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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요요요 강아지풀아, 꽃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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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3-07 12:11 조회4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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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늘 꿈꾸던 바다에 가지 못했음을 용서. 이제는 그대가 앞으로 걷고, 나는 이 낯선 나라에 낚여 옆으로 걷고 있음. 수억 개의 파닥이는 빛을 봄. 나직이 파도가 만든 비애의 꽃을 봄. 봄. 보고 있음. 겨울과 봄. 보고 있어, 내가 너희들의 다리를 자르고, 큰 팽나무 밑에서 싸움 시키던 그 시절을 다시 돌아다 보고 있어. 열심히 그야말로 발을 곤두세우고  서로가 서로에게 적의를 가다듬던 그 여름의 몰려 다니던 더위를 이제는 그대로 다른 일처럼 돌아볼 수 있겠지.

 

그 다음 여러 해 동안 그대의 잘린 다리 수 만큼 내 작은 시가 태어났어. 마치 그대가 잘린 다리와 눈을 버리고 연하디 연하게, 곧 바로 세우던 얼음같은 두 발과 눈. 그 짠물과 울음이 섞여 나타나기 시작했어. 어둡고 차가운 비를 맞으며 낯선 거리를 헤매었어, 나는 털게가 되고 발가락이 가끔 잘려 나갔어.

 

시가 되지 않고 낙엽이 되었어. 도대체 뭐가 되지 않았어. 모든 것들을 만나고 되돌려 보내고, 어떤 때는 내가 스스로 떠나기도 하였어. 어둡고 침침하게 마지막 갇혀 버렸어. 사랑? 사랑의 없음에 내가 갇히고, 너희들은 게거품으로 견고한 성을 쌓고 나는 침몰하였어.

 

나는 지금 옆으로, 옆으로만 걷고 있어. 날마다 새끼들을 등에 업고 그대들의 밥상으로 다가왔어, 갑자기 보고 싶었어. 팽나무와 수문과 그 위의 낮잠을 보고 싶었어. 너희는 계속 도망치기만 했어. 강아지풀로 옛날처럼  불러보았어. 그러다 나는 차라리 강아지풀이 되고싶었어. 모든 걸 불러내고 싶어. 털로 쓸어보고 뽀뽀로 묶어보고 싶어.

 

사람은 서로 만나고 거기서 사랑하고 그 만남과 사랑의 고리로 묶이고, 그 고리 속에서 내가 죽을꺼야. 내가 조그마한 끈이 되었음 좋겠어. 불러보고 싶어. 요요요요  강아지풀아. 꽃게야, 꽃게야.

 

유병수/시인, 소설가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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