에 요행은 없다. 일어날 일은 언제든 일어나고야 만다.


친절한 로제가 해주는 안전 운전 덕에 마리나 주변을 둘러보고 이웃 타운인 산호세로 향한다. 우리가 묵는 카보가 관광 타운이라면 여기는 전형적인 멕시코 타운. 토속적이며 예술적인 거리 곳곳에 멕시코 특유의 강렬한 빛깔이 태양처럼 뿜어나고, 아즈텍과 마야 문명이 배어있다. 아트 디스트릭 골목을 거닐며 화려한 비즈 공예품과 원색의 질그릇, 스페인 풍의 타일, 그리고 나무 공예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화려함만 있는 건 아니다. 슬픈 역사의 잔재도 있다. 첫 미션 교회에 들러 종족 간의 치열한 싸움과  선교를 앞세운 서양 식민지 정책의 잔재가 남긴 문화재들을 둘러본다. 입안이 쌉쓸하다. 약한 민족의 비애가 여기에서도 역사의 벽을 타고 흐른다.


점심은 로제가 추천하는 레스토랑을 방문, 야자수 잎 천정 아래 멕시칸 전통음식들을 시킨다. 로제는 저녁 6시에 남편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며 커피 한 잔만 주문한다. 근데 접시 그득히 쌓인 요리보다 그네의 다갈색 커피가 더 탐난다. 짙은 색감과 향이 유독 돋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그로서리 쇼핑을 하기로 했다. 프레스코(Fresco)라는 대형 마켓에서 지역 특산물, 열대과일과 수산물을 구입해 자동차 짐칸에 가득 실었다. 이젠 누룽지에서 탈피하겠구나 싶어 신나서 콘도 돌아온 시각이 오후 4시쯤. 추억 주머니 불룩, 냉장고에 먹거리 그득.


하루 잘 살았다. 그리고 "소녀들에겐 아직도 구경할 날이 엿새나 남아있사옵니다." 웃음엣소리를 하며 잠자리에 든다.


3698658653_fQUSj0Cu_9d594f580ec80a61fca025bc14ecbfa81cd8682c.jpeg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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