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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4. 해넘이에도 깃드는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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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15 02:47 조회5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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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로 산 하이킹에 힘을 받아 솔마 산 하이킹에도 도전해 보고자 트레일 입구를 찾아 나선다. 오늘 주 활동은 선셋 나들이므로 지치지 않을 범위 내에서 최대한. 그 '최대한'이 어렵다. 각기 체력의 한계가 다르고 흥미도 다르므로.  만약 늦어지면 간단 점심을 사먹기로 하고 물 한 병 들고 가볍게 나선다. 두 번째이지만 여전히 초행길.  빼곡이 그려온 약도를 보며 내려가다 금방 벗어난다. 신기한 게 너무 많다. 약도는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에 넣어두고 눈길 따라 발길 따라 간다. 그러다 햇살 가득 내려와 있는 광장 건너 오래 묵은 나무 대문 앞에 선다. 


 문화 자연사 박물관이다. 지형 뿐만이 아니라 연대별로 멕시코의 역사와 빛바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미션을 앞세운 스페인의 침략, 프랑스 노략질, 미국의 땅뺏기 전쟁 등을 보여주는  역사 연대표 앞에서 분노를 느낀다. 침탈의 비애를 겪은 동질감에서이리라. 서양 침략주의자들 총칼 힘 믿고 못된 짓 참 많이 했다. 탄식하며 박물관을 나와 아깃자깃 기념품가게를 기웃거리며 내려가면 마리나에 닿는다.


 무지개색 CABO SAN LUCAS 글자판 앞에서 기념 사진, 그 옆에 나즈막한 등대 아래 데킬라 시음장 앞 둥근 화단에서 개척자 포즈로 사진 찍고 나니 볕이 도톰해진다. 온갖 작고 큰 배들이 정박해 있는 도크를 구경하다 보면 각이 진 거대한 석조 건물이 눈길을 끈다.  그 앞에 철제 청새치 조형물, 바로 뒤 필리마켓의 손짓을 거부하고 석조 건물(Pavillion, 오페라 공연장 및 각종 이벤트가 열림) 앞에 선다. 기역자 시옷 자 양 건물 새 바람 통하는 홀에 벗님네 세우고 카메라를 들이미니 두바이 어디쯤에 온 듯. 파랑을 베어 문 채 멀리 등대 둥근 머리를 인 공간에서 런웨이인 냥 각종 포즈로 사진을 찍는다. 바닷바람이 건물 틈새를 비집고 불어온다.  모처럼 느끼는 자유와 환희의 바람이다. 


 여기서 더 가면 하이킹 트레일을 엿볼 수 있으련만 벗님네 한계를 아는지라 나온다. 궁금했던 마얀 멍키 호스텔( Mayan Monkey Hotel & Hostel)에 들어가 본다. 작은 부엌, 바, 풀까지 있고, 가족 단위로 묵는 프라이빗 룸도 있다. 위치 대비 가격, 가성비 최고! 젊음을 훔치고 싶으면 여기에 묵어도 괜찮겠다. 싱싱한 수산물을 구해 해물 파스타를 해먹고 싶었지만 마리나 끝에 있는 생선 가게 영업이 종료되어 귀가를 서두른다. 해넘이를 보러 나서기 전 한두 시간 쉴 생각으로.


 사흘째, 어느 새 죽이 잘 맞아 출발 시각 전 준비 착착. 4시 로제를 만나 흥겹게 차에 오른다. 궁금했던 고개 너머 다운타운과 주택가.  관광지대와 달리 길도 널찍널찍, 마트도 큼지막. 미국에 온 것 같다. 단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신호등이 띄엄띄엄 있고, 운전자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는 점. 스톱 사인에서 멈추지 않고 가는데도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 이른바 눈치 운전. 외지인이 그 흐름에 끼긴 쉽지 않을 성싶다. 역시 차렌탈 안 하기 잘 했다. 토정비결에 남쪽에서 온 귀인을 만난다더니... . 로제의 어깨를 맛사지하며   '무차스 그라시아스 (Muchas Gracias, 탱규 )'를 거듭한다. 중간에 로제 친구 한 분을 태우고 40여 분을 달린다. 


 끝없는 태평양과 사막 사이에 난 넓은 19번 도로를 40여 분 달려 아미고 액티비티(Amigo's Activities) 팻말을 지나 유턴을 한다.  렌치, 선인장 지대, 그리고 푸른 바다 펄덕이는 해변에 이른다. 때마침 거북 부화기간이라 봉사자들이 갓 태어난 아기 거북을 바다로 보내는 중이다. (주변 36 km 해변이 거북 부화, 방생 지역이다.) 선인장 새싹처럼 생긴 까만 아기 거북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버둥대는 모습에 꺅꺅 환성을 지른다.  


 거북이를 보내고 사방을 둘러본다. 하늘엔 거북을 잡아 먹으려는 온갖 새들의 선회, 맞은편 산에서 커다란 날개를 펴고 콘도르처럼 날아오는 모터 패러 글라이더, 황금 백사장에 또박또박 발자국을 남기며 의젓하게 걷는 말들, 그리고 붉은 해에 갇힌 선인장들의 기지개... . 해넘이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해변은 축제장이다. 


 6시가 지나자 해가 가라앉기 시작한다. 여느 날보다 더 짙은 구름띠. 행여 저 짙은 구름띠가 바다보다 먼저 해를 삼켜 버리진 않을런지 마음 졸이며 서녘만 지켜본다. 기다림 끝에 해가 구름띠를 건너 서서히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가없이 열린 해변의 백사장과 끝없이 퍼덕이는 태평양 바닷물이 발그레, 이어서 불그레, 마침내 빨갛게 불타오르면서 태양이 장렬하게 퇴장을 한다. 해넘이가 끝난 뒤에도 해변에 여전히 빛이 머물러 있다. 붉음에서 발강, 분홍, 보라, 청보라로 묽어질 뿐 영원히 사라지진 않는다. 마치 불꽃처럼 살다 스러지는 영웅처럼, 맡은 배역을 멋지게 소화하고 떠나는 은막의 배우처럼... . 


 치열하게 살다가 생명을 다 소진하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황홀하다. 태양은 제 생명을 다 태우고 지면서도 지상에 희망을 뿌리고 간다.


758783364_pJqVmbTM_db0792558f832e7bd3a9461d749f28880e07c5d3.jpeg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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