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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국문협]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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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유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6-02 09:39 조회6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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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김유훈 (사)한국문협 밴지부

  

 가수 이미자씨가 부른 노래 “섬마을 선생님”중에는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하며 애절하게 호소하는 노래 가사가 있다. 나는 이 노래를 “가요무대”를 통해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30년 전 내가 충남 서천의 바닷가에 있는 농촌 교회에서 단독 목회를 할 때의 이야기이다. 처음으로 하는 담임목사이므로 모든 열정과 힘을 다해 열심히 교회를 부흥시키며 교인들을 돌보았다. 특히 시골에서 교회를 부흥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교회는 서울에서 온 목사가 열심히 일한다는 소문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두 애들은 완전 시골 촌놈들이 되어 새까만 땅강아지 마냥되어 있었다. 나 역시 교인들을 따라 바닷가에 나가 바지락을 캐고, 바다에서는 김발을 치며, 멸치어장에서는 삶은 멸치를 멍석에 널리며 일손을 도우며 열심히 지냈다. 나는 정말 헌신하고자 찿아온 시골이였는 데 현실은 좀 달랐다. 당시 그곳에는 한국전력 소속의 발전소가 근처에 있어 직원들이 사는 아파트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 가족들  중 상당 수가 교회에 나오고 있었다. 때문에 교인들의 구성은 농어촌교인이 절반 정도 그리고 한전식구들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하느라 하였으나 농촌분들이 보기에는 차별이 있다고 느낀 점이 있었나 보다. 즉 문명의 충돌과같은 현상이랄까? 나 역시 서울출신이라 시골교인들에게 좀 이질적인 모습이고 오히려 한전 가족에게는 나도 모르게  정서적으로  더 친근하게 되어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교인들이 모이기만 하면  서로에게 불평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 결과 내가 언제나 희생양이 되어 충돌을 피하며 지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해도 그것은 전통 문화와 현대문명의 충돌로 볼 수 밖에 없는 일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년말 제직회에서 내 사례금은 20만원으로 동결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 때 충격을 받은 나였지만  내 목회경험 역시 부족하여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일 들이 많이 생긴 후 고민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즉 “나는 농촌에 맞지 않는  목사로구나”하는 생각에 사임을 하게 되었다.    

 내가 교회를 떠나기위해 짐을 꾸리고 있을 때, 그동안 신앙심이 생겨 새벽예배를 나올 정도로 한창 기쁘게 교회생활을 시작한 여자 집사님이 사택으로 찿아 오셨다. 그리고 처음에는 조용히 “목사님, 왜 떠나세요? 제발 떠나지 마세요.” 하며 말하더니 점점 더 흐느끼며 애원하였고  나중에는 엉엉울며 그리고 입에 거품까지 물며 혼절하고 말았다. 한참 후 다시 깨어나서도 “목사님… 제발….”하며 하염없이 울고 계셨다. 벌써30년 전의 이야기지만  나는 지금도 그분의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톡록 나를 아끼고 사랑과 정을 주었던  그분의  청을 매정하게 끊고 그 곳을 떠나온 나는 평생동안 빚진자 된 마음이였다.  마치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 중에 가사는 과거  여집사님이 나를 붙들고 울부짖던 모습처럼  나의 옛 추억과 맞물려 내 마음을 아프게한다.

 “목사님, 제발 떠나지 마세요,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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