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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3. 끝없는 모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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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08 08:32 조회5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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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그레이스 리)


카보의 대표적 명소, 아치(EL Arco)을 보러가는 날. 8시 반에 마리나로 향한다. 장밋빛 호텔을 통과하면 카보 최고의 핫 스폿, 메도나 비치(Medona Beach)가 나온다. 이른 아침인데도 해변에 행상과 여행객들이 넘쳐난다. 파도 탓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는 보트를 허벅지까지 적셔가며 뒤뚱뒤뚱 오른다. 잔뜩 기대했던 유리 바닥은 작은 수족관만도 못하다. 허나 탁 트인 바다 스크린에 에 동동 떠있는 보트, 해적선, 유람선, 크루즈가 활동사진처럼  돌아가고 있다. 40분 항해 끝에 만나는 아치(땅끝 End of Land라 불리기도 한다)가 울뚝불뚝 근육질 사내 같은 바위와 금모래빛 들판으로 우릴 유혹한다. 코테즈 해 쪽은 연인의 해변(Lover's Beach)이고 태평양 쪽은 이혼의 해변(Divorce Beach)이란다.(매 시간 보트가 오므로 원하는 만큼 해변에 머물 수 있다.) 


  땅끝바위는 매끈하고 높아 오르기 무리이나 바다 쪽으로 구부정하게 등 굽은, 아기 해마 형상의 바위는 탈 만하다. 조심스레 오르는데도 벗님네들이 위험하다며 말린다. 평소라면 어깨참까지 타련만 모래 묻은 샌들을 믿을 수 없어 허리춤께 멈춰 기대어 앉는다. 수 억 년 파도가 새겨놓은 세월의 흔적과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뿌렸을 눈물과 한숨자국을 쓰다듬어 본다. 그에 비해 우리가 겪는 일상의 애환은 티끌만도 못 하리라. 오고 가는 사랑의 희열과 이별의 아픔이 지천으로 깔린 모래알만도 못하고, 생과 사의 간극 역시 밀물과 썰물의 간격만도 못 하니 참 헛헛하다. 


 그저 치솟기만 하는 모험심을 누르며 다들 올라오라 손짓해도 무섭다 도래질친다. 한 발짝 내려와 부르자 그제야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한다. 모래 묻은 맨발이 물때 묻은 바위에 롤라 스케이트처럼 구른다. 이럴 때는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야 제격이다. 손에 손을 잡고 오른 후 사진 한 방, 두 방. 멋진 인생샷 건졌다.


  가마우지 끼룩끼룩 하늘을 날고, 오똑 솟은 바위섬엔 펠리칸 조을조을. 억겁을 거쳐 형성된 바위산, 입을 떡 벌리고 있는 동굴과 잘게 부서진 모래알들이 "이제 그만 나대라. 지금은 숨을 고를 때." 귓가에 속살댄다. 이곳에선 세속의 번잡이, 분망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시계처럼 다 녹아 흐른다. 작열하는 태양 탓일까. 다함이 없는 바다 때문일까.

  픽업 온 로제와 페드로가 뜻밖에 오후 라 파즈(La Paz) 나들이 동행을 제안한다. 눈치를 보니 벗님네들 입에서 "예스"가 터져 나올 것같다. 허나 교회 행사이고 부부 나들이에 끼는 게 염치없어 점잖게 사양을 했다. 마음에 걸리는지 로제가 "차 두고 갈 테니 오후에 쓰세요." 통 큰 제안을 한다. "아니, 아니야."  손 8개가 부채처럼 팔럭거린다.  페드로가 " 그럼 이 주 토요일 라 파즈에 갈까?" 제안을 한다. 모처럼 쉬는 날인데, 우릴 위해 라 파즈에 또 간다고?  


 염치와 분수를 아는 사람에겐 언제나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페드로가 언덕배기를 가리키며 자기 집에 가보자 한다. 폐 끼치는 게 싫어 그들 먼 길 나들이를 이유로 사양했으나 괜찮다며 언덕으로 향한다. 가는 길은 반사막지대이다. 군데군데 쇠창 모양의 선인장들이 꽂혀있고, 붉은 모래바람이 솔솔 인다. 이 곳이 준열대(Sub Tropical)와 사막이 공존한다더니 그 신기한 광경을 눈앞에 목격하네. 특히 선인장에 흥미 많은 사진 작가 벗님네가 행복해 한다. 


 도심에서 동떨어져 미래 도시처럼 구획된 단지에 들어서자 인조잔디 골프 코스와 넓은 풀장이 있는 클럽 하우스가 나타난다. 알록달록 놀이터, 빙 둘러친 안전 담장, 집집이 개성있게 단장한 뜨락 등이 예전 신흥 부자촌 방배동을 방불케 한다. 집안에 들어가니 긴 머리 늘어뜨린, 우아한 개 쿠키가 반갑게 맞이하고 조신한 가정부가 인사를 한다. 오목조목 잘 꾸며진 거실과 인조잔디 깔린 뒤뜰, 이어서 타운과 출렁이는 바닷물이 배경을 자리한 루프 탑에 올라 전망을 조망한다. 야, 로제 내외 여기까지 오느라 애 많이 썼네. 그들의 수고와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돌아오는 길에 솔마 산(Mt. Solma) 하이킹에 대해 묻자 로제가 콘도를 지나쳐 고갯길에 오른다. 이 골목 저 골목을 들여다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린다. 잦은 공사에 입구가 바뀐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가 찾겠다며 그냥 돌아가자 했더니 "시다 시다" 두 번을 되뇐다. 어, 지금껏 솔마 산이 아니라 시다 산을 찾았던 거야? 콘도에 돌아와 웹을 서치했더니 근방에 시로 산(Mt. Cerro)이 있단다. 저녁을 먹고 느즈막이 시로 산 입구를 찾아 나섰다. 동네 고샅을 구불구불 700미터나 따라 갔을까. 게이트가 나오고 포장된 널따란 길이 산으로 향하는데, 수많은 산책객들이 내려온다. 해가 지기 시작하여 어둑신하나 한 굽이 올랐다. 해가 꼴딱 넘어갔다. 하지만 잔명에 두 번째 굽이까지는 갈 수 있겠다.  또 가고... . 그렇게 속고 속으며 마지막 굽이에 오를 즈음 사방이 컴컴해졌다. 


 굽이를 돌 때마다 펼쳐지는 지상의 별밭. 저 멀리 메도나 비치에 정박한 크루즈의 환상적인 장식등과 어깨 너머 다운타운의 블빛들이 나비처럼 나니는데... . 더 오르면 황홀한 은하수를 만날 것 같은 확신 아닌 유혹을 떨칠 수 없어 어둠 속 더딘 행진을 계속 한다. 지칠 때쯤 머리맡에 둥근 돔 건물이 대형 알전구를 머리에 달고 굽어보고 있다. 기지국이다. 고지가 바로 눈앞에 있다. 빠른 걸음으로 오른다.   


 입구에 높은 담장만큼이나 키 큰 선인장이 파수꾼처럼 지키고 있다. 제복 입은 마음씨 넉넉해 보이는 아저씨가 경계를 서고 있으나 관광객처럼 느긋한 모습이다. 오른쪽으로 시야 가득 명멸하는 불빛, 태평양 쪽은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처얼썩 처얼썩 파도 소리와 내음, 그리고 건물 뒤편엔 뚫린 철조망 사이 점처럼 찍힌 불빛들. 고개를 돌리니 칠흑 어둠 속에 띄엄띄엄 빛을 물고있는 땅끝(End of Land) 바위 쪽이 궁금해 숭숭 구멍 뚫린 철조망을 넘는다. 바위턱에 이르니 연인 한 쌍이 흠칠 놀라 자리를 옮긴다. 주책없이 밀애를 방해했구나.하나둘 철조망을 넘어 금단의 땅에 들어왔다가 결국 경비 아저씨에게 들킨다. 혼 나야 할 상황인데, 느슨하고 리드미컬한 억양 탓에 오히려 이웃 간 "부에나스 노체스(Buenas Noches굿나잇)" 인사 나누는 분위기다.


 내려오는 길내내 휴대폰 불빛에 의존해 내려온다. 너무 캄캄해 주변을 더 둘러볼 수 없음이 아쉬워 어느 아침 일출을 보러 오리라 마음먹었지만 다음 기회는 오지 않았다. 더 멀리 가는 데에 열중했으므로.


 '더 높이 더 멀리'는 올림픽 구호이지 우리 같은 범인에겐 닿지 못하는 헛된 바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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