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낡은 추억과 주기(週期) > 문학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문학

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낡은 추억과 주기(週期)

페이지 정보

작성자 anonymou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3-03 10:00 조회434회 댓글0건

본문

우리가 사는 지구는 자전하며 공전한다. 지구는 23시간 56분 4.091초의 주기로 자전하고 있으며 그 축은 북극과 남극을 잇는 선이다. 

그 방향은 지구의 북극에서 보았을 때 시계 반대방향이다. 하루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공전은 지구가 태양의 둘레를 1년에 1회전하는 운동이다. 지구는 태양을 365.2564 태양일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지구의 궤도 속도는 평균 초속 30km 정도인데, 이 속도는 지구의 지름은 7분 만에, 달까지의 거리는 4시간 만에 통과할 수 있는 속도이다. 
지구는 자전축이 23.5°기울어진 상태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 일조 시간의 변화, 태양의 남중 고도의 변화 등이 발생한다. 

여름에는 태양의 고도가 높고 낮의 길이가 길어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고, 겨울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고 낮의 길이가 짧아 태양 에너지를 적게 받는다. 

북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질 때 북반구 중위도 지역은 여름, 남반구는 겨울이고, 남반구가 태양 쪽으로 기울어질 때 남반구 중위도 지역은 여름, 북반구는 겨울이다. 

적도 부근은 일 년 내내 태양 에너지를 많이 받아 계절 변화가 없고 연중 기온이 높다. 우리들의 일년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셨다. 춘추가 59 세이다.돌아가시기 전 3년 동안 중풍을 앓고 그 병이 원인이 되어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장남으로 할아버지를 위해서 여러모로 애를 쓰셨다.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지금은 단편적인 기억밖에 없다. 보신탕을 좋아하셔서 돈암동에 있는 보신탕집에 보문동부터 걸어서 데리고 가신 추억이 남아있다. 

그 때는 그 탕이 보신탕인 줄 몰랐는데 양지머리처럼 찍찍 찢어지는 개고기를 더 먹으라고 숟가락에 얹어 주시던 기억이 난다. 

몸이 불편하신 할아버지를 위해서 어린 손자라도 딸려 보내야 아버지의 마음이 놓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때는 많은 수의 가정이 3대가 한집에 살았기 때문에 10명도 넘는 대가족의 집안에서 조카나 형제도 더 친하거나 덜 친한 사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곤 했다. 

사람들은 결혼을 일찍 했고 산아제한 같은 가족계획이 없어서 삼촌이나 고모와 형이나 누나와 나이가 같은 경우도 흔했다. 모든 의식주가 귀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풍성한 추억이 있다. 

한번은 시장에서 파는 녹두빈대떡을 할아버지께 사다드렸더니 아주 좋아하셨고 할머니도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하시곤 했다. 

노란 물을 들인 순도 낮은 녹두 빈대떡이었어도 효와 사랑이 곳곳에 묻어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효와 사랑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나는 이제 칠순이다. 나의 친구나 또래의 지인들은 아직 장가나 시집을 보내지 못한 자녀를 가진 친구가 많다. 

내가 결혼한 때가 내 나이 36이었는데 결혼을 나보다 늦게 한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서 "나보다 장가 늦게 간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술자리에서 떠들곤 했는데 지금 같으면 40대를 넘기는 미혼이 많아 내 나이에 늦장가를 갔다는 건 명함도 못 내민다.
 

나의 아버지는 56세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다. 

나는 제대하고 어머니가 운영하는 아동복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55세에 정년퇴직하시고 27살 먹은 아들 장가보내려고 기회가 될 때마다 혼기가 된 규수들의 사주를 작은 수첩에 적으시곤 했다. 
그러다가 휴전선 너머 장단에 있는 고향에 가지 못해서 만들기 시작한 배 밭이 있는 과수원집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막연하게 심장마비인줄 알았지만 무호흡증이라고 생각한다. 

이른 나이에 직장에서 물러나야했던 먼저 퇴직한 아버지의 선배나 동년배들이 팔러 다니는 월부 책을 내게 주시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아버지는 아버지의 미래를 그들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명퇴라고 불리는 55세의 정년퇴직은 아직도 한국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명은 늘어나고 직장에서 나와 일하지 않고 지내야 하는 기간이 너무 긴 요즘은 그것이 고통이 되어있다. 

많은 나의 동기들은 아직도 일하고 있고 일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멀리 보이던 예순도 늙어보이던 칠순도 이제 내 눈에 젊게 보이니 말이다.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될 줄 몰랐지만 병으로 누워있지 않고 매일 매월 돌아오는 생활비를 버는 일이 내겐 오히려 기쁨이 되었다. 

매사가 다 마찬가지지만 나갈 돈이 있으면 들어와야 하고 들어온 돈이 있으면 나가게 마련이다. 

먹는 일이 가장 큰 일이었던 시대가 가고 먹은 걸 내보내는 일이 가장 큰일이 된 시대에 산다. 이런 모든 일이 주기(週期)를 만든다. 아니 주기가 이런 모든 일과 생명을 만드는지도 모른다.

 
지구는 매일 변함없이 같은 주기로 돌고 있는데 그 안에 사는 생물은 어떤 주기로 돌고 있는 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명절이 되서 산소에 다녀오는데 "할아버지에게 가자!"며 아이를 데리고 지나가던 젊은 부부를 보고 어머니는 눈가가 붉어지셨다. 

그 눈물의 의미는 세대 간의 단절을 슬퍼한 것이고 근본적으로 주기(週期)가 어긋난 데서 오는 슬픔이 아닐까? 

시대가 변해서 보신탕도 지금은 개고기 전골을 뜻하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지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사람이 아니며 그나마 봐줄려도 봐줄 아이도 없다. 

장차 인간이 수명120세를 살고 결혼을 50에 하더라도 자신들의 행복을 추구하며 의미 있게 산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자전이나 공전의 주기가 바뀌거나 없어져서 내일 아침에 해가 뜨지 않거나 봄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그것은 기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그들이 만날 손자손녀가 없거나 인생의 주기가 멀어 소통할 손자손녀가 없으면 젊음과 늙음이 한 가족이라는 아주 가까운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사상과 지혜를 배우고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OSJ.gif 
오석중 (시인)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6:06 LIFE에서 이동 됨]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문학 목록

Total 569건 8 페이지
게시물 검색
회사소개 신문광고 & 온라인 광고: 604.544.5155 미디어킷 안내 개인정보처리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상단으로
주소 (Address) #338-4501 North Rd.Burnaby B.C V3N 4R7
Tel: 604 544 5155, E-mail: info@joongang.ca
Copyright © 밴쿠버 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Developed by Vanple Netwroks Inc.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