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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5. 선인장을 닮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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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3-22 06:29 조회6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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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버킷 리스트 중 하나, 솔마 산(Mt. Solma) 하이킹을 하는 날. 미리 전화해서 시간 알아보길 잘 했다.(52-6241221316 Enrique) 어젯밤 해넘이를 보고 와서 꽤 고단했을 텐데, 다들 이른 아침 일어나 서두른 덕에 7시 50분, 트레일 입구인 개훈련장에 이르렀다. 철망 안 우리안에 개들이 방방 뛰고 있다. 하이커들이 벌써 50여 명 서있다. 엔리코가 대중 앞에서 멕시코 역사와 환경 보호에 대해 긴 강의를 하는 동안에도 내 관심은 우리 안에 갇혀 자유와 애정을 갈구하는 녀석들에게만 쏠려 있다. 집에 있는 강아지는 망각한 채 '올 겨울에는 여기 와서 봉사활동을 할까?' 잠시 흔들린다.


 엔리코를 따라 하이커들이 줄을 지어 솔마 산에 오른다. 경사도 심하지 않고 그다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산 둔덕 저 멀리 "사유지'라는 명패를 단 철조망이 쳐있다. 중턱쯤 오르면 오른쪽에 태평양, 왼쪽 만에 간밤 정박한 크루즈가 보인다. 높이 오를수록조금씩 더 멀리 더 넓은 바다가 시야에 들어찬다. 파랑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바위 꼭대기에 이르면 펄럭이는 멕시코 삼객기가 반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봉우리 하나씩 차지해도 늦게 도착한 우리 팀 끼어 기댈 바위가 남아있다. 오른쪽으로 붉은 지붕과 파란 풀장이 멋지게 어우러진 리조트 촌이, 맞은편엔 망망대해가, 왼쪽엔 햇볕을 즐기는 관광객과 주민들의 일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다. 거기에 이 봉 저 봉을 통통 뛰어다니는 12마리 개들의 활약까지. 생명력이 넘친다. 자연과 인사가, 동(動)과 정(靜)이 함께 하는 이 곳에서 오래 머무르고 싶다.  


 내려오는 길에 선셋비치에서 본 초야라는 선인장 무더기를 본다. 뾰족 가시를 내밀고 납작 부채처럼 몸피를 줄이고 사막에서 생존하는 선인장들이 멕시코인들을 닮았다. 아니, 한민족을 닮았나? 어떠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어떤 수탈 속에서도 검질기게 살아남는 생명력이. 두 만족 간 다른 점이 있다면 한민족은 고갯마루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면 이들은 둘레길을 돌고 있다는 차이? 이 또한 나의 속 좁은 자아도취련만. 과거의 영화를 짊어지고 힘겹게 오르막길에 선 이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해준다. 트레일 마지막 구간에 작은 후원함을 매단 기둥이 서있다. 넉넉한 후원금을 넣고 하이킹에 따라 오지 못한 개들에게 공을 던져준다. 


 바로 앞에 해군기지, 우리의 멋진 런웨이였던 파빌리온 지나 마리나 남쪽 끝에서부터 제대로 탐방을 한다. 뱃전에 앉아 조을조을하는 펠리칸도 보고, 동그만 머리 내밀고 먹이를 기다리는 물개들도 본다. 바다사자도 있다 하는데 어디서 낮잠을 자는지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대낮의 하이킹 후 목이 타는지 맥주 한 잔이 그립단다. 오케이. 바람 선선한 패티오에서 커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팔자 타령을 한다. 한탄? 아니 탄복! 화장실 찾아가는 길에 한국말이 들려 고개 돌려보니 두 여인이 앉아 쉬고 있다. 시애틀에서 온 부부팀이란다. 밴쿠버에서 여자들끼리 왔다 하니 차력사 보듯 놀란다. 그리 놀랄 일인가? 의아하나 다들 멕시코 치안을 염려하니 그럴 만도 하다. 나머지 여정 동안 조심조심할 일이라 새기며 인공폭포 인테리어를 보고 돌아 나와 피쉬 마켓을 찾아간다. 저녁 메뉴인 파스타의 재료를 좀더 풍성하게 준비하려고. 인포 센터에서 일러준 마리나 남쪽 끝 가게를 찾아가는 도중 이미 영업 끝난 시각이라는 말에 돌아 나오다 궁금했던 마얀 멍키 호스텔에 들러본다. 프라이버시 룸이 있어 괜찮다. 공항 셔틀서비스에, 옥내 풀에, 키친, 그리고 바까지 있다. 관광 허브에 위치하고 있어서 젊음을 되찾고 싶은 이는 여기 묵어도 좋겠다. 


 결국 생선은 못 사고 이른 점심 먹을 곳을 찾아 헤매다 거리에 쉬러 나온 줄리안(약사)의 조언으로 마마 카페(Mama's Cafe)에 들러 간단히 요기를 한다. 책자에서 소개한 맛집이나 로컬 타코를 기대했던 터라 기대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인테리어며 서비스는 훌륭해 지나가다 들름직은 하다. 솔솔 바람에  호텔 홀 벤치에서 펠리칸처럼 시애시타에 빠진다. 야, 환상적인 순간 아닌가? 긴 치맛자락 늘어뜨린 야자수 잎새가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인다. 줄리안이 알려준 타코 전문 레스토랑까지 가보고 싶은데 지친 기색들이 역력하다. 오늘 노역은 이만하면 됐다. 고 홈! 사나흘 묵었다고 콘도 가는 길이 발에 익다. 우회전, 좌회전 고갯길 따라 구부정 오르면 꽃담장길, 여지없이 과일 트럭이 길 코너에 손님을 부르고... . 보도에 굴러 다니는 개똥마저 정겹다. 어느 새 이 동네사람이 다 되었다. 오가는 주민들과 '올라(Hola, 하이)' 손인사 나누는... . 


 그럼 저녁 메뉴, 파스타는? 어제 남은 야채볶음 넣어 짬뽕 파스타로 맛나게 먹는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낸 우리의 셰프에게 치하 듬뿍.  구경 한 보시기에 맛난 저녁, 양념 얹어 오늘 하루도 내 인생 최고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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