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하루

    사전적 의미로는 ’한 낮과 한 밤이 지나는 동안. 대개 자정에서 다음 날 자정까지를 이름.’ 나무위키에는 ‘1일 을 순 우리말로 이르는 말로 나와있다. 이처럼 하루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매일 접하는 1일의 시간이다. 하루는 가난한 사람이든, 돈이 많은 부자이든 관계없이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다. 하루의 시간을 정확히 살펴보면 시간의 단위로는 24시간, 분으로 쪼개보면 1,440분, 초 단위로 바꾸면 86,400초이다. 숫자로 살펴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사건과 일들이 벌어진다.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절대 돈으로는 살 수 없고 더 늘릴 수도 없다. 그리고, 지나간 하루는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기쁘고, 좋은 일이 생겨나서 스쳐 지나간 듯 빠르게 지나간 하루. 지치고 힘든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는 하루. 같은 일들로 반복적으로 변화 없는 일상으로 메워진 하루.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리움으로 잠 못 이루는 하루. 큰 일을 앞두고 기대와 불안으로 설레던 하루. 내가 느끼는 감정과 마음의 잣대로 바라보는 하루는 이렇듯 매일 다르다.

 

    나의 하루는 새벽기상 알람에 맞춰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에서 일터로 향하는 하루의 세계는 매번 변화한다. 하루의 시간 중에서 그 시간만을 단면으로 딱 잘라 기억으로 거슬러 보면 매일 다른 풍경이 있다. 출근 길에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바라보는 하늘도 달라진다. 깜깜한 달빛을 보였던 이른 아침의 하루는 어느 새 밝은 태양이 떠오른다. 가끔씩 새벽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면서 일출에서 뿜어 나오는 하늘의 색이 아름다워서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매일 달라지는 모습들도 있지만, 늘 그렇게, 똑같이 반복되는 모습들도 있다. 출근 길 버스 안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익숙하고, 습관적으로 커피숍에서 주문하는 커피메뉴도 동일하고,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들도 내가 즐겨 듣는 곡 들로만 모아서 자주 듣는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핸드폰에서 내가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 들에서 새로 업로드된 영상들을 본다. 나만의 인터넷 세상을 누비다 보면 벌써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 하지 못했거나, 남아 있는 일들에 대한 걱정들을 잠시 접어두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세상에는 여러 하루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영화에서 보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주인공이 똑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어나서, 매일 같은 일과 사건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그렇게 내가 아무리 애를 써도 바꿀 수 없는 하루라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다른 사람의 하루를 엿보는 무슨 24시 다큐멘터리의 형태로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는 자신의 하루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는 브이로그가 있다.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본 다는 것은 이처럼 흥미롭고, 나의 일상과 비교해 보는 재미있는 일이다. 옛날과 지금을 비교한 하루도 있다. 어떤 페이스북의 사진에서는 똑같은 장소에 같은 사람을 어릴 때 찍은 사진과 몇 십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 같은 장소, 같은 사람, 같은 포즈를 취한 사진을 나란히 보여주며 옛날과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많은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속에서 따듯한 사람 들과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고, 옛날 추억을 생각하게 만든다. 

 

    하루살이에게는 하루가 자기의 일생이지만, 오늘 하루는 내게 주어진 소중한 시간이다. 영어로 현재라는 뜻의 단어가 ‘present’, ‘선물’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하루도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할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