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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도성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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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ino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6-07-11 11:57 조회3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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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시민이 되고 싶어 첫 발을 내딛은  '도성 길라잡이' 자원봉사

 

틈만 나면 서울을 여행하다 만난 성곽길이였다. 한 나라의 수도에 600년이 된 도성이 둘러 쌓여 있는 자태가 듬직했다.

 

한국에 온 횟수만큼 전체 한양 도성길을 걷는 ‘순성놀이’도 즐겼다. 한양도성을 만나면 설레는 마음은 도성을 설명하는 도성 길라잡이가 되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이어졌다.

 

늘 소극적인 외국인으로 살았던 밴쿠버의 삶이 아쉬워, 다시 서울을 살며 자랑스런 시민이 되고 싶었다. 어떤 모습이든 시민으로서 사회 나눔의 기회를 갖고 싶었다. '도성 길라잡이'라는 문화유산 해설사를 교육하고 직접 안내하는 자원활동가들의 모임인 시민단체에 문을 두드렸다.

 

도성을 통해 서울의 과거, 현재, 미래를 조명하고 그 안에서 역사와 문화 생태를 시민들에게 알리자는 시민단체의 뜻에 공감했다. 의미 있는 활동이 될 것 같았다.

 

'도성 길라잡이'가 되기 위한 길은 만만치 않았다. 전반적인 역사와 기본 도성에 관한 2개월의 실내강의, 7개월의 수습기간은 빡빡했다. 백지에서 시작하는 역사공부, 낯선 한자어, 전문가의 수준 높은 강의와 현재 활동가들의 해설은 다 담아내기 어려웠다.

 

주말마다 각 구간별 도성답사에서는 튼튼한 체력도 필요했다. 도성안에 녹아 있는 조선시대부터 현대의 이야기를 가볍게 보고 듣는 수준이 아니라 꼼꼼히 받아 적고 내 것이 되어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얼마나 더 사랑해야 내 언어로 말할 수 있을까. 배운 내용이 머리에는 뭉개 뭉개 있는데 입으로 떼지지 않았다. 마치 처음 외국어를 말할 때처럼 버벅거렸다.

 

매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수줍어하다 못해 두려워하는 내게 해설가가 되는 과정은 부담스러웠다. 무엇보다 감히 한양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을 서울 시민을 상대로 해설을 한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내 영역 밖의 일인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도망가고 싶었던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배경역사 설명을 들려주고, 관련서적을 나누며 함께 도성을 걸었던 선배 길라잡이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근 현대사를 온몸으로 치러낸 도성의 이야기를 내 언어로 말해보고 싶었다. 도성은 역사의 수치와 한을 품고 있다.

 

그 역사의 현장을 바라본 도성이 이제 것 살아남아 우리와 현시대를 살고 있다. 아픈 과거를 잊지 않고,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냐를 묻는 일을 아름다운 도성을 걷는 일만큼 값진 일이었다.

 

시민을 안내하던 날, 캐나다 교포인 내가 조선의 역사, 일제 강정기의 한 (恨), 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하자 경청하던 시민들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덕분에 역사 공부 많이 되었다며 도성의 숨은 이야기에 감탄해준 어른 시민들의 격려 또한 힘이 되었다.

 

아직도 도성 길라잡이로의 내용이나 기술면에서 부족하지만 시민들과의 소통은 의미가 있다.   

 

도성을 시작으로 배운 역사공부를 통해 세계관이 넓어졌고, 사회참여에 대한 실질적인 기회도 생겼다. 아마추어가 모였지만 프로페셔널처럼 봉사하는 곳에서 자원봉사라 나태해지려 할 때 먼저 성실히 길을 놓았던 선배 '도성 길라잡이'들의 모습을 통해 참 시민의 모습을 배운다. 한동안 한양을 떠나지 못할 것 같다.

 

김한나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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