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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광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3-12-13 09:18 조회2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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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일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1. 직장에서 일하다가 다쳐서 20분 걷기도 힘들고,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한두 시간을 누워있어야 했다. 육체적 고통으로 정신적으로 나약해지고 희망도 정신적 고양 의욕도 사라진 시점에 아내가 취미로 사진을 추천했다. 나는 취미도 특기도 없었다. 어느 날 페이스북에 여행 사진을 올렸는데, 한 미술과 교수가 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고 ‘협박적’ 격려는 내가 사진을 시작하는데 용기를 주었고, 한인 사진 동호회에 가입하고 사진 찍기를 시작했다.


사진은 자연과 사회와의 교류의 끈이었고, 내적인 투쟁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택한 수단이었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조차 창피해하며 매일 언덕에 올라 시내를 찍었다. 나의 시야가 받아들인 아름다움과 내 카메라가 수용한 아름다움의 격차가 있었음에도 사진 찍기는 정신적 육체적 움직임을 자극했고, 나의 오감과 이성이 함께할 수 있는 예술 수단으로 다가왔다. 독창적 주제와 표현 방식을 늘 고민했지만, 특정되지 않고 머릿속에서 구상되었다가 사라지곤 했다. 한국인 사진 모임, 캐나다인 사진 모임, 그 모임 속에 개최된 세미나와 대학교 사진 학과에서의 파트타임 수업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방향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학과 철학의 표현으로써 사진 작업을 하고 싶다. 그것은 아직도 구상 중이고 장기적으로 진행할 과제이다. 예술 감각도 없고 그 계통으로 학교에서 공부한 적도 없는 평범한 정형화된 생활인인 내가 예술적 표현을 익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아직도 요원하다. 그렇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것인지, 우연을 필연으로 운명으로 만든 신의 이끌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외한이자 무능한 내게 사진 성장을 위해 도움을 주는 분들을 많이 나타났다. 한인 사진 모임 회원들은 가장 원초적이며 토대가 되는 힘을 만들어 주었고, 장노출의 세계적인 작가, 캐나다에 이민 온 유명한 한인 작가, 미술가이자 큐레이터를 밴쿠버에서 만났고 그분들에게 배울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또 한국에 갔을 때 사진과 교수님들과 유명 사진가들을 찾아뵙고 사진가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지식을 배웠다. 모두 나의 사진 세계를 확대시켜 주고 계속 사진 작업을 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이다.


2.

나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운전을 할 때도 직선 길의 단순함을 좋아한다. 본성적인 것도 있고, 생활을 통한 경험인 것도 있다. 청년 시절에는 명상 음악을 듣기를 좋아했고 참선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고립, 고요함, 참선 그리고 명상 등이 들어있고, 나의 사진 몇 년의 작업도 보면 그 바탕이 깔려 있다. 


나는 사진에 있어 두 가지 작업을 해왔다. 하나는 추상적인 파인 아트 쪽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담는 것이다. 추상의 영역에서 어떤 사진들은 설명이 없이도 대상을 추정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사진들은 무엇인지 분간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사진들에는 색과 선 그리고 빛의 움직임을 통해 정적이면서도 역동적이며, 역동적이며 정적인 그러면서도 에너지와 힘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공간적 변화를 담았다. 대상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여 보는 사람들에게 각자에 맞는 해석을 부여하고자 했다. 보는 이들이 보고 해석하는 함으로써 나의 사진과 교감하려는 노력을 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보는 사람이 자신의 사진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의도이다. 문학의 해석 방법에는 작가와 작품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 해석과 외부적 배경을 차치하고 작품 자체 만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수용 미학이다. 즉 독자의 지식과 경험에 따라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나는 보는 이의 자유로운 해석을 존중하는 수용 미학적 방식을 선택했다. 나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자연과 사물의 모습을 담았으며, 선과 색에 집중하고 빛과 어둠을 통해 입체화시키려고 했다. 자연의 빛을 찾아가기도 하고, 인공적인 빛을 만들어 작업하기도 했으며, 실내 스튜디오, 집 마당, 여행지 그리고 자연 등 필요한 어느 곳이니 나의 촬영 장소가 되었다.


두 번째 자연을 촬영하면서 내가 치중하는 것은 극적인 단순함이다. 나는 빛의 변화가 대상에 맞닿으며 연출해 내는 극적인 모습을 좋아한다. 자연을 촬영하는 것은 내겐 명상이다. 촬영 대상의 찾으며 어슬렁거리는 순간이 참으로 행복한 명상의 시간이다. 나와 자연의 교감 그리고 자연에 내 던져진 자연의 일부로서 나를 만나는 것도 행복한 순간이다. 태양과 구름의 변화가 대지의 선과 색에 대비되며 전율을 일으키고, 순간이 영원으로 고착되길 바라는 상황에서 심호흡하며 자신을 바라본다. 


사진을 찍는 것은 카메라를 통해서 밖을 보는 것이지만, 내 생각을 담는 일이기도 하다. 손이 얼어 차 키의 버튼을 누르지 못해 한참을 고생하기도 하고, 눈 코가 얼 정도의 삭풍이 몰아치는 언덕에 서 있기도 하고, 늦은 밤까지 촬영을 하고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고된 일정이고, 여름엔 모기들에게 물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고 와서 사진을 선별하고 보정하는 데 긴 시간을 보내지만, 경로운 자연을 만나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기에 출사 여정의 고단함은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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