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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한 저녁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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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온라인중앙일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10-26 12:43 조회3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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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조지 하이웨이를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 한적한 코너에 'Old Surrey 레스토랑‘이라는 심플한 간판이 눈에 뜨인다.

 

소박하고 옛스러운 느낌이 드는 레스토랑 이름이 정스러워 찾게 된 곳이다. 지금은 조금 퇴색되어 어두워 보이긴 하지만 이곳은 30 여년 전 이민 새내기 우리 가족의 소곤거리는 듯한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다.

 

밴쿠버의 겨울은 한 달 중 열흘쯤 비가 내린다. 처음 도착해 맞이한 춥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밴쿠버의 겨울, 희망과 무력감 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었던 여유를 가져보던 곳이다.

 

하얀 복고풍의 주택으로 보이는 레스토랑, 장미꽃들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정원, 초록빛 카펫의 계단을 올라, 하얀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홀은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거실 같은 작은 방들은 깔끔한 저녁 식사에 초대받은 느낌을 준다. 은은한 커피향이 실내를 채워주고 있고,

 

아담한 파스텔톤의 인테리어 장식과 정결한 하얀 테이블보, 이어지는 밝고 그윽한 실내악의 선율은 마치 자기 집 거실에 앉아있는 편안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 빠듯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기념일이나 생일, 기쁜 일,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따듯한 음식냄새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곳에서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다 어렵게 가진 한저녁의 외출로 조금쯤 밝아진 행복감을 느끼며 인생은 평온을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요즈음은 이민자들의 증가로 급속도로 바뀌는 거리, 이젠 옛 건물들을 찾기 힘들고 새로 지은 상가. 콘도, 타운하우스들이 거리를 변화시켰다.

 

새로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끄는 신선함이 있고, 가슴 설레며 다가서게 하는 매력이 있다. 새 식당 새집, 새사람, 새옷... '새 것' 의미가 붙은, 어느 것 하나 산뜻하지 않은 것이 없다.

 

끊임없이 사라져가고 변화되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올드 써리 레스토랑’ 세월이 흐르면서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추억의 장소가 되었다.

 

오래된 것들에는 소리나 이야기가 있다. 변화해가는 세상 속에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 마치 옛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 든다.

 

언제라도 옛 친구를 만나면 이곳에 데려가고 싶다. 연륜이 쌓인 듯한 이름을 가진 이곳에서 편안한 저녁을 먹고 와인 한잔 마시면서 우리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리라.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들은 옛날보다 얼마나 변해 있을가. 지금도 그 근처로 드라이브 할 일이 있으면 차창 밖으로 그 집을 찾아본다. 언젠가는 이곳도 허물어져 사라질 거라는 슬픈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오래 오래 그곳에 있어주면 좋겠다.

 

이주희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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