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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위대한 여정—오유순의 회고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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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영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0-26 09:39 조회5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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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미국학 박사(American Studies)

성균관대 명예교수

대통령자문 21세기위원회 위원

성균관대 대외협력처장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

안중근기념관 관장

   

나는 자서전/회고록을 잘 읽지 않는다. 그런데 오유순씨의 삶의 이야기는 시중에서 흔히 발견되는 자랑의 이야기도, 미화의 일변도도 아니었다. 나는 읽으면서 사람들에게 작가가 평생 추구한 가치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잘 알려져 있듯이 수많은 업적과 발명으로 당대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18세기로부터 오늘의 미국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가 한낱 인쇄공에서 미국 사회의 위대한 인물이 되기까지 그의 성공을 뒷받침한 것은 그의 정직성과 야심/비전, 그리고 근면과 직업윤리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일을 적당히 하기보다는 완벽을 추구하여 밤을 새우는 일도 많았다. 오유순의 회고록은 여러 부분에서 이러한 가치들을 반영하고 있다.   


프랭클린은 미국의 지성사에 있어서 미국인의 의식세계를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그의 삶은 물론 그의 철학은 비천한 계층에서 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신세계에서의 성공의 가능성을 몸소 보여주었다. 그의 이러한 철학과 성공은 미국의 꿈(American Dream of Success)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어 성공의 신화를 탄생시켰으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신화에 도전하여 성공하였다. 앤드루 카네기도 미국 성공의 꿈을 증거한 인물 중 하나였으며, 이 현상은 미대륙을 차지한 미국의 국가발전에 원동력으로 작용하였으며, F. 스콧 핏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도 프랭클린의 자서전에 기록되어있는 일과표를 그대로 자신의 일과표로 차용하여 부의 성공을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오유순의 회고록도 몇 가지 중요한 삶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은 어떤 성과를 거둘 때에 그것은 한 개인의 성과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노력의 결과임을, 즉 팀 단위 노력의 결과임을 항상 강조하는 것이다. 한인 공공 양로원 건립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저자는 모두의 노력을 강조한다: “we came together as a community to make it happen(21)”. 이 공동체에 대한 노력은 한인공동체를 넘어서서 캐나다 전체로, 세계 전체를 목표로 삼는다. 하나하나의 노력은 나머지와 대립하고 갈등을 빚기보다는 서로 합하여 선을 이루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한 개인은 한 지역 공동체로, 지역공동체는 소속 국가의 공동체로, 국가 공동체는 또한 세계적 공동체로 나아감으로써 인류 모두의 선을 이루어 나간다. 국경이나 종족은 더 이상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한인사회의 행사라 하드라도 한인교포만이 아니라 다른 교포 단체들, 캐나다의 국회의원들, 정부 인사들도 모두 참여시킨다. 이것이 작가의 비전이다.   


모두를 위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비전은 오유순의 회고록 전체에 흐르는 메시지다. 현재의 고난을 정직과 근면으로 극복하면 목표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드라도 목표를 향한 꿈꾸기를 계속하면서 그것을 이루어낼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하여 여러 가지 도전에도 불구하고 많은 즐거운 추억거리가 생기면서 목표도 이루어짐을 볼 수 있다.   


오유순은 또한 근본적으로 기독교적 부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즉 그녀가 얻은 부는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므로 가진 것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다(79). 이것은 사실 청지기 개념으로서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도 하나님이 위탁하신 물질을 관리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 가지 더 특별한 것은 오유순의 회고록은 아시아계 여성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프랭클린은 백인 남성으로서 비록 출신은 흙수저였으나 백인 사회에서 기득권을 누린 사람이다. 그러나 오유순은 캐나다 이민으로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회에서 엄청난 도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 특유의 유연함과 포용성, 그리고 엄청난 실력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적어도 외양적으로는 순조롭게, 모두의 공동체, 원주민과 이주민의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어내었다. 많은 이민문학들이 이민자로서의 고난과 고통, 때로는 혐오와 증오를 드러내는 데 반해서 오유순의 회고록은 그 모든 것을 잔잔하게 어루만지고 긍정과 화평의 심포니를 이루어내었으니, 축하에 축하를 거듭하고도 남는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많은 것을 얻어낼 것이다. 작게는, 직업의 현장에서—이 경우는 약국에서—약을 많이 팔겠다는 목표보다는 고객의 필요와 어려움을 배려하는 데서 진정한 인간관계를 쌓고 신뢰가 있는 든든한 사회망을 구축할 것이며, 크게는 전 공동체의 필요와 희망을 배려하는 것으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 전체에 걸쳐서 사랑과 연민과 용서와 평화가 주된 가치로 드러나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목표임을 우리는 배운다. 이것이 진정한 성공으로 가는, 차원 높은 성공과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저자는 그의 삶을 통하여 웅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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