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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당신의 사소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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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24 12:22 조회45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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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 '오늘의 책' 서점에 가끔 들려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서점을 그만 두고는 소식을 알 수 없었다. 중앙일보 칼럼에 불현듯 나타나서 나를 놀라게 했다.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깔끔한 문장력으로 읽는 이를 감동하게 만드는 글을 여러 차례 보았다. 한국에 있다니 다양한 소재로 앞으로도 좋은 글을 쓰기 바란다.”

 

메일 하나를 받았다. 한 독자에게 받은 반가운 메일이었다. 글을 쓰는 ‘김한나’는 맞는데, 이분과 추억을 공유하는 ‘김한나’가 아니라 미안했다. 문득 궁금했다. 그 ‘김한나’는 서점에서 이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지금 무슨 글을 쓰고 있을까?

 

글을 배운지 이제 겨우 일년, 칼럼을 연재한지 8개월이 되었다. 아무리 뭐라 해도 긴 시간 내 생활에서 한글의 부재는 글 쓰는데 한계로 다가왔다.

 

어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오직 타국에 적응하며 살아남는 것에 집중되어 있던 삶으로 내 사유의 지경은 좁았다. 그는 내 고민을 알고 있었던 듯 “처음에는 신변에 관한 내용을 다루게 되지만 소재가 곧 고갈될 수 있으니 폭넓은 독서를 통해서 다양한 소재와 만나야 합니다.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글의 소재가 눈에 들어 옵니다.” 라는 담담한 충고를 주었다. 나에게만 특별한, 사적인 이야기만 풀어낸 것은 아닌지 글의 소재에 대해 고민하던 때였다.

 

“김한나씨는 글을 잘 쓸 수 있는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을 많이 쓰고 능력 있는 작가가 되기 바랍니다.” 독서와 사유가 부족한 글은 깊이가 없어 늘 아쉬웠다. 그래서 격려가 감사했고, 또 갈 길이 먼 글쓰기는 나를 초조하게도 만들었다.

 

밴쿠버를 방문하면 서울에서 보내는 글을 처음 읽는, 또 ‘우아한 비행’을 허락한 천 국장님을 만나고 싶었다. 7개월을 알았던 사이인데 처음 얼굴을 마주했다.

 

처음 봐도 낯설지 않다며 그는 조금은 긴 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악수를 청했다. 그의 반가움이 느껴진 것은 글로는 채 설명하지 못했던 나에 관한 질문을 이것저것 대답하면서였다.

 

밴쿠버에서 그것도 대 낮, 점심식사로 서울에서도 먹어본적 없는 돼지껍데기와 막걸리를 사준다 했다. 그 동안 내 이야기를 읽어준 그가 고마워 내내 그를 경청했다.

 

한때 그의 ‘나와바리’이자 현재 나의 ‘나와바리’이기도 한 정동과 연희동 이야기를 하며 묘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는 점심시간을 한 시간 넘기면서도 얼큰해진 대화를 이어갔다.

 

막걸리 잔을 넙죽 잘 받아먹는 나를 기특해 했고, 잔치 국수도 나눠먹었다. 오래 본 후배 녀석을 대하듯 글에 대한 충고를 서슴없이 했다.

 

한정된 어휘를 지적했고, 글을 배우고자 하면 더 자주 글을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내 글을 ‘중하’로 평가했다. 그의 평가가 싫지는 않았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내 열망이 더해져 어쩌면 과분한 칭찬이었는지도 모른다. 막걸리 몇 잔에 마음 한구석 그가 여전히 가지고 있는 문학청년의 꿈을 들었을 때 내 눈은 반짝거렸을 것이다.

 

글에 대한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며 내 마음도 뛰었다.

 

내게 메일을 보냈던 독자는 중앙일보에 컬럼을 10년 이상 쓰신 글쟁이 심 선생님이었다. 문득 심 선생님 메일과 천 국장님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왜 글을 쓰고 싶은 걸까 자문했다.

 

그것은 아마 황현산 선생이 말했듯 '사람들마다 하나씩 안고 있는 사소한 당신의 사정들이 실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사정을 들어 줄 사람이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데서부터 시작일 것이다.

 

글쓰기의 독창성과 사실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이런 당신의 사정을 이해하기 위해 '나의 사소한 사정을 말한다'는 것이리라.

 

그렇다, 내 글쓰기의 행위가 결국 당신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면 좋겠다. 덤으로 당신 또한 나를 이해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소통의 기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글이란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렵다. 

 

김한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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