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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틀 딱“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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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관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08 08:25 조회5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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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집 안에서 신을 슬리퍼가 필요해 일본식 달러 스토어인 우모모 ( OOMOMO ) 에서 밑바닥이 두툼하고 튼튼해 뵈는 놈을 발견해서 그곳 가격으로는 제법 비싼 가격 ( 4.5불 ) 을 지불하고 샀다.  한동안 만족해 하며 잘 신었는데 어느 날 보니 발을 감싸는 윗 부분과 바닥 부분이 반쯤 분리되었다. 겉으로 얼핏 보기에는 윗부분과 신발 창 부분이 재봉으로 꿰맨 것 같았지만 실은 접착제로 아래 위를 붙여 놓았다.


      그냥 버리고 하나 새로 살까 하다가 어려 서부터 몸에 밴 근검절약이라는, 요즘 아이들이 볼 때는 궁상을 떠는 습관이 나를 잡는다. 집에 있는 접착제를 써서 떨어진 부분을 붙이기만 하면 될 것이었다. 그래서 접착제로 아래 위를 붙이고 거기에다 혹여 다시 떨어질 세라 몇 군데를 서툰 바느질로 꿰매 주었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그 놈을 잘 신고 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기분 좋다.


      이것 뿐이 아니다. 수 십년 전 딸이 생일선물이라고 사준 몽블랑 지갑이 하도 오래되어 접히는 부분이 아래 위쪽이 많이 헤져 그냥 쓰기에는 보기 흉하다. 버리기는 아깝고 그래서 언제 한국 들어갈 때 갖고 가서 수리하려고 보관 중이다. 한국의 장인들이 그와 비슷한 고물 가방이나 지갑을 깜 쪽같이 고치는 걸 TV로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아내와 딸은 위너스에 가면 20불만 주어도 새것으로 쓸 만한 것을 살 수 있으니 그냥 하나 사고 말라고 한다. 그리고 그건 수리비가 다른 상표의 지갑 하나 사는 비용보다 훨씬 더 들 거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기어코 그 놈을 수선 받아 다시 쓸 요량으로 지금도 잘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옛날, 옛적 소싯적에 우리는 나이 많고 꼬장꼬장한 선생님을 " 꼰대 " 라고 불렀다. 요즘은 지하철에서 자리를 구하는 늙은이들을 젊은이들이 " 틀딱 " 이라 부른다고 한다.  당시 우리에게 그 " 꼰대 " 들은 무서운 존재였고 그러나 조금은 존경했었다. 어느 학교에든 적어도 한 명씩은 존재했던 호랑이 선생님처럼.


      그러나 요즘 " 틀 딱 " 들은 젊은이들에게는 귀찮은 존재이지 전혀 존경의 대상은 아닌 듯 하다. 그들은 그저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을 궁리나 하는, 막대한 지하철 적자의 주범 정도로 취급되고 있는 듯하다.


며칠전 유수의 신문사설에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가 등장한다. TV 드라마로 뜨니 그 자체로 사설 제목이 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 신문에서 취급하니 너도 나도 모두 따라한다. 인기 TV 드라마가 모든 신문의 사설 쓰는 논설위원들의 좋은 소재가 되고 있다니 이들을 소설가라고 불려야지 국내 유력지의 논설위원이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다.
      요즘 세상은 인기가 유명을 낳고 그 유명이 돈과 권력을 가져다준다. 그러니 그런 인기를 얻기 위해 정치인, 연예인은 물론 위에서 말한 논설위원들까지도 TV 인기물을 다뤄야 구독자의 관심을 끌 수 있겠다고 생각한듯 보인다. 그분들이 그 정도이니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기 위해서 남의 것을 베끼고 표절하고 하여튼 욕 먹을 각오하고 각종 불법도 서슴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방송은 안 그런가? KBS " 아침마당 " 이 뜨니 MBC 의 " 오늘아침 " 그리고 SBS 의 “ 좋은 아침 "  이 등장했다. 누가 " 아침 " 아니라고 할까 봐 모두 " 아침 " 자 돌림에 세 방송 모두 기본 포멧이 같다.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겠지만. 그러나 또 이걸 보면 당사자들의 부인은 변명에 불과함을 알 것이다. KBS의 " 저녁 생생 정보 " 가 뜨니 MBC의 " 생방송 오늘 저녁" " SBS의 " 생방송 투데이 " 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 생 " 자 돌림이다. 다른 많은 연예방송의 저질은 논외로 치자. 신문이나 방송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진 것을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고민이다.


      이런 세상에 신문이나 방송에서 인기도 힘도 없는 " 틀 딱 " 들을 다뤄봐야 누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 뻔하니 기사에서 제외한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소위 구독이나 시청률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 자연히 소외되고 무시되는 집단이 되게 되어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노인 복지에 책임이 있는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절대로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곳 캐나다에서 살면서 좋은 점은 이들의 노인 우대정책이다. 소득이 없어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잘 짜인 사회복지 제도하에 이발소, 대중교통, 극장, 골프장, 일부 식당 등등 많은 업종에서도 시니어들은 우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인터넷 속도, 조선 등등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한국이 이제는 노인 복지차원에서 각종제도를 도입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도록 충분한 예산 확보를 하는데 신문, 방송이 앞장을 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다시 강조 하지만 관련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은 신문, 방송에서 떠들어주지 않으면 절대로 자진해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건 내 평생 가장 확실한 경험이다.


      그런데 이걸 해줘야 할 유수 신문사의 논설위원들이 TV 드라마나 보고 그 인기에 편승하겠다니 이 캐나다 " 틀 딱 " 이 보기에는 한심 그 자체다. OECD 국가 중 햔국의 노인들 빈곤율이 최고라는 외국언론의 보도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외면하고 인기 드라마 만 쫓고 있는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지금의 한국 노인들이 " 틀 딱 " 소리 듣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대우받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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