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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문학가 산책] 한강 (1) - 그게 웬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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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09-26 09:10 조회3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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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동포를 모른다니 그게 웬 말이냐.
네가 얼굴을 돌린다니 그게 웬 일이냐.
백두대간 가지 뻗어 재가 되고 흙이 되어
대대로 이어 온 네 조상의 영기가 육신으로 다져지고
혼으로 배어 있는 그 얼이 내 몸으로 넘쳐흐르는데....
 
잠시 현실을 만난 순간이 다르다고,
함께 서있지 못하고 고개를 젓는다니
그게 될 말이냐.
 
자갈밭 모래밭 손 부르트며 일궈내어
수천 년 허리가 휘어지도록 땀 흘려 갈아놓은
기름진 들판, 황토 벌건 밭 고랑위에서
나의 넘치는 물줄기가 땅을 적셔
힘차게 곧아 올라 생기 돋는 온갖 푸른 잎 채소줄기와
가을의 누런 황금 들판 볏짚더미들을 보았느냐.
 
우리가 무엇을 보았느냐.
우리가 무엇을 만났느냐.
 
밤 내내 큰 물결치는 동해바다에서
힘차게 솟아오르는 붉은 해가
내 물줄기위로 높이 떠오르면
동이 터오는 머언 날부터
한 반도에 대륙의 기가 그치지 않도록
피어오르게 하지 않았느냐.
 
드넓은 벌판과 깊은 산맥을 벗 삼았던 초연한 그 투혼의
숭고한 숨결이 들리지 않느냐.
 
이제 의지만으로 넓은 바다를 건너와
마치 나무처럼 새로운 땅에서 잔뿌리 없어져
잠시 몸서리가 쳐질 수밖에 없어도
대륙의 한 텃밭에서 잔뼈가 굵어진 자손들인데
그대의 산하와 동포를 외면한다니
그게 웬 말이냐.
 
배달이 지금 다른 배를 탔느냐.
귀한 섭리에 인연이 맞닿은 기쁜 순간마다
냉랭한 표정으로 얼굴을 돌린 채
목석처럼 변해야만 하느냐.
 
고귀한 값진 얼이 섞인 나의 맑고 푸른 피가 증발하여
온 누리와 지구촌을 비와 눈으로 적셔 와
포부와 열망으로 변신해야할 우리들이
교만과 외면으로 광기서린 부딪침이 있다면
숭고했던 네 선조의 영기는 어디로 갔느냐.
 
동포여, 동포여,
나의 깊고 푸른 물줄기가 그침이 없듯이
이제 긴 노정에 기쁨으로, 빛으로, 사랑으로 넘치게 해다오.
 

 송요상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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