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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산에 오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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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1-23 11:07 조회3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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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진 길 따라 걷는 인생과 비슷한 산 오르기

자신의 깊은 내면 바라보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기회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나 곰곰이 되짚어 보면 결국 문제는 내 안에 있었다. 지난날 좋지 않았던 선택을 한 내 무지함이, 불안해도 결국 가고야 마는 내 기질이 문제였다.

며칠 웅크리고 있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니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 보여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세상은 거대했고 나는 피할 곳이 없었다. 자책과 후회가 계속되다가 문득 인생이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은 처음부터 쉬운 게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쉬운 것에 가닿으려면 인생이 아니라고 하늘이 정해 놓은 것처럼. 어떻게 해서든 일어나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삶은 계속되고 나는 살아가야 하니까.

 

겨울 산에 함께 오르자는 제안을 받은 것은 다행이었다. 쉽게 단념하고, 종종 무너지고, 금세 지쳐버리는 내 보통의 기질과 다르게 여럿이 함께 산에 오르면 어떤 다부진 마음이 생긴다. 어차피 오르기로 한 산을 받아들이고 내 속도대로 뚜벅뚜벅 걸음을 내딛게 된다. 정상이 보여줄 찬란한 풍광이 내 것이 될 것이므로, 숨이 턱까지 차올라 심장이 터질듯해도 한 발자국씩 걸으면 결국 끝낼 수 있다는 성취감은 나를 산으로 향하고 또 오르게 했다.

서울에서 자정에 출발해 새벽 네 시 태백산에 닿았다. 새벽보다 먼저 정상에 이르기 위해 서둘러 올라 일출을 기다렸다. 내 생애 가장 추운 날이었다. 손과 발이 얼어 저릿저릿했고,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았다. 손을 주무르고 발을 동동 구르며 체온을 유지해야 했다. 마침내 까만 하늘과 바다 사이로 붉고 환한 빛이 비집고 들어오더니 동그란 해가 저만치 얼굴을 내민다. 이 찬란한 아침을 맞이하려고 그 깊은 겨울 산의 어둠을 헤치고 왔다.

 

산에 오르는 일은 인생을 닮았다. 산길은 어떤 오름도 내림도 가볍거나 만만한 길이 없고 스쳐 가는 풍경은 익숙한듯하나 새로워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하다. 깊은 산길을 한참 올라야 마주하는 정상의 황홀한 순간이 잠깐이듯이 인생은 대부분 호락호락하지 않다. 매서운 추위로 오히려 일출의 환희가 눈부셨듯이 지금의 상함은 내게 어떤 깊은 깨달음을 주게 될까.

어쩌면 산에 가는 이유는 쉽지 않은 곳에 다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쉽지 않은 것이 나를 달라지게 한다는 사실은 신비롭다. 이렇게 계속 산에 오르다 보면 나도 조금씩 변할지 모른다. 산에만 오르면 '낯선' 모습이 나타나듯 풀기 어려운 인생길에서 지혜롭고 신중해질 것이다. 아직 정상은 멀어 보인다. 산에 오르듯 다부진 마음과 성실한 발자국이 필요할 뿐. / 김한나

 

산에오르듯2.jpg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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