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 ‘3장 6구 45자’틀을 깨다 … 시조집 두 권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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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redbear300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5-27 08:40 조회52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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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걸, 단시조 70편 『아직도 … 』
오승철 세 번째 작품집 『터무니 … 』
이우걸(左), 오승철(右)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을 지낸 이우걸(69)씨와 제주도 시인 오승철(58)씨의 새 시조집은 그런 고민이 스며 있는 작품집들이다. 올해 세는 나이 칠십에 이른 이씨가 그에 맞춰 출간한 『아직도 거기 있다』(서정시학·사진 왼쪽)는 단시조로만 이뤄져 있다. 신·구작을 섞어 자신의 나이와 같은 70편을 실었다.
이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일까.
이씨는 시조집 어디에도 왜 단시조로만 작품집을 구성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는다. “70편, 내 생의 나이테다… 밤새워 썼던 것들이 적지 않지만 모아놓고 보니 쓸쓸하다. 또 쓰리라”라는 짧은 ‘시인의 말’만 덧붙였다. 하지만 구차한 설명 없이도 그 해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피면 지리라//지면 잊으리라//눈 감고 길어 올리는 그대 만장 그리움의 강//져서도 잊혀지지 않는//내 영혼의//자주빛 상처’.
작품 ‘모란’은 사실상 여섯 줄 여섯 연으로 이뤄진 것처럼 읽힌다. 한 줄이 한 연이다. 다섯 차례 행갈이를 하며 행과 행 사이 한 행씩을 비워서다. 한 행을 읽고 쉬는 동안 그리움의 깊이가 그만큼 깊어지는 것 같다.
‘기러기 1’은 가슴 시리다.
‘죽은 아이의 옷을 태우는 저녁//머리칼 뜯으며 울던 어머니가 날아간다//비워서 비워서 시린//저 하늘 한복판으로”.
시인은 하늘을 나는 기러기의 구슬픈 울음에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미어지는 슬픔을 읽는다.
오씨의 경우 형식 실험은 시조의 깊은 맛으로 내려가는 하나의 경로일 뿐이다. 그렇게 느껴질 만큼 시조집의 풍미가 풍성하다.
가령 이번 작품집에는 ‘야고’나 ‘딱지꽃’ 같은 제주의 들꽃, 여자아이들 고무줄 놀이와 관계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사까다치기’처럼 네이버 검색을 해봐야 이해가 되는 시어(詩語)가 자주 눈에 띈다. 모르는 말뜻을 찾다 보면 그윽한 오씨 시조의 맛이 절로 느껴진다.
‘까딱 않는 그리움’은 쉬우면서도 단정한, 역시 단시조 작품이다.
‘어느 산간/어느 폐교/종소리/훔쳤는지/쇠잔등 굽은 오름/도라지꽃 한 송이/그리움/까딱 안 해도/쇠울음만 타는/가을’.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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