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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다양한 언어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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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진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22 06:25 조회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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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 여행이 편안했을 때 북유럽으로 유람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자리했을 때, 한 중년 여인이 홀로 안내되어 우리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웨이터와 나누는 말을 들어보니 영어가 아니고 스페인어인 것을 알았다. 종업원이 각종 빵을 담은 쟁반을 들고 다니며 손님이 원하는 대로 집어주는데, ‘데니스’ 하기에 처음 만난 웨이터가 어떻게 남편이 데니스인 줄 알고 이름을 부르나 하고 의아했다. 순식간에, 그 사람이 남편 이름을 부른 게 아니라 Danish Pastry 먹겠느냐고 ‘Danish?’하고 물었던 것임을 알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사람도 순수 영어권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옆자리에 앉은 여인과 눈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스페인어를 조금밖에 모른다고 했더니 자기는 영어가 서투르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두 언어를 섞어서 밴쿠버와 바르셀로나에 오가며 눈치껏 대화를 할 수 있었기에 여행의 묘미를 느꼈다.

    

    첫 저녁 식사상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육십 년째 살고 있다는 중국인 부부 두 쌍을 만났다. 우리의 밴쿠버 오십 년의 삶이 별로 대단치 않음을 느꼈다. 영어가 자유로운 이들 부부와는 같은 세대를 살아온 이민자로서의 공감되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처음부터 서툴지 않았다. 그들이 그 당시 한국정세에 관심을 두고 묻는 말에 잘 못 이해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당시의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는 것을 그대로 받고 행동하는 것을 이 사람들은 그냥 믿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짧은 시간이었으나 그것이 잘못 인식되고 있음을 말해줄 수 있었고 공통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음이 다행스러웠다.

 

    다음날부터는 식사 자리가 바뀌어 스웨덴에서 구 년째 살고 있다는 덴마크 부부와 함께하게 되었다.  이들은 연륜이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들어 보였지만 일반적으로 우리 동양인들은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남편들이 각각 다른 시기에 KPMG라는 회계사 협회 소속이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몇 나라말로 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는데 스웨덴이나 덴마크 말은 우리가 전혀 아는 게 없어서 신경을 곤두세워 영어로 주고받았다. 유럽인들의 발음을 이해하기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하루는 점심 식탁에 소련 부부가 함께했다. 세계공통어라고 하는 영어를 우리만큼도 못하는 세계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서로의 배경과 살고 있는 지역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소련 말은 더구나 접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알고 있는 독일어 단어를 섞어 대충 소통했던 일도 있다.  배안의 시설을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중앙 부분의 8층과 9층에 작은 도서실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 많지 않은 가운데서 짧은 이야기 모음집 ‘좋은 생각’을 발견했다. 아마 한국 손님 가운데  가지고 왔던 책을 놓고 갔나보다. 다음에는 좋은 책을 가지고 와서 여행 끝날 때 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전에 아들 가족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쉰 살 넘은 아들이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 매일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고, 손주들에게 크나큰 산 교육의 기회가 되었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지 찾아 공부할 수 있으므로 아들은 한국어뿐 아니라 불어와 스페인어를 매일 공부한다고 한다. 나도 덩달아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시작했다. 시작이 반이라 했으니 이미 반은 접고 들어가는 셈이다. 얼마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오늘까지 좋은 성적으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 앞으로 시간 여유를 더 만들어서 학창 시절에 배운 독일어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다음 여행은 언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배워두면 한 마디라도 쓰일 때가 있을 터이고, 노년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숨 쉬고 있는 동안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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