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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한나의 우아한 비행] 밴쿠버에서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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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천세익기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5-08-10 12:46 조회4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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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ummer day has come and gone away in Paris and Rome. But I wanna go home. May be surrounded by a million people I still feel all alone. I just wanna go home.”  [Home} Michael Bublé

 

집으로 떠나기 며칠 전부터 이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집을 떠나 본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이 가사에 마음도 몸도 실어 그렇게 밴쿠버 집에 도착했습니다. 일년하고도 몇 달 만에 내 서재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엄마는 분명 딸이 없어도 이 곳에 종종 와서 책상 위 먼지를 닦기도 했을 텐데 주인 없는 방의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오늘은 프레져 강이 창문 너머로 보이는 창가에 앉아 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지난 일년 반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도 집을 그리워하며 살았기에 집에 오는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그립던 풍경을 마주하니 설레기까지 합니다. 밴쿠버의 청량한 공기 냄새가 코끝에 느껴지면서 수년의 기억들이 밀려옵니다. 가족, 관계, 일, 그때의 내 세상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이 도시를 사랑했지만 떠나고 싶었고, 새로운 변화를 갈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서울이었기에 기대도, 두려움도 컸었습니다. 문득 한국에서의 생활이 까마득한 옛날 같습니다. 그 거리만큼이나요. 마치 떠난 적 없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다 그대로입니다.

 

부모님의 일상에 함께 했습니다. 아빠가 종종 걷는 산책길을 따라 나섭니다. 나무 빽빽한 산책로에 들어서니 숨이 쉬어집니다. 걷는 내내 이야기 동무가 되어드립니다. 아빠가 새로 사귄 친구들, 정성껏 기르고 있는 ‘천사의 나팔’이라는 꽃나무를 소개받았습니다. 내가 떠나기 전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딸이 없는 허전함을 달래기라도 하듯 작은 생명에도 사랑을 쏟고 계셨습니다. 엄마가 부침개를 구울 때 오랜만에 옆에서 호호 불며 한 개씩 얻어 먹기도 합니다. 그 맛은 여전히 일품입니다. 그 동안 서울에서 만난 사람들, 재미있었던 사건을 풀어내며 내가 얼마나 그곳에서 잘 살고 있는지 우쭐되었습니다. 변한게 거의 없는 이곳이기에 서울에서 가져온 소식들에 부모님은 그져 신기해 합니다. 녹록치 않은 서울의 삶에서도 내가 얼마나 씩씩하게 살았는지 당신은 잘 아니 자랑할만 하죠?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나고 있습니다. 오랜 동네 친구들과 다시 마주 앉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한국이 좋냐'는 질문에 '당분간은 계속 한국에 살 것'이라는 대답을 대신합니다. 시간이 멈춘듯한 밴쿠버에서 내가 떠나기 전과 별반 다르지 않는 지인들의 모습에 평온함도, 조금의 지루함도 엿보입니다. 이곳의 삶이 그렇습니다. 내가 한국 사람인 것을 부인할수 없듯이, 내게 캐나다를 분리 할수 없을 것입니다. 밴쿠버는 이제 나를 말할 때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때로는 내가 싫어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더욱 많이 그리워하는 고향 같은 곳입니다.

 

  서울은 어떤가요? 여기 생활에 충실하다 보니 한국의 소식을 통 듣지 못했습니다. 장마가 지나 무더위가 시작될 것 같기도 하네요. 여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서울로 돌아갈 것입니다. 나의 일상이 있는 도시, 이제는 내 집이 있기도 한 그곳으로 말입니다.  문득 내 일상이 그립습니다. 곧 서울에서 만나 못다한 이번 여행을 나누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당신의 일도 듣고 싶네요. 더운 여름 강건 하십시오. 

 

밴쿠버에서 당신의 친구, 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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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9-28 17:05:25 LIFE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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