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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예정원] 산꼭대기 마을 우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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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성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5-08 09:05 조회59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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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미, 초콜릿, 녹차. 

  분홍 연두 보라 노란색 집들. 비, 구름이 심심치 않게 내려와 햇살과 바람을 씻겨주고, 별과 달이 맑은 곳.

  하늘 아래 첫 동네 우띠. 해발 2,300미터 산꼭대기 집들은 계단처럼 지어졌다. 마을 한 귀퉁이 장미 정원에서 만난 사람들 얼굴이 때 묻지 않은 아침 같다. 

  한 소녀는 레이스 드레스를, 한 소녀는 시폰 추리다를, 한 소녀는 금박이 반짝이는 비단 사리를 입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놀러온 사람들은 검은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고 풋풋하게 웃는다. 장미꽃이 활짝 핀 정원에 그들의 웃음꽃이 합해지니 더욱 화사하다.   

  누가 여기가 아름답다고, 달콤한 곳이라고, 장난감 기차를 탈수 있다고 해서 1시간의 비행을 하고 차로 5시간을 달려왔다. 코임바트로에서 메투팔람을 지나 쿠누르, 우띠로 가는 산길은 지그재그로 달려야 고지에 닿는다. 그곳을 아우르는 닐기리스 산맥은 온통 초록 투성이. 천지가 녹차 밭이다. 

  쭉쭉 뻗은 유칼립투스, 이름 모를 나무들, 꽃들, 풀들, 녹차 밭에서 풍기는 향이 열어놓은 차 창문으로 화들짝 들어온다. 산새 깊은 산속엔 수많은 동물들이 야성을 품고 우글거릴 터. 옛날이야기 속에 나오는 사자, 호랑이, 곰, 치타, 뱀들이 으르렁대며 먹잇감을 사냥하리. 높은 산에 박힌 바위들은 어찌 저리 위엄한 자태로 서 있는지.

  달리고 달려도 끝없이 펼쳐진 녹차와 울창한 수풀. 짙푸른 숲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내 몸은 저절로 정화가 된다. 굽이굽이 산속 길은 좁고 험했지만 기사는 야성적으로 달린다. 어디든 무릉계곡 같아 신선이라도 나타날 듯.

  우띠에 도착하니 어스름한 저녁. 좀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니 왕이 살던 집을 개조한 레스토랑과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우리는 여기서 왕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고 처소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희한한 식물로 가득한 식물원과 보트를 탈 수 있는 호수를 보고, 500키로 떨어진 마이소르와 코임바토르의 대평원을 볼 수 있다는 산꼭대기 전망대 도따베타 피크로 향한다. 산속은 온통 일자로 뻗은 거대한 나무들로 꽉 차 있다. 안개비가 내린다. 대평원을 보긴 힘들다. 산길을 걷는다. 피톤치드향이 물씬 풍겨와 온몸을 감싼다. 

  장미, 초콜릿, 녹차. 지루한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이름. 어제는 장미를 취했으니 이제는 초콜릿과 녹차를 취할 때. 

  근처 녹차박물관과 초콜릿공장을 갔다. 은은한 녹차 향이 와락 안긴다. 녹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녹차로 만든 짜이를 한잔 마셨다. 유혹하는 맛이다. 이곳에서는 순수한 녹차에 향신료나 초콜릿을 섞어 차를 만든다. 나는 향신료의 여왕 카더몬이 들어간 녹차로 만든 짜이를 한잔 더 마셨다. 달콤하면서 짭짜롭하고 묘한 향기가 황홀하다. 특이한 맛이 자꾸 혀를 농락한다. 

  녹차가게에서는 녹차를, 초콜릿 가게에서는 초콜릿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과일과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을 맛본다. 초콜릿을 한보따리씩 산 사람들은 행복한 얼굴이 된다. 나도 자꾸 웃음이 난다.

  우리는 좀 더 깊은 산속 여행을 하기 위해 우띠 아래 쿠누르로 달렸다. 쭉쭉 뻗은 유칼립투스나무 길을 한없이 달리고, 산짐승들을 볼 수 있다는 장난감 기차를 탈 생각을 뒤로하고 끝없이 이어진 밀림을 누빈다. 산속 깊이 숨겨진 구불구불한 산길이 너무나 아름다워 넋을 잃는다. 사방 빙 둘러 있는 산엔 온통 녹차 밭과 수풀.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산답게 수려하다.

  산속에는 이곳 지리를 훤히 아는 사람만 찾아올 수 있는 비밀의 장소가 숨어있다. 심스 공원, 레이디 컴잉스, 돌핀 노즈 뷰포인트, 양들의 바위, 폭포, 드라그 포트, 녹차와 초콜릿 공장이다. 가는 곳마다 신비롭고 경이롭다.

  자연이 뿜어대는 향기와 빛깔로 산림샤워를 한 나는 그들과 하나가 된다. 내속에 자연이, 자연에 내가 있다. 산속의 좁다란 길을 기사는 여전히 거칠게 달린다. 내 몸에 푸른 날개가 돋는다. 첩첩 산 위를 훨훨 난다. 이 자유, 이 여유. 세상을 다 누린다. 

  아무리 달려도 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향연. 신성한 햇살과 바람과 달빛의 정기. 온 우주의 기운. 그런 것들을 받아먹은 닐기리스의 산은 생기와 생동감으로 넘쳐 있다. 

  산꼭대기 마을 우띠로 가고 오는 길은 아름답고, 달콤하고, 향기롭다.

 

 

 박성희/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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