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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다르게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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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7-02-20 11:14 조회3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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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현실, 그러나 '가슴은 따듯하게 사는 길 ' 느끼며 살아

 

 

먼 길을 떠났던 K가 돌아왔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세계 여러 공동체를 탐방하겠다며 떠났었다. ‘탄탄한 회사’를 다니며 안정된 삶을 살았던 그는, 자신의 10년 후, 20년 후가 그려졌다. 젊은 부부는 앞으로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그대로 살 수 있는 근육을 만들고 싶었다. 남들보다 잘살기 보다는 다르게 살고 덜 소비하되 더 행복 할 방법을 찾기를 원했다. 그 대안이 ‘공동체’라고 생각하며 길을 떠났다. 캐나다 매니토바에 있는 후터라이트 공동체를 시작으로 남미의 니카라과까지 세달마다 한 번씩 지역을 옮기며 공동체를 방문했다.

 

떠난 뒤 한 번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내려뜨린 K가 글 모임에 나타났다. 그가 떠난 사이 여덟 번의 계절이 바뀌었고 세월의 흔적은 그의 머리카락과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두 해 동안 겪었던 뭉클한 순간을 나누었다. 나그네로 찾아가 환대 받은 따뜻한 기억, 고아와 과부 등 약자와 함께 사는 공동체를 보았을 때의 감동, 다함께 살 집을 손수 짓거나 먹을 음식을 심고 재배하며 사는 특별한 경험은 길 위에서 받은 선물이었다. 나그네로 살아온 두 해의 시간 때문이었을까. 그는 마음도 생각도 깊어 졌지만 무엇보다 홀가분해 보였다.

그의 ‘귀향’을 반갑게 맞으니 내가 한국행을 결정했던 삼 년 전, 이맘때가 생각났다. 나도 ‘다르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국행을 결정했다. 평화롭고 여유 있던 밴쿠버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무렵, 나는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가롭게 살아도 되나, 내가 더 절실히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고민하며 떠났던 집이었다. 치열하게 살고 싶었다. 한국에 와 지금 학교에 기회가 닿았고 남과 ‘다른' 영어 선생이 되고 싶었다.

한국에서 일하며 산다는 것은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산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불안한 사회에서 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부분이 너무 컸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학교 재계약 건으로 긴장한다. 결국 올해 학교 계약 연장에 실패했다. 어디 가서 영어 가르칠 데 한곳 없을까 자신만만해 했지만 내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듯이 매년 직장이 타인에 의해 결정되는 사회가 아찔했다. 생존의 문제를 위협받는 곳에서 치열하되, 다르게 살고 싶다는 것은 순진한 소망인 듯 보였다. 하지만 하늘도 원한 일이었을까. 나를 가까이에서 보아온 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고, 나는 운명처럼 이 학교에 남게 되었다.

 

K는 ‘다른 삶'을 경험한 후 이제 이곳에서 관념이 아닌 실제를 살고, 여행이 아닌 현실을 마주할 숙제가 남았다. 나 역시 다시 찾아올 일년 후의 불안함을 잠시 미룬 채 최선을 다해 일년을 살아야한다. 나는 K가 흔들릴때마다 두 해 동안 길 위에서 얻은 감동적인 순간들을 들여다보며 가고자 하는 길을 담담히 가길 응원한다. 나 역시 처음 집을 떠났을 때 한 결심과 아이들과의 보석같은 순간을 기억하면서 ‘다른’ 영어 선생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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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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