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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노인 세대와 앱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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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4-02-20 00:41 조회4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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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최근에 방과 후에 손주들을 픽업하여 자동차로 달리는 중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께 그곳 한국 시각으로 매일 아침 8시에 전화드리고 있는데, 마침 전화 드릴 시간이 되었다. 남편이 운전하고 있었는데 나의 휴대폰으로 전화드리려다가 설에 자동차의 전화로 하면 스피커폰으로 손주들도 모두 크게 듣고 할머니와 대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자동차에 원래 나의 전화기 번호로 전화를 걸 수 있게 되어 있었는데, 남편이 몇 달 전에 남편 전화기 번호로 바꾸어 놓았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초등학교 5학년생인 손자가 얼른 나의 난처한 사정을 알아듣고 자기가 해결해 주겠다고 나의 전화기를 달라고 하였다. 최근에 앱(App)이 업데이트되었다며 설치하더니 나보고 전화기를 자동차의 USB 커넥터로 연결하라고 하였다. 몇 가지 아이콘을 누르라고 하여 따라 하니, 나의 전화기 번호로 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손주들이 모두 인사드리며 안부를 전하였다. 할머니가 손주에게 배우는 세상이 되었다.

 

  손주들이 어렸을 때는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필자를 우러러보며 여러 가지를 부탁하였다. 도와줄 수 있는 필자는 행복한 마음으로 컴퓨터에서 색칠할 수 있는 모양의 그림들을 찾았다. 손주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할머니가 프린트해 주며 가르치고 지도하는 입장이었다. 초등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가면서, 손주들은 나날이 발전하여 가장 나이 어린 손자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전자 기구 사용 및 앱 사용에서 훨씬 능가한다. 손자는 어려운 퍼즐을 순식간에 맞추어 놓기도 하고, 복잡한 레고로 사람, 짐승들을 만들고 배치를 바꾸어 사진들을 찍고 컴퓨터로 사진들을 편집하여 움직이는 동영상(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도 한다. 컴퓨터를 TV와 연결하며 작동도 능수능란하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그저 바라보며 감탄할 뿐이다. 어린 손주들을 무릎 위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고,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고, 장난감을 가지고 같이 놀아 주던 시절은 이제 먼 추억이 되어 가고 있다.

 

  주위에서 보면, 노인 세대에서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고 설치하고 셋업 해 주는 작업을 자녀가 많이 도와준다고 한다.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한 경우에도 필요한 앱을 설치하고 사용하도록 자녀들이 많이 도와주는 것 같다. 사용 중 문제가 생기면 자녀의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전자 여행 허가를 신청하는 데에도 자녀가 대신해 주었다고 듣기도 했다. 남편이 엔지니어로 일한 우리 부부는 아직은 우리에게 필요한 컴퓨터, 전자 기기들, 스마트폰 앱 사용에 거의 우리 스스로 해결하고 지내는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은 앱 들이 많이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와 연결하여 사용하는 앱 등은 사용하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것 들은 아마도 자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것 같다.

 

  자녀들은 자동차 주차, 음식 주문, 영화 표 예약 및 발급, 가족 간의 위치 추적, 택시 사용 등 많은 앱을 일상에서 사용하며 살고 있다. 많은 노인 세대는 앱 사용 없이도 별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앱을 사용하면 생활이 훨씬 편하고 좋은 것은 사실이다. 전에는 부모가 자녀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며 살아왔건만, 신기술, 기기 및 앱 사용에서 부모가 자녀들의 도움을 받으며 사는 일이 자연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한 층 더 나아가 이제는 어린 손주 세대도 우리 노인 세대를 능가하고 있어서 손주들에게도 배우게 되는 세상이 되었다. 한번은 방과 후에 집에서 손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게임이 보였다. 무엇을 하느냐고 물으니 게임 코딩을 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손자는 게임을 코딩하며 개발하고 있었다. 게임하며 놀고 있었다고 했던 할머니에게 손자가 너무 화가 나서 할머니가 싫다고 하여서 이해 못 했던 할머니가 부끄럽고 미안하고 또 너무 서운했던 경험이 있다. 그 후로 다시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한국에서 교육받으며 자랄 때에는, 대학에 들어가서야 세미나를 준비하며 발표하였다. 리포트 작성도 대학에서 시작하였다. 컴퓨터는 보지도 못했고 더더욱 만져 보지도 못했다. 이곳 캐나다에 와서 연구소에서 비로소 컴퓨터를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 학교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주제를 정하고 여러 정보를 수집하여 리포트를 작성하며, 세미나로 발표한다. 손주들은 컴퓨터에 능수능란하여 리포트나, 세미나 발표 슬라이드를 컴퓨터의 여러 앱을 사용하여 멋있게 만들어 낸다. 우리는 훌륭한 내용과 비디오 프레젠테이션에 그저 감탄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여러 기능을 우리보다 훨씬 더 잘 활용한다.

 

  코로나 팬데믹 과정을 통과하면서 많은 사람이 줌(Zoom)을 사용하여 영상으로 회의도 하고, 교육을 받고,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노인 세대에서는 줌을 사용하는 것을 배우는 데 쉽게 빨리 터득한 분들도 있었지만, 여러 번 시행착오 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신 노인 분들도 있었다. 아직도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다. 자라는 젊은 시절에 컴퓨터, 전자기기에 접하지 못하고 살아온 노인 세대에게 새로운 기술, 전자기기와 앱 사용은 익숙하지 않고 힘든 것 같다. 어느 세대나 앱을 개발하고 능숙하게 사용하며 살아가는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한다. 앞으로 새 세대에서는 더 많은 전자기기와 앱이 개발될 것이다. 우리 노인 세대는 새로운 전자기기와 앱 사용을 배우며, 살아온 연륜과 경륜, 삶의 지혜로 자녀 세대, 손주 세대들에게 본이 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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