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8. 라 파즈(La Paz)의 바다는 깊지 않아도 다 품어준다 >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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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멕시코 로스 카보스 자유 여행기] 8. 라 파즈(La Paz)의 바다는 깊지 않아도 다 품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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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혜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4-12 07:32 조회5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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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 행로 끝에 라 파즈가 기다리고 있다. 주 수도답게 꽤 번창하다. 타운을 벗어나 한가한 해안을 끼고 달린다. 도톰한 여인의 입술 같은 황토색 구릉과 옅은 옥색의 바다 사이에 난 해안가 드라이브 코스는 산정의 빙하가 녹아 지상으로 달리는 오뉴월의 록키 같다. 신비감을 더해주지만 알고 보면 석회가 많은 탓, 그로 인해 음용할 수 없는 물이 되었으니 신은 참 공평하시다.  둘다 주는 법이 없다. 그리고 인간에겐 선택권 역시 없다.    

  

  11번 도로를 따라가면 막다른 길에 발란드라 비치(Balandra Beach)가 나온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가 있는 명소란다. 주차장이 만원이라 20여 분 기다려야 한단다. 긴 자동차 행렬로 보아 족히 1 시간은 기다려야 할 성싶다.  "다음에 오자. 한번에 다 보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 페드로가 아쉬워하며 차머리를 돌린다.  


  교통 체증 없이 씽씽 달려 엘 테코로테 비치(El Tecolote Beach), 해변 오락장에 닿는다. 로스 카보스에선 보기 어려운 검은 몽돌 해변이다. 맞은편에 평화를 비는 이름의 섬이 누워있다. 차르르르,  자갈을 매만지고 돌아가는 물결 소리와 까르륵, 물놀이 하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바람내음도 다르다. 라 파즈의 바다는 뭍과 친근하며 오감으로 다가온다. 왕성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의 고즈넉함에 잠긴 해변을 그만 떠날 때가 되었다, 한데 한 벗님네가 안 보인다.  아직 해변에서 갈색 피부의 눈 동그란 소년과 눈맞춤을 하는 중. '해변의 여인과 순수의 소년', 한 폭의 그림이다.  


  페리 터미널 맞은편 V 자형의 가장 깊숙한 만에서 긴 휴식을 갖는다. 건너편엔 LPG 산업시설이, 이편엔 캠핑족들이 유유자적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듯하다. 차분하게 깔개까지 깔고 휴식을 취한다. 망연히 바다를 굽어보거나 물수제비를 뜨거나   음악을 듣거나 하다가 돌탑을 쌓기도 한다. 볕이 내려앉은 벗님네 볼이 복숭아빛로 물들어 간다. 고웁다.   


 라 파즈의 바다는 깊지 않다. 거센 파도도 없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넉넉하고 평화롭다. 


 심심한지 페드로가 노래를 청한다. 우리에겐 가수도, 백 댄서도 있다. 독창에 이어 마지막 안드레아 보첼리의 노래를 듀엣으로 열창을 하고 마무리. 열기가 뜨겁다. '정열' 하면 라틴 아메리카, 그 중에서도 멕시코가 으뜸일세.


 드디어 반화가 진입, 주차 대란이다. 유료 주차장에 차를 대고 두어 블록 걸으면 가장 핫한 관센트랄 지역이다. 빅토리아의 하부에 온 듯하다. 이곳저곳을 연결해주는 연락선 도크, 야자수 양산, 동상과 조형물들이 골고루 포진하고 있어 어디를 찍어도 달력 사진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난? 바지런히 주변 탐방. 이 배회 역시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사전 답사다.  방랑은 방랑을 부른다. 다음 행선지는 노상 이전 여행길에서나 산행길에서 정해진다.


 돌아오는 길에 타코 전문 레스토랑, 라 타퀴자(La Ta Quiza)에 들른다. 열린 키친 벽과 바 벽에 붙은 알록달록 타일과 탁자에  세팅된 투박한 그릇들이 눈길을 끈다. 기념품으로 딱이다 싶어 구입처를 묻자 과달라하라(Guadalahara)에서 도기 장인에게 주문하여 공급 받는단다. 엥이, 틀렸네. 실망하는 한편 다음 방문지는 과달라하라! 마음 속에 새로운 지명을 하나 꼬불쳐 둔다. 진짜배기 타코를 맛보고 페드로 추천으로 전통 라이스 음료를 추천 받아 맛을 본다. 우리나라 막걸리 비슷한 느낌이다. 멕시코인과 한국인은 참 여러모로 닮아있다. 열정적인 점도 정 깊은 점도... .  


 에필로그- 아디오스 아미고(Adiós Amigo, 굿바이 친구)


 드디어 떠나는 날, 아쉬움에 콘도 앞에 나가 해돋이를 본다. 알차고 안전한 여행을 하게 된 것이 모두 로제 부부의 희생 덕분이다. 로제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할 방법을 상의한다. 너무 넘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초라하지 않게... . 

 로제가 예쁜 전통 자수 블라우스를 입고 왔다. 어여쁘다. 껴안으며 "나의 작은 자매여(My little sister)"라 속삭인다. 틀린 말은 아니다. 카톨릭 신자들은 서로 형제 자매라 부르니. 


 산 루카스 플라자에 들러 와인 가게에 들러 페드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로 금장과 은장 붙은 와인 두 병을 고른다. 거기에 우리 넷이 간단 인삿말을 적은 감사 카드를 살포시 끼워넣고 로제의 차 한편에 갈무리해 둔다. 그리고 햇살 두툼하게 펼쳐진 공항에 도착한다. 여드레 동안 푹 정이 든 로제와의 이별이 쉽지 않다. 서로 끌어안고 "고마워요. 꼭 밴쿠버에 와요. 두 아들과 함께. 겨울이나 여름 언제든." 토닥토닥. "그래요. 또 만나요."  아디오스, 아미고!


 일상에 지칠 때 익숙한 것을 등지고 여행길에 오르는 건 설레는 일이다. 

  그렇게 나선 길에서 새로운 풍광과 역사, 문화를 경험하는 건 퍽 즐거운 일이다. 

그러나 낯선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고 그들과 공감하는 것이 훨씬 기쁜 일이며, 

그보다 더 감동적인 건 유랑을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고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758783364_pJqVmbTM_db0792558f832e7bd3a9461d749f28880e07c5d3.jpeg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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