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시인(캐나다한인문학가협회 회원)

 

 

 

어둠이 시작되면
거리의 바람이 가로등을 켠다
상점의 이마들이 네온싸인을 단다
집들이 불빛을 하나둘씩 창문에 건다

 

불빛 아래에서
주방에선 가스불이 끓이는 음식 냄새가 나고
텔레비전은 노래를 부르고
식탁에서는 수저들이 저녁식사를 기다리고 
아이들은 웃음소리를 내고

 

영하의 바깥은 반짝이는 폭설
아뿔싸, 정전이다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웃음이 노래가 떠나 버린다 
끓다만 찌개 냄새가 우왕좌왕한다

 

초에다 작은 불꽃을 단다
빛 아래에 쪼르르
부풀어진 그림자들이 모인다

 

작은 원을 그린다
잃어버렸던 말들을 찾아내어
서로의 안주머니에 밀어 넣어 본다

또 밀어 넣어 본다

짙은 어둠에서 빛나는 별빛
차오르다 빠지곤 하는 덩그런 달빛
눈길에도 빗길에도 
또박또박 걸어가는 태양의 빛
작은 생명체 반딧불들

 

창조주와 인간의 거리를 좁혀
어둠에서 부활한다

다시 전등 불빛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