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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시가 내 게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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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2-06 18:50 조회1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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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 게로 왔다 

 

정재욱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칠레의 민중시인인 파블로 네루다가 지은 시의 제목이다. 자신의 삶 속에 시가 찾아 든 순간을 표현한 시다. 내게도 아주 평범한 일상속에서 아름다운 풍경이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새벽 출근 길 동틀 무렵, 내 눈에 들어온 하늘 빛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그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아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에 담았다. 나중에 내가 찍은 사진을 배경으로 ‘동틀 무렵’ 이란 제목을 붙이고, 짤막하게 감상을 더해 디카시를 완성했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에 시를 더해 자연이나 사물에서 순간의 시적 형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문자로 재현한 영상과 문자의 언어를 말한다.

 

    어둠과 빛이 함께 하는 시간 / 오늘도 / 아침을 향해 / 하루를 연다.

 

    밤하늘에 뜬 별들을 바라볼 때, 초승달이나 반달, 그리고 보름달로 매번 새로운 달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시인의 감정을 느낀다. 시는 감정의 표현이다. 아이들에게 감정 표현에 대해 가르치면서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지금 내가 만족감을 느끼고 평화로운 감정을 나타내는 ‘기쁨’, 내가 불안하거나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두려움’, 화가 나거나 짜증나는 감정의 ‘분노’, 불편하고 어색하고 귀찮은 ‘불쾌’, 속상하거나 미안하고, 서럽고 울적한 ‘슬픔’을 나타내는 감정단어가 55가지나 된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나 자신도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되도록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특히, 남자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는 걸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는 거라고 인식해 왔다. 그래서 내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드러내 보이는 데 불편하고, 서툴다. ‘시’란 매체에 자꾸 멀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글학교 수업시간 아이들에게 ‘시’에 관한 수업은 참 힘들고, 쉽지가 않다. 내가 고심끝에 생각해 낸 것이 먼저 감정을 나타내는 말에 대해서 배우고,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이나 감정을 표현하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시인의 시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시를 선택해 그대로 적어보고 시낭송을 한다. 간단하고 짧게 표현할 수 있는 삼행시나 하이쿠 (17음으로 이루어진 일본 정형시)를 짓는다. 아이들도 처음엔 시를 어렵게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시와 가까와진다. 지난 겨울 방학 숙제로 학생들에게 디카시를 써오라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과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시로 조화롭게 잘 표현하였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시를 쓰기가 힘들고, 그냥 내 느낌대로 감정그대로 표현하고자 한다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의 영역도 살펴보면 너무 다양한 것 같다. 자주 듣는 노랫말 가사도, 리듬을 멋지게 타며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랩도,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입에서 나오는 탄성도, 아이들끼리 나누는 솔직한 대화에서도 시를 느낀다. 우리의 일상도 때론 시가 될 수 있다.

    짐 자무쉬 감독의 영화 ‘패터슨’에서 버스 운전사 패터슨은 일상을 시로 표현해 낸다. 고명재 시인은 자신의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에서 시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시창작수업에서 교수님이 말하는 하얀 백묵도 당신도, 과제도 모두가 시라고. 아름다움을 나누어 귀로 보고 눈으로 듣는 음악이 시라고. 인위적으로 반복에 입김을 섞어 윤을 내는 데 비물질적인 대상에 해당하는 것이 시라고. 가끔 일상 속에서 신비가 내게 들를 때 그 때 나는 귀를 열고 시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고명재 시인의 말처럼 나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때론 시적 감정을 만끽할 때가 있다. 반복된 일상에서도 때론 한 편의 시가 탄생한다. 지난 몇 주전에 갑자기 내린 폭설에 조심조심 운전대를 잡으며 운전을 하면서도, 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힘을 다해 삽질을 하면서도, 잠시 눈 앞에 펼쳐진 하얀 눈의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나도 시인이 되고, 풍경이 시가 된다. 반복되는 일상의 운율 속에서 조금씩 달리하는 풍경이 한 편의 시를 만든다. 그렇게 시가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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