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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열두 폭 하늘 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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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영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7-05 08:28 조회6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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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인(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명성황후를 떠올리며


첩첩이 이어진 문을 열고 들어오는

많은 광채들이

금박의 화려함을 둘러싸고

저고리 동정까지 복숭아 빛으로 물들였다 


숨은 차오르지만

날아가 뿌려져 버린 시간들

황금빛에 뜨지 못하는 혜안

은비녀로 반사된 땅의 울림

고스란히 비춰진 깊은 밤에 빛 


열두 폭 치마도 가릴 수 없었던 하늘

가지 못한 걸음 이제야 내딛으며

다시금 폭넓은 치마를 겹겹이

동여매고 그 순간을 보듬는다


다시 온다 해도

하늘이 열려 물든다 해도

그곳에서 그렇게 어미임을

떠나가도록 소리 내

잠시라도 위로 할 수 있다면 그 하늘


멈춘 것 비워내고

계절과 함께 더 빠알간 색으로

짙어지다 바래가지만

그 물듦이 깊어져 해를 보고 걷게 한다


가는 곳이 옳은지는 알 수 없어

그르다 할 수 없는 시선이 모인 자리

옅은 자국이 남아 

담담히 물 흐르듯 흐를 뿐이다

흐르게 놔둘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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