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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시간] 너희가 오십견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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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0-15 01:19 조회4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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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캐나다로 돌아올 준비할 때부터였다. 오른팔을 돌릴 때마다 서걱거리고 팔을 움직이면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심할 때는 울음을 터트릴 만큼 아프고, 잘 때는 팔이 시큰거리다 꽁꽁 얼어붙는 듯한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고통의 날들이다. 증상을 찾아보니 ‘오십견’이라는 소견이 눈에 띄었다. 세글자가 내 마음을 쿵! 떨어뜨린다. 이렇게 나이 먹는 건가. 팔이 아프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운이 없다. 요즘은 나이 상관없이 찾아오는 통증이라지만 노화 증상이라 서운하고 억울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 아직 사십대란 말이다. 


내가 ‘오십견’을 앓는다고 하니 주변에서 경험담을 들려준다. 이십 대 후반에 오십견을 앓았다는 지인부터, 오십견을 두 번 겪었다는 어른 친구도 있다. 미리 이 고통을 겪은 인생의 선배들은 효과 본 운동법이나 치료법을 추천해 주었다. 놀랍게도 오십견뿐만 아니라 목이나 허리, 무릎 등에 다양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통증을 달래며 통증과 함께 살고 있다니 마음이 겸허해지기까지 한다.


고통 없는 시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 열심히 검색하다 한 의사 선생님의 ‘통증 완치 훈련법’을 알게 되었다. 오십견을 나으려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꼭 오십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첫째, 통증 때문에 팔을 안 쓰면 근육이 위축되어 기능장애가 계속된다. 결국 통증과 기능장애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오른손잡이로 평생 한쪽 팔을 너무 혹사한 것이 아닌가 싶어 통증이 생기고 나서 오른팔을 아껴 쓰려 했는데, 오히려 사용하지 않으면 팔 근육이 위축되어 통증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살면서 불편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피하곤 했는데, 회피는 관계에서나 일에서나 악순환이 되는 것이 닮았다.


또한, 통증이 지속되면 통증 회로가 생겨 뇌에 전달된다. 이때 고통만큼 느껴지는 ‘통각’이 생긴다. 실제 통증이 1이라고 하면 뇌가 느끼는 통각은 10배, 100배가 된다. 내가 느끼는 실제 통증보다 뇌에는 더 큰 고통이 전달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깨통증이 아니더라도 종종 내가 마주하는 문제나 일을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사실 별거 아닌 일도 과대 해석해서 마음 앓이 했던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 기억하자, 내가 느끼는 실제 통증은 지금의 백 분의 일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통증 회로를 깨는 것이 통증 완화 훈련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통증 회로는 민감한 사람일수록 더 커지는데, 몸과 마음이 예민한 사람은 둔감 훈련이 필요하다. 둔감 훈련으로는 어떤 상황에서 예민해질 때 반대로 반응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일부러 기다려보기, 일부러 화내기, 일부러 할 말 다하기, 일부러 욕먹기, 일부러 늦게 가서 무안함 당하기, 다 마쳐야 편한데 일의 80퍼센트만 끝내기 등 덜 예민해지는 연습을 해 보는 것이다. 해야 할 일들이 다 끝내지 못해 조급해져서 안달복달하거나, 일 처리를 잘 못 하는 사람을 보면서 파르르 떨었던 기억을 돌아보며 내가 몸과 마음이 꽤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부러 할 말 다하기’ 이런 것은 꼭 해볼까한다. 


가장 기억해 할 부분은 오십견은 ‘아파봤자 통증이다’라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 훈련으로 완치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다. 이 통증으로 장애가 되는 일은 절대 없으니 상심하지 말고 통증이 있어도 팔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동작 범위를 계속해서 늘려가며 통증을 넘어서 훈련을 계속하면 3개월 만에 완치할 수 있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할수록 더 빨리 회복된다.


우습게도 이 영상을 보고 오히려 오십견을 가볍게 여겨 방치했다가 3개월이 한참 넘어도 오십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다독이며 팔 운동을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세상일 아무것도 마음대로 안 되어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몸”이라는 모델 한혜진의 말처럼 어떤 태도로 몸과 마음을 대할 것인가는 내 결심에 달린 것은 분명하다. 


기쁜 소식을 알리자면, 통증 1년 6개월 후, 오른 팔을 자연스럽게 올려 사진 포즈를 취하는데, 팔을 좀더 올리라는 말에 힘을주니 팔이 쭈욱 올라간다. 꺄야! 다 올라간다! 


몸의 신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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