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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숙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09-20 07:44 조회3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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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인 (수필가,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아이들이 아무 때나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바로 동요이다. 그것은 언제 어디서나 불러도 마음에 커다란 기쁨과 위안을 가져다준다. 어릴 적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도 우리는 동요를 곧잘 부르곤 했다. 누군가 조용히 동요를 부르기 시작하면 어느새 노래는 합창이 되어 울려 퍼졌고 아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참으로 아낌없이 우정을 꽃피우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줄 아는 시절이었다. 음악 시간에는 담임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동요를 따라 불렀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교과서에 실린 새로운 노래를 익혀야 했는데 반 전체 아이들이 모두 합창했기에 그리 어려운 줄 몰랐다. 이따금 노래를 부르다 남자 짝꿍과 눈이 마주치면 서로 어색한 웃음을 짓기도 하였다. 수줍어 서로 얼굴을 붉히던 순수했던 유년 시절, 그 모습들이 무척이나 그립다.   


‘아가야 나오너라 달맞이 가자

앵두 따다 실에 꿰어 목에다 걸고

검둥개야 너도 가자, 냇가로 가자

비단 물결 남실남실 어깨 춤추고

머리 감은 수양버들 거문고 타며

달밤에 소금쟁이 맴을 돈단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침에 다녀오지 못한 호수 산책을 다녀오는데 ‘달맞이’ 동요가 문득 떠올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부르며 집까지 왔다. 몇 번을 불러도 조금도 싫증이 나지 않았고 다시 어린아이라도 된 듯 신나고 벅찬 기분이 들었다. 왕복 오 킬로미터 거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치 구름 위를 밟고 있는 듯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어른이 된 후로 잊었던 동요를 다시 부르게 된 것은 딸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였다. 아이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동요를 함께 가르쳤고 틈날 때마다 동요를 불렀다. 부르기 쉽고 시적이면서 순수한 노랫말을 가진 동요가 가진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이따금 일상에서 힘든 일을 할 때나 고국의 누군가 그립거나 또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느껴질 때마다 동요를 불렀으며 변함없이 앞으로도 부를 것이다. 동요는 아이들을 위하여 만든 노래지만 힘든 세상살이를 해내는 어른들도 불러야 할 노래인 것이다. 동요를 부르면 어느새 마음에는 기쁨과 평화가 찾아든다. 현실의 급박한 생활 속에서 이따금 탈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책장에 꽂힌 동시집을 보며 동요를 부르게 된다. 그러면 한결 마음은 나도 모르게 차분히 가라앉게 되고 한없는 평화와 안정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의 노래인 동요를 불러야 한다. 아이들에게 걸맞지 않은 어른의 노래를 흉내 내고 따라 부르는 아이들을 요즘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물질 만능이 낳은 부패의 한 단면이다.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부르기 대회에 나가기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다. 맑고 고운 음색과 타고난 좋은 성량을 가진 소년 소녀들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두 손을 꼭 모으고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대중 앞에서 펼쳐 보이는 장이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가진 꿈을 제대로 된 마당에서 그 재능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 어른의 노래를 부르도록 아이들을 위험한 어른의 세계로 함부로 이끄는 것은 진정한 어른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불러도 좋을 동요는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이다. 어른의 노래가 아닌 동요를 부를 줄 아는, 동요를 찾는 아이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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