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정원] 연인에서 엄마로 > LIFE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LIFE

문학 | [문예정원] 연인에서 엄마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9-06 08:49 조회659회 댓글0건

본문

 758783364_4axpjoMP_cef255d5a4114f3a7b483028794eb5b64c20d1bd.jpeg

 

김현옥/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되어 가니, 주위에 남편 대신 아내가 자동차의 운전대를 잡는 집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젊은 시절에는 부부가 같이 외출할 때 주로 남편이 운전하며 살았는데, 남편이 신체적으로 건강이 나빠지어 운전할 수 없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아내가 하게 되고 있다. 우리 집 남편도 운전 실력이 젊을 때보다 많이 떨어져서 운행 중 옆에 앉아 잔소리하게 된다. 특히 주차 실력이 예전보다 못하여 한 번에 잘 주차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 잔소리 때문인지 같이 외출할 때 가끔 나보고 운전하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 남편이 할 수 있으니 되도록 남편이 하도록 하고 있다. 운전대를 놓게 되면, 점점 운전 실력, 순발력 등이 더 떨어지며 퇴화하여 후에 운전하려 해도 힘들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살아오면서 남편들이 자동차 운전대를 주로 잡고 살았듯이, 일상생활이나, 경제에 관련된 중요한 살림에서 남편들이 주도권을 잡았던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이 들며 아내가 운전대를 잡게 되면서, 아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은퇴하여 부부가 같이 하루 종일 지내면서 가정에서 매끼 식사 준비를 아내가 주로 한다.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하는 약들을 기억력이 퇴화하는 남편에게 알려 주고, 복용하도록 돕는 사람도 아내다.  의사와의 약속, 건강 검진 등에 아내가 라이드를 주며, 건강을 위한 음식과 주의 사항들을 잘 지키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아내의 몫이다.  물론 남편이 운전할 수 있는 경우에는 남편이 라이드하며 아내를 많이 도와주게 된다. 요즈음에는 남편들이 가정 살림에서 요리, 청소 등으로 아내를 많이 도와주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결혼한 젊은 시절에는 부부가 연인 같은 관계로 살지만,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살림하면서 중년에는 서로 친구 같은 사이로 살아간다. 그러다가 노년이 되어 운전대를 아내에게 넘기는 시기가 되면 아내는 남편에게 엄마 같은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요즈음 인터넷에 나도는 유머에서, 나이 들며 여자가 필요한 것들은 돈, 딸, 건강, 친구, 애완견이라는데, 남자는 부인, 아내, 집사람, 처, 애들 엄마라고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들수록 남편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아내뿐이라고 한다. 젊을 때는 아내가 남편을 의지하며 살고 남편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용감한 대장이었는데, 나이가 들면 노쇠한 남편은 아내를 의지하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 아내보다 나이가 많은 남편들이 인지능력, 기억력, 판단력, 계산능력, 순발력 등이 먼저 퇴화하여 아직은 그래도 생생한 아내를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결혼하여 남편은 나를 부를 때에 항상 나의 이름을 불렀는데, 아들이 태어난 이후로 나의 호칭은 “마미”가 되었다. 반면에 이곳 캐나다에서 태어난 40대인 아들은 지금도 나를 한국어로“엄마”라고 부르고 있다. 한번은 애들과 한국 방문 중 전철을 탔을 때 전철 안에서 남편이 나를 “마미”라고 부르는 바람에 주위 사람들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 적도 있다.

 

  남편은 청력이 떨어지어 어떤 때는 보청기를 끼워도 말소리가 정확하게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인내심을 가지고 무슨 말인 지를 알려 주고 설명하기도 한다. 넓은 방에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주위의 소음 때문에 더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식당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며 식사한 후에 무슨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잘 듣지 못했다고 하면 안쓰럽고 안타깝다.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이해할 수 없고 자유로이 대화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참으로 답답하고 힘든 일인 것 같다. 같이 산책하러 나갔을 때 남편은 지팡이를 의지하고 걷는데 아파지는 허리 통증에 15분쯤 걷고는 벤치에 앉아서 쉬어야 한다. 그래서 요즈음에는 걷는 것에도 남편보다 앞장서게 된다. 젊은 시절 남편이 허리를 펴고 지팡이 없이 씩씩하게 앞으로 걸어 나간 때가 언제 있었는지 먼일같이 느껴진다. 평상시 물건을 잘 두고 다니는 남편에게 챙겨야 할 품목들을 매번 점검하는 아내인 나는 남편에게 분명히 엄마이다.

 

  부부가 계속 건강하게 살며 늙어 간다면 좋겠지만, 인간의 몸은 원치 않은 질병에 걸리기도 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노쇠해진다. 그러나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는 (고린도후서 4장 16절) 믿음과 은혜 안에서 살아갈 수 있기에 감사하다. 그리하여 비록 겉사람인 몸은 노쇠하여진다 해도 영적으로 새롭게 강건해지어 남편과 아내는 연인같이 즐겁게, 혹은 친구같이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의 노쇠해지는 몸을 보살피며 이해하며 아내로서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남편이 버팀목으로 든든하게 옆에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무엇보다도 하늘의 영원한 생명의 삶을 향하여 함께 믿음으로 나아가고 있음에 감사하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LIFE 목록

Total 5,758건 4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