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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첫 눈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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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2-10 17:08 조회336회 댓글0건

본문

 

 

첫 눈이 내린 시골길 언덕에는

 

참새가 옹기종기 붙어 있다

 

 

 

연을 올리던 유년에 서서

 

돌 하나 집어 들면

 

짹째그르 참새들 흩어지고

 

 

 

굳이 돌을 던지지 않아도

 

마른 탱자 몇 개가 떨어지는 하늘은

 

별똥이 뵈듯 싸늘하게 맑았다

 

 

 

첫 눈이 내리마하는 날은

 

자꾸 소설 쓰던 외삼촌을 모시러

 

낯 선 외지 색시 데려다 놓은

 

선술집을 기웃거리곤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서 삼촌은 취하신 듯

 

작년 보름 달집 태우며

 

소원을 잘못 빈 탓인지

 

금년은 비보다 눈이 많을 거라네

 

 

 

첫 눈을 맞으면서 걸으면

 

움 속에서 꺼낸 햇밤같이

 

생생한 추억들이 토옥 톡

 

구워져 익은 듯 발밑에서 터지고

 

 

 

공연히 바둑이가 짖는 산마루엔

 

놀라 달아난 토끼 발자국이

 

미처 눈 속에 묻히지 못하고

 

솔 바위 밑 굴집까지 나있다

 

 

 

첫 눈이 뒤덮인 등하교 길을

 

달그락거리며 줄곧 내닫던

 

빈 도시락소리 따라가면

 

 

 

책보자기 단골 맡았던 짝꿍이

 

맹장염 앓다 떠난 돌무지도 보이고

 

 

 

할아버지 해소 기침소리에

 

곧은 가르마 탄 할머니가

 

자주 방문 열어보시곤 하던 시골집이

 

아슴하게 호롱불 아래 엎드렸다.

 

 

이내들 (시조시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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