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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오석중의 살아가는 이야기] 맛을 말로 전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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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24 12:15 조회3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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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체들은 먹는 방송(먹방)의 열풍이다. 전에는 요리프로라고 해야 요리전문가가 출연해서 어떻게 요리하는가를 설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음식을 먹는데도 "배가 고프다"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지?"하는 수준이 아니다. 옛날에는 옷을 사는 일도 입고 있는 옷이 다 해져서 입을 옷이 없다, 하나 새로 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렇지 않은 것처럼 먹는 일도 변하기는 마찬가지다. 네로황제가 맛을 즐기고 새로운 맛을 느끼기 위해 먹은 것을 게우고 새것을 먹었다는데 지금은 누구나 네로황제가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누구나 수 십 켤레의 신발, 수 백 별의 옷, 옷장은 방만큼 크고 머리에 쓰는 모자에서 핸드백, 스카프, 구두까지 독재로 망명했던 필리핀의 이멜다 마르코스나 허리우드의 스타들이 부럽지 않다.

 

먹방의 유행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한국에 숫자가 많다고 한다. 프로그램의 종류도 다양해서 재료와 영양가를 말하는 수준을 넘어 각종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출연해서 이 음식은 어디에 좋고, 맛을 보고, 부지런히 맛을 설명한다. 우리는 보는 것으로 맛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맛은 이미 경험했던 맛에 근거한다. 그 음식에 다른 소스나 다른 조미료를 넣었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맛과는 판이하게 다른 맛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어떤 출연자는 맛을 아주 맛깔스럽게 표현하지만 설명을 잘한다고 해서 그것으로 우리가 그 맛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의 선조가 먹던 음식의 맛이 같다고 말하기 힘들다. 내가 어렸을 때 먹던 짜장면의 맛이 변한 것처럼 세월을 두고 조금씩 변했어도 알 길이 없다.

 

넓은 의미의 맛은 감각적·감상적 관념을 표현하는 언어였으나 점차 분화하여 감상적인 정서는 멋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맛은 감각적인 경험 특히 식품의 감각을 표현하는 말로 정착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맛이란 어떠한 물질을 입에 넣었을 때에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고(향미, 씹히는 물리적 성질, 점성 등), 입안의 통각·촉감·온도감수를 자극함으로써 일어나는 감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맛은 혀의 표면에 있는 미뢰(味雷)의 미각신경이 화학적인 자극을 받아서 일어나는 감각인 것이다. 맛의 인식기관인 이들 세포들은 용액으로 존재하는 여러 물질에 의하여 자극되므로 액체식품의 맛을 고체 식품의 맛보다 쉽게 느낀다.

맛은 일부는 감각적이고 일부는 주관적인 것이다. 맛에 대한 느낌은 개인차가 크며 같은 사람이라도 조건에 따라 다르다. 또 식습관·풍습·편견·정서 및 생리적 상태에 따라서 맛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 맛에 대한 표현방법도 많은 차이가 있어서 같은 음식이라도 나라마다 각각 다르다.

 

음식물이나 식품의 맛은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된 것이나 몇 가지 기본 맛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식품의 기본 맛은 단맛(甘味 감미)·신맛(酸味 산미)·짠맛(鹹味 함미)·쓴맛(苦味 고미)의 네 가지로, 이를 4원미라고 한다. 이 네 가지 맛은 각기 특성 있는 맛을 가지며 서로 복합되어 여러 가지 맛을 나타낸다. 동양에서는 이 4원미에 매운맛을 더하여 5미를 기본 맛이라고 한다.

① 단맛 : 인간의 단맛에 대한 욕구와 집착은 대단히 강하며 또한 일반적이다. 단맛을 내는 물질은 복잡한 유기화합물로 당류와 알콜류, 아민류 등이 있다. 단맛을 내는 물질의 단 정도는 차이가 많아서 설탕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평가한다. 어떠한 감미료는 단 정도가 설탕의 200배나 되는 것도 있다.

② 신맛 : 식품의 신맛은 향기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본래의 맛과 아울러 식품의 맛을 좋게 하고 식욕을 증진시키기도 한다. 신맛을 내는 성분에는 유기산(有機酸)과 무기산(無機酸)이 있다. 그 신맛은 용액 중에 해리되어 있는 수소이온과 해리되지 않은 산분자에 기인한다.

③ 쓴맛 : 쓴맛을 내는 물질은 알칼로이드·배당체 등으로 기본 맛 중에서 가장 예민하게 느낀다. 쓴맛은 신맛과 같이 다른 맛과 혼합되어 독특한 풍미를 형성한다.

④ 짠맛 : 조리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맛이다. 짠맛의 성분은 무기 및 유기의 알칼리염으로 주로 음이온을 띠는 것이다. 순수한 짠맛의 대표적인 것은 소금으로서 그 농도가 1%일 때에 가장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다.

⑤ 매운맛 : 매운맛은 순수한 미각이라기보다는 생리적인 통각이라 할 수 있다. 즉 미각신경을 강하게 자극함으로써 느껴지는 기계적 자극현상이다.

⑥ 기타 : 다섯 가지 기본 맛 이외에도 맛을 내는 성분은 여러 가지가 있다. 즉 떠은 맛·구수한맛(旨味 지미)·아린 맛·교질 맛 등이다. 감칠맛은 4원미와 향기 등이 잘 조화된 맛이다. 여러 가지 정미성분(呈味成分)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복잡하고 미묘한 짠맛이다. 주로 구수한 맛이다. 이들은 음식의 복합적인 맛에 크게 영향을 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우리 나라의 맛은 기본 5미 이외에 발효미(醱酵味)를 더 보태어 논하여야 한다고 할 정도로 발효음식의 맛이 복잡하고 중요하다. 우리 민족이 농경을 시작하였을 때에 첫 번째로 발효미를 개발하였다. 또 남달리 솜씨가 뛰어났던 것이 장담그기와 술빚기 등 발효식품의 제조였다. 그 뒤에 김치·젓갈 등의 미생물을 활용한 식품가공의 기법을 개발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맛은 단순한 재료의 맛 이외에 발효와 분해의 과정에서 생긴 다양한 맛이 조화된 독특하고 구수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향토마다 각기 다른 특성 있는 맛과 모습을 지니며 나름대로 독특한 풍미를 형성하여 왔다. 또한 각 가정마다 맛이 다른 개성과 손맛이 있었다. 좋은 맛을 내고 이것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 왔다. 우리 음식의 기본 맛이라고 할 수 있는 장류의 중요성과 이것을 만드는 정성은 신앙에 가까웠다.

 

증보산림경제 (1766년(영조 42)에 유중림(柳重臨)이『산림경제』를 증보하여 엮은 농서)에서도 "장은 모든 음식 맛의 으뜸이다. 집안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좋은 채소나 고기가 있어도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다. 고기가 없어도 좋은 맛의 장이 있으면 반찬에 아무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이 기록은 우리 음식의 맛에서 장류의 위치를 잘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간장의 맛은 가문의 음식 맛을 좌우하여 음식의 맛이 그 집의 장맛에 연유되는 바가 컸으므로 장맛보고 며느리 삼는다는 말도 있다. 집안의 장맛이 좋아야 가정이 길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마음을 썼다.

 

음양오행설이란 만물을 음양으로 나누는 데서 비롯된다. 여기에 덧붙여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5행에 만물을 배합시켜 상생(相生)·상극(相剋)의 관계가 성립되고 음양조화가 결합하여 복잡한 이론이 생기는 것이다.

동양의 조리원리는 음양의 조화를 이루게 조리하는 것이다. 음식물의 맛도 이 음양오행설에 결부시켜 식품의 배합이나 음식의 온도, 색 등을 조절하였다.

① 5미상생(五味相生) : 서로 맛의 조화가 잘된다는 말이다. 신맛과 쓴맛(木生火), 쓴맛과 단맛(火生土), 단맛과 매운맛(土生金), 매운맛과 짠맛(金生水), 짠맛과 신맛(水生木)은 상생관계에 있다. 이들 두 가지 맛이 알맞게 섞이면 맛이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예를 들면 김치는 짠맛과 신맛이 알맞게 조화되어 식욕을 돋우는 좋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짠맛(水)과 신맛(木)은 수생목(水生木)으로 상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5미 조화는 오랜 경험에 의한 생활의 슬기로서 실로 교묘하게 생각해낸 실용적인 원리이다.

② 5미상극(五味相剋) : 맛을 억제하는 관계를 말한다. 신맛은 단맛에 의하여(木剋土), 단맛은 짠맛에 의하여(土剋水), 쓴맛은 매운맛에 의하여(火剋金), 매운맛은 신맛에 의하여(金剋木) 각각 맛이 억제된다는 원리이다. 예를 들면 소금물에 메주를 넣고 숙성시키면 짠맛을 덜 느끼게 된다. 이것은 숙성중에 생긴 메주의 단맛 성분이 짠맛을 억제시키기 때문이다.

③ 소선소기(所宣所忌) : 신맛은 간장에, 쓴맛은 심장에, 단맛은 췌장에, 매운맛은 허파에, 짠맛은 콩팥에 관계된다고 보고 이들 맛의 양이 적당할 땐 유익하고 지나치면 병에 걸린다는 사상이다.

 

예기(禮記)에는 5미와 계절에 관한 내용이 있다. "밥 먹기는 봄같이 하고, 국 먹기는 여름같이 하고, 장 먹기는 가을같이 한다., 술 먹기는 겨울같이 한다. 밥은 따뜻한 것이 좋다. 국은 더운 것이 좋다. 장은 서늘한 것이 좋다. 술은 찬 것이 좋다. 무릇 봄에는 신맛이 많아야 한다. 여름에는 쓴맛이 많아야 한다. 가을에는 매운맛이 많아야 한다. 겨울에는 짠맛이 많아야 한다. 이 네 가지 맛은 목·화·금·수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 때에 맛으로서 기운을 기르는 것이니 사시(四時)를 고르게 한다. 달고 미끄러움은 토를 상(象)한다. 토는 비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달고 미끄러움은 비위를 열게 함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먹는다. 맛은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 먹고 싶은 욕구를 만든 하나의 장치다. 공룡시대의 생물들도 먹고 살았다. 우리는 그들이 먹던 것들의 맛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맛이라는 쾌락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눈으로 보는 것, 귀로 듣는 것은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레시피로도 어떤 방법으로도 맛을 기록하지 못한다. 김치가 맛이 숙성하면서 변하는 것처럼 다른 음식도 맛이 항상 같을 수 없다. 또한 개인이 느끼는 맛을 다른 사람도 똑같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다고 유추한다. 내가 맛본 불고기의 맛이 다른 사람의 입에도 같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확인할 수 없다.

 

오석중.gif

오석중(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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