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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갈대가 그린 구름 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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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승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1-08 08:15 조회2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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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돈 (시인, 캐나다 한인문학가협회)



'고통밖에 쓸 수 없었던 전쟁'*이란 연필

중동 어린이 고사리 손목은 부러지고


샤프심 일제히 밀어올린 갈대들은

평화가 필수과목인 하늘 화폭에다

머리 풀어 헤치고 구름 양들을 그렸다


팔베개 하고 누운 구름 언덕에선

한 번쯤 우리도 목동 되고 싶은데

얼마나 해박한 길눈 익혀 놓아야

저들을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을까?


나도 어느덧 길 떠나야 할 시간

살면서 기댄 소품 여럿 중에서

쓸모 있는 가짓수만 추려 내다가

피리와 지팡이 하나를 골라 들었다


국경이 없을 것 같은 하늘 들판

파아란 화폭에 늘어나는 양떼구름들


염소구름 여럿이 갑자기 몰려와

죽임을 탯줄 자르듯 번개 부르는 사이

놀란 양떼 대열을 흩뜨리고 만다


날이 밝길 기다려 피리소리 들려주자

제 곡조 알아챈 양들은 모두 모였지만

그새 어디론가 누가 채어갔는지

얼마간 양들은 행방이 묘연했다


주위를 둘러봐도 감감하던 참에

컴퓨터의 커서처럼 지팡이를 쳐들고

어디서 본 누군가 하던 시늉대로

일꾼은 하늘 한 모퉁일 툭 쳐보이더니


말썽 끝에 멈춘 컴퓨터가 재작동 되듯

이 전 화면이 뜨고 양들이 나타났다


양들은 하늘 초장에서 다시 풀 뜯고

지상에선 길 잃고 떠난 양 같은 무리


하늘 화폭 '위엄을 옷 입으신 분'*은

죽음마저 수긍해야 할 선한 이웃들의

새 얼굴을 물감 풀어 그려낼 순 없을까


한 벌 '세상 소풍'*이래도 꼭 얻고픈 상은

베푸실 마련 가운데 부활이란 상품이어


피리소리 출처로 주인 음성 식별해 내곤

노을이 불일어놓은 근심없는 좋은 소식에

큰무리 양떼가 되어 새아침을 기다린다. 

 



* 중동 어린이가 글짓기 한 내용중에서

* 시편 104:1,2 다윗의 시 참조

* 천상병의 시 '귀천' 참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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